내진을 실시하면 산모의 골반 상태, 자궁경부의 모양과 이상 유무, 태아의 위치, 양막 파수 여부, 태아의 머리가 얼마나 내려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임신 초기에는 눈으로 살피는 ‘시진’을 하고, 막달, 즉 36주 이후에는 자궁경부가 열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촉진’한다. 촉진은 보통 36~40주에 1~2회 실시하지만 담당의의 판단에 따라 그전에 받을 수도 있다. 내진의 목적은 출산 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험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 초음파 기계가 얼마나 발달했는데 그 정도는 초음파로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 임신부도 간혹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초음파로는 골반이나 자궁경부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초음파와 내진은 확인 가능한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진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자연분만을 하는 산모를 위한 검사라는 것. 하지만 이미 제왕절개를 하기로 한 임신부라도 양수파막이나 조산의 기미 등은 다른 검사로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실시할 것을 권한다. 내진 후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팬티에 혈흔이 비치는 임신부도 종종 있다. 내진하면서 자궁경부를 만지는데, 이 부분의 혈관이 풍부해 실핏줄이 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엄밀히 말해 부작용이 아니다. 대부분 1~2일 정도 갈색 분비물이 비치다가 그친다.
요즘은 초음파검사가 보편화되어 굳이 내진을 실시하지 않는 개인 산부인과도 생기는 추세.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 대부분은 ‘내진’이 안전한 출산을 위한 필수 검진 항목이라고 여긴다.
산부인과 갈 때마다 초음파검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자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작년에 한창 입체 초음파가 태아에 안 좋다는 뉴스도 나온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나치게 자주 할 필요는 없다
초음파검사는 기형 여부, 양수의 양, 탯줄, 태반과 태아의 위치, 신체구조적 이상 여부를 살피는 목적으로 실시하는 ‘필수’ 검사다. 너무 자주 찍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각 시기별로 조금씩 목적이 다르다. 임신 초기(3~4개월)에는 태아의 목둘레 두께 측정을 비롯한 다운증후군과 심장 기형 여부를 판단하고, 중기(5~6개월)에는 태아의 크기, 태반의 위치, 양수의 양을 확인하며, 이후에는 태아의 위치와 자세 등을 확인하는 검사가 추가된다. 따라서 매번 똑같은 초음파검사를 의미 없이 실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간혹 ‘초음파검사로인해 태아의 뇌세포 일부가 파괴된다’는 낭설을 믿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렇게 권할 수 없다. 지난해에 보도된 입체 초음파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며,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초음파는 안전성이 확증됐다. 요즘 유행하는 3차원 입체초음파는 특수 기형, 즉 아기의 입과 손가락, 발가락을 좀더 정확히 보기 위한 것이므로 임신부의 판단에 따라 받지 않아도 되는 선택 사항이다.
원칙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을 권장하지만 잘 놀던 아기가 갑자기 태동을 멈췄다든가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한데 이를 두고 볼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한 달에 2~3회라도 실시한다. 또한 태동도 정상적으로 느껴지고 모든 상황이 순조롭다면 정기검진 때만 확인해도 별 문제없다.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이니 ‘양수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나도 태아도 별 문제없는데도 정말 필요할까? 배에 직접 주삿바늘을 꽂는 검사라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많덴데 그러다 아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양수검사 선택은 임신부의 몫이다
주위에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나 기형아 출산 경험이 있는 임신부, 쿼드(Quad)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있다면 양수검사를 권할 것이다. 만에 하나 기형아 판정을 받았더라도 낳겠다고 결심했다면 출생 후 곧바로 실시해야 하는 응급 수술이나 조기 치료 등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양수검사는 다운증후군, 신경관 결손 등 염색체 질환을 99% 진단할 수 있다. 35세 이상 임신부에게 특별히 권하는 이유는 35세를 기점으로 다운증후군 발생률이 2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이다. 혈액검사는 확진이 아닌 간접검사이며, 염색체 관련 기형 여부 정확도는 60% 정도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양수검사 시 주삿바늘을 무작정 배에 찔러 넣는 것이 아니라 초음파로 태아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조심스럽게 실시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태아에 부작용을 미친다는 보고도 없다.
외국의 경우 복지시설이 잘 갖춰져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나 장애가 있음을 알고도 낳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임신부들은 태아의 이상이 의심된다는 소견만으로도 계속 괜찮은지 확인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는 양수검사를 해보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단, 양수검사를 받는 1000명 중 0.3%, 즉 3명 정도의 빈도로 자연유산, 출혈, 감염, 양수파막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종교적인 이유나 아기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면 받지 않아도 된다. 양수검사는 임신부의 ‘선택’이지 의사의 ‘강요’ 사항은 아니다.
태아와 산모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엄마의 골반이 작다든가 아기가 크다는 이유로 제왕절개를 권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게 절대 조건인가?
더 중요한 건 태아의 위치와 자세다 엄마의 골반과 태아의 머리 크기가 제왕절개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며, 실제 그 이유만으로 제왕절개를 권장하는 의사도 거의 없다. 그보다는 아기가 어떤 자세로 내려오느냐가 주요한 판단 기준이다. 만약 아기가 거꾸로 있거나 옆으로 누워 있지 않다면 설사 엄마의 골반이 작거나 아이가 크더라도 자연분만이 가능하다. 담당의는 다만 아기의 머리나 체격이 크거나 산모의 골반이 작기 때문에 자연분만 시 다른 임신부보다 힘들 수 있다는 말을 먼저 하는 것일 뿐 자연분만을 시도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 초산에 아기의 체중이 4kg를 넘으면 제왕절개를 해야 할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산모들은 대부분 산부인과 의사는 제왕절개를 선호하지만 자연분만이 최고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자연분만이 회복도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든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은 이유는 자연분만 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경우 ‘왜 수술을 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병원과 의사에게만 묻기 때문이다. 배상해야 하는 액수 역시 엄청나다. 상황이 이러하니 고위험군 임신부들에게는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를 권하는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의사 한 개인이나 특정 병원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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