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에 눈을 찡긋거리다/ 조금숙
눈물이 흘러내렸어 초라한 내가 보여
전단지 넣어둔 일 죄가 될지 몰랐어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바닥이 깊어져
미용실 가위를 흔들면서 화를 냈어
어디로든 내달려서 나를 숨기고 싶어
왼쪽은 환하고 진해 더없이 무기력했어
바닥이, 머리카락이, 눈동자가 싫어졌어
햇살이 머리 스쳐 이마를 비추는데
심호흡 한번 못하고 눈만 찡긋거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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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좌상은 말이 없다/ 조금숙
의문이 고개 들어 쉼 없이 흔들린다
바람이 부르는 곳 돌멩이로 탑을 쌓아
무작정 남겨진 이유 수 천번 되물었다
주름진 삶의 흔적 바닥인 듯 깊어도
빛나는 슬픔 뒤로 어둠을 벗는 시간
출구로 이어지는 길 얼룩들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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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열다/ 조금숙
새가 되면 어떨까 탈출을 꿈꾸었지
지상에서 있었던 몸부림 날려보내고
날개 단 이카루스처럼 올라가고 싶었어
바람을 바짝 당겨 두 팔 활짝 폈을 때
비행기가 흔들리고 사람들이 흔들렸어
하늘을 건너려다가 낮달을 뚫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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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감
조금숙 시조집/ 햇살에 눈을 찡긋거리다/ 만인사/ 2023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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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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