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그만 대형냉장고에 갇혔습니다. 사실 고장이 나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냉장고였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나서의 일이기에 다음 날 출근 때까지는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다음 날 직원이 출근하여 수리를 위해 그 냉장고를 개방하였습니다. 그런데 웬 사람이 냉장고 한편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직원 중의 한 사람입니다. 문제는 죽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작동이 되지 않고 있었고 냉장고의 크기로 보아 산소의 양도 충분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죽어서 발견되었을까요? 철학자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요. 냉장고에 갇혔다, 이제 죽을 수밖에 없다, 그 절망감이 결국 죽게 한 것입니다. 사실을 알았다면 죽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지요.
죽겠다 싶으면 죽는 것입니다. 살아야지 하면 사는 길을 찾습니다. 어느 쪽으로 생각하느냐, 그것이 생사를 가릅니다. 물론 차원이 다릅니다. 어느 외딴 섬에 떨어졌다는 사실과 거의 1년을 쾌속으로 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 화성에 홀로 남았다는 사실은 엄청 다른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어떤 화물선이라도 지나가지 않으려나 하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지구 안에서의 일이 아닙니다. 동료들은 이미 떠났고 자기에게서 한참 떨어져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연락할 통신 장비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지고 있는 것은 사고를 당했을 때 망가졌고 그곳에 남은 것은 오래 전에 버려진 구닥다리입니다.
그곳은 화성입니다. 잘 아는 대로 공기가 지구와 다릅니다. 우주복을 벗었다가는 끝납니다.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나니 사고를 당한 것이고 동료들은 자기를 죽었다고 판단하여 급한 상황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생사여부를 알려주는 기구가 사고를 당하며 파손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떠나간 동료들을 원망할 계제가 아닙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생존이고 탈출입니다. 그런데 탈출이 그냥 탈출이 아닙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탈출합니까? 우주로 나갈 로켓이 어디 있습니까? 지구에서 와주어야 합니다. 그것도 거기까지 오려면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면 그 때까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습니까? 식량이 문제입니다.
우선은 알려야 합니다. 내가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지구에서 알아야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통신수단을 찾아야 합니다. 다른 한편 식량의 재고를 알아보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계산해야 합니다. 남겨진 식량으로는 어림없지요.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생산해내야 합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감자입니다. 농사를 짓는 것이지요. 씨감자는 있다, 그런데 어떻게 재배합니까? 어찌 되었건 화성도 땅덩이입니다. 그러나 지구의 흙과 별차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비료가 필요합니다. 함께 생활하며 싸놓은 자연비료가 있습니다. 이렇게 재활용이 되는구나 놀랍습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생명체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물입니다. 물 자체를 구하기는 어려워도 공기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산소와 수소 그 조합으로 물을 만들어냅니다. 씨감자를 심고 거름을 주고 물을 뿌립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과연 변화가 생길까요? 초조한 시간이 지나갑니다. 화성에서 파란 싹이 트는 것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우리 지구에서 매양 보고 지낸 나뭇잎들을 보며 그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을까요? 하기는 겨울을 지나고 봄이 오는 무렵 죽은 듯했던 나무 가지에서 움트는 싹을 볼 때 비슷한 감동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무게는 대단히 다를 것입니다. 생명체가 있을 수 없는 땅덩이에서 생명체를 키워낸 것이니 말이지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이미 보고를 받아 알고 있습니다. 승무원 중 한 사람은 사고로 희생하였음을. 그리고 귀환 중임을 계속 보고 받고 있습니다. 나사 직원은 계속 화성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화성 기지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한편 화성에 남겨진 ‘마크’는 이전에 남겨진 장비들을 점검하고 구식으로라도 지구와 통신할 방법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냅니다. 드디어 지구 나사와 통신이 이루어집니다. ‘살아있다’는 사실에 흥분의 도가니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입니다. 어떻게 구출합니까? 외딴 섬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기를 무엇으로 어떻게 가서 구합니까? 그 한 사람을 살리려고 어떤 희생을 감내해야 합니까?
그러나 이 문제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그 한 사람은 인류를 대표하여 외딴 별에 가 있는 것입니다. 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인류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온 세계가 나서서 관심을 가지고 도우며 지켜봅니다. 나사의 문제도 미국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온 지구촌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결국 귀환 중의 우주선도 마크가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구출작전에 함께 돌입합니다. 한 사람으로 인하여 온 지구촌이 한 마음이 되는 순간입니다. 인종도 종교도 사상도 없습니다. 우주에서는 한 지구인일 뿐입니다. 그렇게 하여 함께 노력합니다. 영화 ‘마션’(The Martian)을 보았습니다. 2015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