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미몽
소설가 송원 홍재석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담뱃대 소리가 아니다. 여인의 앞가슴에 빨간 황토를 매 칠한 미몽(迷夢)이다. 예부터 비몽사몽으로 이룬 사연도 많다. 예쁜 규수가 산봉우리 위에서 소피를 보니 마치 강물처럼 흐르는 꿈으로 나라를 통일시킨 사연도 있다. 용꿈을 꾸고 득남을 얻으며 입신양명으로 출세한 도덕군자도 있지 않은가. 꿈의 몽상(夢想)은 하나의 목적 소원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결과를 기대함이 아닐는지. 꿈에 대한 미몽의 몽상은 해석에 따라 구름 잡는 이야기로 치부하기는 아쉬움이 있기에 자찬해본다.
나의 기이한 미몽의 사연은 어느 언덕 위에 큰길을 걸어가든 풍만한 여인이 있었다. 그 길 아래에서 밭을 일구고 있던 내게 선생도 그만 일하고 쉬었다가 하시오. 고마운 마음에 그럼 내가 갈아놓은 이 빨간 황토를 댁에 가슴에 발라주고 싶은데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쪽으로 돌아서서 그렇게 하란다. 그렇지만 미안하고 민망해하면서 새빨간 황토를 두 손으로 잔뜩 움켜쥐고 위의 큰길로 올라갔다.
풍만한 미모의 여인은 앞가슴을 풀어주니 손에 쥔 빨간 황토를 그년의 가슴에 쏟아 발라주었다. 이상하게도 많은 흙은 한 톨도 흘리지 않고 모두 앞가슴 속으로 사그라지는 기이한 미몽에 잠이 깨었다. 아무리 미몽의 몽상이라지만, 생생한 기억에 생시 같이 느껴진다. 그 상황에 단잠을 설치고 곰곰이 회상하니 마치 나의 80평생 삶의 현실을 보는 듯이 선명한 미몽이 아닌가. 그동안 60여 년간 희로애락의 온갖 힘겨운 글 밭으로 필경(筆耕)을 한평생 일구어 왔다.
그 덕에 젊음의 열정으로 지식도 쌓으며 자식 낳고 키우면서 내 나름의 자수성가도 했다. 구전일 맑은 일을 해오면서 말 못할 사연을 누가 다 알까. 내일보다 남의 일 뒷바라지를 오늘날까지 해온 팔자를 미몽으로 뒤돌아본다. 그래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왔다. 이렇게 나의 능력과 솜씨를 원하는 분들에게 기꺼이 다가설 수가 있던 것은 변함없는 마음에 웃음 띤 기질이 아릴는지!
공직 퇴임 후에도 고향 땅으로 귀농했든 것이 내 마음만 믿었던 불찰이었다. 후회하고 그동안 부지런히 움직였던 많은 일은 딱딱한 생질 땅을 일구는 힘겨움이었다. 와중에 얻은 지식을 고향의 주민과 친지 친구들께 베풀고 가르쳐주느라고 쉴 틈도 없었다. 부질없는 일에 청춘을 받쳤던 욕심을 이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회상해보니 그래도 삶의 보람을 희망으로 느낀다. 종단에 평생 반려자였던 아내를 천상으로 먼저 보냈다. 소중한 삶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먼 산을 바라보니 구름 잡는 몽상이 무거운 회한으로 쌓이고 많이 남더라.
그래도 평생 일념으로 바라던 아내의 마지막 선물에 마음을 돌려 오직 나의 꿈은 삶의 진솔함을 쓴 글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하지만 이 기쁨보다 앞으로 독자를 생각하니 두려움에 또 몽상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올 구멍이 있었다. 손자의 소개로 모교의 평생교육원을 찾아 8년간에 18학기를 수료하였다. 300여 편의 시문의 씨를 심을 수가 있었고 소설가로 성장했다. 그때 생각지도 않았던 문의향교와의 인연으로 자주 왕래하다 보니 늘 꿈에 그리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탁에 올라섰다.
지난 3년간 한몸에 푸른 솔 문학과 향교일 및 인성 교육에 셋 짐을 졌다. 그래도 청소년 인성 교육에 열심히 성의를 다하여 인성 교육 강의용 교재도 집필 편찬하고 참교육을 성의 끝 해 왔다. 그러다가 2016년 3월 24일에 자고 나니 갑작스럽게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구사일생으로 생각과 행동에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만하기가 대행으로 3개월간 치료하고 이제 말을 조금씩 한다. 그동안의 열성을 다한 인성 교육 강의용 교재를 그냥 벌이기가 너무나 아까웠다.
이를 다듬고 보충하며 쉽게 풀이하고서 어머니들 필독서로 세상에 밝은 빛을 보게 하고, 올해 8월에 출간하게 함은 소박한 꿈의 실현이 아닐까.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얼 푼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기 위한 어머니들의 가정교육 밥상머리 참고서로 밀알이 되었으면 함이다. 자다가 얻은 소설 같은 미몽이지만, 기이한 꿈보다 해몽을 좋게 해본다. 삼복더위의 소나기처럼 동쪽 하늘 위에 고운 무지개와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기를 학수고대하는 꿈을 꾸리라.
아마도 새빨간 황토의 알맹이로 변신한 미몽이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 지도가 곱게 물들기를 바란다. 자녀를 사랑으로 키우는 어머니들의 넓은 사슴에도 희망의 웃음꽃이 소중한 사람 됨됨이로 활짝 피우지 않을는지……
2016, 7, 26일 기이한 미몽을 자찬 해몽하면서
첫댓글 기이한 미몽을 자찬 해몽하면서 그동의 뒤를 돌아보니 부질없는 일에 너무 목메이면 훗날 뒤돌릴수없고 후회 막급하리라.
' 아마도 새빨간 황토의 알맹이로 변신한 미몽이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 지도가 곱게 물들기를 바란다. 자녀를 사랑으로 키우는 어머니들의 넓은 사슴에도 희망의 웃음꽃이 소중한 사람 됨됨이로 활짝 피우지 않을는지……' 등 기이한 미몽에 관한 좋은 글, 감상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흥미롭게 읽어가며 꿈보다 해몽이 좋왔다고 생각됩니다. 그연세에도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감상 잘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