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9 – 캐럴 실즈, [스톤 다이어리] (2015, 비채)
2016.4.6.
이춘아
문화프로그램에서도 자서전 쓰기가 유행이다. 자신의 삶을 기록해보는 것,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본다. 한편으로는 내 이야기가 무슨 글이 될까 싶기도 한데, 저자는 한 사람의 일생을 소설처럼 기록하였다. 이 책에서 참조할만한 것은 주인공을 둘러싼 가계도와 목차이다. 글의 순서는 1905탄생- 1916어린 시절- 1927결혼- 1936사랑- 1947어머니가 되다-1955~1964일–1965슬픔-1977평온-1985노쇠-죽음이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매듭지어낼 것인가는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러한 구성도 괜찮을 것 같다. (또는 ‘사람’ 또는 ‘일’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면 그것 역시 의미가 있을 듯)
주인공 데이지의 가계도를 보면서 나의 가계도도 그려보았다. 단순한 가계도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려보니 그림이 복잡해지고, 가계도에 올라가 있는 친족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계도를 그려보니 의식적 무의식으로 늘 이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내 삶에서 애써 가족을 뒤로 배치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이름으로부터 결코, 결단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였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캐럴 실즈(1935~2003)는 이 책을 1993년에 발표하고, 1995년에 퓰리처 상을 받았다고 한다. 웬 퓰리처, 했는데 퓰리처 상에 픽션 부문도 있었다. 작가 실즈는 58세에 이 책을 출간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싶은 생물학적 나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작가는 서문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스톤 다이어리]를 썼던 그 두 해만큼 행복하게 글을 쓴 적이 없었다. 이 작품이 중요한 무언가를 담은 것은 분명했다(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19세기 식의 고풍스러운 전기물 형식을 차용하여 탄생에서 어린 시절, 사랑, 죽음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뼈대를 시간 순으로 잡고부터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 내가 쓰고 있는 것이 자서전의 문제, 요컨대 우리가 자신의 삶을 알 수 있는가라는 핵심적인 문제에 관한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의 삶 가운데 실제로 기록되는 것이 어느 정도일까? ....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친구와 가족, 잠깐 알고 지냈던 이들 등, 다른 사람이 우리에 대해 하는 말을 빌려온 것이기에, 나는 이런 상상의 목소리들을 소설 속에 집어넣어, 1905년 매니코바의 시골에서 태어난 데이지 굿윌 플렛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 자서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는 뭔가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데이지라는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제목은 어머니 성인 스톤을 제목화하여 [스톤 다이어리]라 하였다.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처럼 여성을 중심으로 세대가 이어가는 서술이다. 보통의 자서전이 나 중심으로 서술되어 재미없어지기도 한데, 이 책은 소설이기도 한 만큼 상황이해가 더 중요하다보니 편지 형식이 나오기도 하고, 주변 인물들의 이름으로 직접 기술하기도 하고, 마지막 부분 주인공의 죽음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화자가 되어 고인이 남긴 유산,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막을 내린다.
살아가는 것이 그렇지 아니한가, 내가 알고 있는 나보다 주변사람들이 나를 더 잘 표현해주기도 하니까. 내가 자서전이라는 것을 쓸 수는 있다하더라도, 정말 내가 나를 잘 알고 쓰는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캐럴 실즈가 퓰리처 픽션부문 상을 받은 건, 아마도 자서전의 형태를 새롭게 해주었다는 건 아닐까,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다.
첫댓글 카마쿠라해변의 네 자매가 들려주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이어
살아온 삶을 바라보며 깊이 성찰하게 하는 스톤 다이어리까지
다음에는 어떤 다이어리가 이어질지
이춘아 대표님의 북다이어리가 궁금해 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