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그리고 우리는 이 드라마의 결말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두고보자. 저 더러운 인간들을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 쓸어버리고 악몽을 씹듯 씹어주리라고. 백홍석의 건투를 희망하고 소망하며 악마의 처단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제게 있어 추격자는 가장 결말이 부담스러운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여러번의 정의 실현을 구현하는 작품에서 저는 잇따른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예요. 로열패밀리에서 싸인에서 그리고 혼에서. 시작은 억울하게 희생당한 안타까운 죽음을 복수로서 악마를 처단하는 결말을 내릴 것이라 시원 통쾌하게 풀어가다가도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차라리 하지 말 것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열린결말의 변명 속에 오히려 악마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다니고 당하는 사람은 계속 당한다는 저주와 같은 마지막을 보여줬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이 시작이 너무 거해서 복수가 오히려 불안해졌던 드라마 추격자의 결말을 두려워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초중반만 하더라도 드라마의 결말은 얼핏 제 불안한 예상만큼 흘러가는듯 했어요. 강동윤은 죄를 가졌지만 매력적인 유권자였고 그는 국민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그가 저지른 진짜 잘못을 눈감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동윤은 드라마에서 매우 매력적인 악마로 그려졌었지요.
"사람이 원래 그렇죠. 모두들 말은 그럴듯하게 합니다.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다. 법과 정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이면 그때서야 그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납니다. 사람은 똑같습니다. 그걸 받아들이면 많은 것들이 쉬워지지요."
저는 백홍석과 강동윤이 동등한 관계에서 싸움을 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심판을 받아야할 사람, 처분만 기다려야할 사람은 바로 강동윤이지 그는 백홍석과 싸움을 주고 받을 자격조차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속에서 강동윤은 너무나 매력적인 지도자로 그려지고 있었고 저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이 그럼에도 눈가리고 강동윤을 선택하는 국민들의 추락한 양심으로 끝을 맺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게. 현실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