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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17
씬1. 중정, 성모 방 (전 회 마지막에서)
(성모, 서랍을 여는데 봉투가 보인다. 홍기표가 준 그 봉투다)
성모 : (봉투 꺼내며) 이거, 홍회장이 부탁한 건데.. 니가 알아서 처리 해.
(성모, 찬성에게 봉투를 건네고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찬성, 봉투를 뜯어본다. 잠시 읽어보는 찬성이 놀라며..)
찬성 : 선배님..!
(성모, 나가려다가 돌아보는데... 찬성, 놀란 채 종이를 건넨다.
그곳에 적힌 신상명세... ‘이성모, 1953년 생. 부산 출생.. 이강모, 1958년 생, 부산 출신’
성모, 멍해지는데..!! 그 위로...)
기표 : (E) 우리 식모애가 오빠들을 찾아 달라면서 나한테 부탁을 한 게 있습니다.
성모 : (눈물 고여 온다) 미, 미주야...!!
찬성 : 맞죠? 선배님 동생이 맞죠?
성모 : ...! (놀라서)
씬2. 달동네 (몽타주)
- 골목길을 마침 미주가 걸어가고 있다. 반장과 형사 두어 명이 미주 뒤를 쫓고 있고...
미주,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 채...
- 미주 집 대문... 다가오는 미주, 집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라오는 반장과 형사들, 서로 시선 마주치며...
씬3. 동네 어귀 (밤)
(강모가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풀빵장수가 있고..
강모, 걸음을 멈추고 본다. 강모, 미주 생각..)
씬4. 미주네 집 대문 앞
(강모의 손에 풀빵 봉지가 들려져 있다.)
강모 : (대문, 두드리며) 미주야.. 자니? 이미주...
미주 : (E) 오빠..! (나온다. 대문 열어주며) 어디 갔었어? 오빠 없어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강모 : ... (빵 봉투 내밀며, 밝게 미소) 풀빵 사왔어. 맛있겠지?
미주 : (봉투 보며, 환해지고) 어떻게 알았어? 나, 지금 무지 배고팠는데...
강모 : (미소) 들어가자.
미주 : 어.. (들어가려는데)
반장 : (E) 야, 이강모..!
(강모, 돌아보는데 형사 두 명이 양쪽 팔을 꺾는다. 뒤로 수갑이 채워지고..)
반장 : 널, 홍기표 회장 살인범으로 체포한다.
강모 : ..!!
미주 : (놀라서, 풀빵봉지 떨구며 매달린다) 오빠..! 작은 오빠..!!
씬5. 그곳 일각
(성모와 찬성이 급히 다가오는데... 이때, 반장과 형사들이 수갑을 찬 강모를 끌고 나온다. 미주가 매달리며..)
미주 : 놔요...! 우리 오빠한테 왜 이래요..!
(성모, 미주를 보고 놀란다. 얼른 몸을 숨기고 보는데..)
미주 : 오빠..! 강모 오빠! 우리 오빠 놔달라고요..!!
(찬성, 놀라서 성모를 보면... 강모를 보는 성모, 놀라서 정신이 멍해진다.
반장,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미주를 밀치면 미주 넘어지는데..)
강모 : (놀라서) 미주야..!
미주 : (넘어진 채) 오빠..!
반장 : 어서 끌고 가..!!
(성모, 이를 악물며 권총을 꺼내려는 듯이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데 찬성이 손으로 막는다)
찬성 : (낮게) 선배님..!
성모 : ... (강모 쪽을 보는데)
강모 : (끌려가며 거칠게 반항한다) 나, 아냐..! 내가 죽인 게 아냐..! 놔..! 노라구..! 놔..!!
미주 : (주저앉아서) 오빠... 강모 오빠..!!
강모 : 미주야..! 걱정 하지 마.
미주 : 오빠..!
강모 : 오빠, 금방 나올 거야. 걱정하지 마, 미주야..!!
(끌려가는 강모. 미주, 문 앞에 주저앉아서 우는데..
성모, 강모가 동생이란 사실에 놀라서..)
씬6. 골목 일각
(경찰차가 서 있고... 강모, 형사들에게 이끌려 억지로 차에 태워진다. 곧바로 출발하는 경찰차...
그 뒤에 나타나는 성모와 찬성... 성모, 넋이 나간 듯이 보다가..)
성모 : 내 동생이야.. 내가 찾던.. 내 동생, 강모야...
- 인서트
(갈대밭에서 성모가 강모에게 총을 쏘는 장면, 짧게...)
-다시 골목 안
성모 : (눈물 고이며) 동생인지도 모르고.. 병신처럼... 내가 총을 쐈어...
찬성 : 선배님..
성모 : (울부짖듯) 내 손으로 동생을 죽이려고 했다고..!!
찬성 : (잡으며) 진정하세요..!
성모 : 강모야... 이강모..! 강모야, 임마..!! (부르다가 우는데)
찬성 : .. (안타깝게)
씬7. 미주 방 안
(넋이 나간 얼굴로 들어오는 미주... 허겁지겁 지갑을 찾아들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불쑥 들어온 성모와 마주친다.
미주, 이내 성모 얼굴을 알아보고...)
미주 : 또 뭐예요?
성모 : .. (본다)
미주 : 장부 나한테 없거든요? (급히 가려는데)
성모 : .. (막아선다)
미주 : (의아한 듯 보다가) 근데, 중정에 계신다고 하셨죠?
성모 : .. (눈물 고이고)
미주 : (눈물 꾹 참으며) 저, 부탁 있는데요. 우리 오빠가 지금 억울하게 경찰한테 붙잡혀 갔거든요? 저 좀 도와주시면...
(이때 성모, 떨리는 손으로 들고 있던 사진을 건넨다.
미주, 뭔가 싶어서 그 사진을 받아서 본다. 어린 시절의 가족사진...
미주, 놀라서 멍해진 채 성모를 보는데..)
미주 : 큰... 오빠?
성모 : .... (고개 끄덕이고)
미주 : (눈물 고인다, 얼굴 만져보며) 성모 오빠...
성모 : ... (눈물 주르르) 미주야...
미주 : (끌어안으며, 울음 터진다) 오빠..!!
성모 : 미주야.. (우는데)
미주 : 작은 오빠가 살인 누명 썼어. 강모 오빠가 우리 회장님 죽인 거 아냐, 큰 오빠..
성모 : 알아, 미주야...
미주 : 강모 오빠, 어떡해.. 이제 어떡해...
성모 : 미안해.. 미안해, 미주야.. 오빠가 못나서.. 이제야 니들을.. (우는데)
미주 : 큰 오빠.. (운다)
씬8. 달리는 경찰차 안
(뒷자리에 강모가 형사1과 반장 사이에 수갑을 찬 채 앉아 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이를 악다물고 뭔가 생각중이다.)
씬9. 동, 미주 방 안
(미주가 사진을 보고 있다)
미주 : (눈물 그렁한 채) 이 사진, 기억난다.. 크리스마스 때였나? 우리, 정말 이때 행복했었는데..
성모 : ... (안타깝게 미주를 본다)
미주 : 큰오빠만 만나면... 우리 다 같이 모여서 이때처럼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성모 : .. (가슴 아프다. 미주의 머리를 가슴에 안으며) 걱정 마, 미주야... 강모, 내가 구해 낼 거야... 오빠가 강모 구해 낼 거야...
미주 : 큰오빠... (가슴에 기댄다)
성모 : ... (미주를 꼬옥 안아주는데, 눈물 고인 채)
씬10. 경찰서, 취조실 안
(탁자 위에 범행 현장에서 수집한 물건들이 있다. 강모 옷 조각, 작업복, 등산용 곡괭이 등등...
반장과 형사 1, 2가 취조 중이다)
반장 : (탁자 내리치며) 너, 계속 오리발 내밀거야?
강모 : (답답해서) 저, 그 별장에 간 적 없어요. 홍회장, 만난 적도 없다구요!
반장 : (옷 조각 들고) 여기 이렇게 증거가 있잖아..!
강모 : .. (한숨, 본다)
반장 : 이게 왜 죽은 홍회장 손에 있었는지 말해 봐. 설명해 보라구, 임마..!
강모 : 누군가 절 범인으로 몰아넣으려고 일부러 놓고 간 거예요.
반장 : 뭐? (피식 웃으며) 그게 누군데?
강모 : 그, 그게... (망설인다)
씬11. 황태섭 집 안 거실
(반장과 형사들, 강모가 들이닥친다. 황태섭과 정식, 정연, 남숙이 놀라서...)
남숙 : 무슨 일이에요?
반장 : 황정식..! 널 홍기표 살해 용의자로 체포한다.
(형사들이 정식이의 양 팔을 제압한다. 수갑 채우는데..)
정식 : (태섭에게) 아버지...? 저 아니에요. 아버지..!
남숙 : 왜 이래요? 우리 정식이가 살인범이라니?
태섭 : .. (놀라서 강모 보며) 어떻게 된 거야?
강모 : (장부를 내밀며) 도련님 방에서 찾은 홍회장 장부입니다.
태섭 : 정식이, 너 이 자식..! 니가 죽이고 그 죄를 강모한테 뒤집어 씌워?
정식 : 아, 아버지...?
태섭 : (형사들에게) 당장 잡아 가요. 죄를 지었으면 그 대가를 받아야지.
정식 : 아버지..? (끌려가며) 홍회장, 혼자 넘어 졌어. 내가 죽인 거 아니야. 아니라구..!!
씬12. 정식이 방 안 (그 밤)
(정식, 으악 소리를 지르며 벌떡 꿈에서 깬다.
식은땀이 맺힌 정식.. 급하게 침대 밑에 있는 장부를 꺼낸다. 안도의 한숨... 잠시 장부를 보다가..)
정식 : (눈빛 무섭게 변하며) 어차피 죄 뒤집어쓰고 감옥 가는 건 이강모야. 무서울 거 없어.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만 하면 돼. 때가 될 때까지..
씬13. 동, 정연 방
(정연,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다. 갑갑한 듯 일어나 앉아서 한숨 내쉬는데...)
씬14. 동, 부엌
(잠옷 차림의 정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낸다. 컵에 따르는데 문득, 생각... 그 위로...)
- 인서트 (16부 46씬)
강모 : (피아노 위에 우유 잔을 놓아주며) 이거 먹고 얼른 자요.
- 다시 현실
정연 : (컵을 들고 우유 본다. 먹먹해 지는 가슴...) 강모야,..
씬15. 동, 마당 (아침)
(정연, 출근복 차림으로 힘없이 걸어 나오는데...)
강모 : (E) 아가씨, 늦었어요.
정연 : ..!! (놀라서 얼른 보면)
(양복차림의 염재수가 나와 있다. 정연, 실망스러운... 복자가 연탄집개를 손에 들고 옆에 있고...)
재수 : 밖에서 회장님 기다리시는구먼유.
복자 : 근디 아가씨 얼굴이 왜 그렇게 까칠 혀유? 어젯밤에 한 잠도 못잔 얼굴이네.
정연 : 시덕이한테 강모 소식 온 거 없어요?
복자 : 우리 시덕이, 아침 댓바람부터 강모 누명 벗겨야 한다고 나갔슈.
(이때, 정식이 나오다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정연 : 누명이라니요? 시덕이가.. 강모, 누명 썼다고 그랬어요?
복자 : 예에.
정식 : (다가온다) 증거 있대요? 누명 썼다는 증거?
복자 : 그, 그런 말은 못 들었는디...
정식 : ... (내심 안도)
정연 : 니가 웬일로 강모 일에 관심을 다 가져? 너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정식 : 내가 알긴 뭘 알아. (밖으로 나간다)
정연 : ... (뭔가 의심스럽게 보는데서)
씬16. 만보건설 직원 식당
(민우와 정연, 문성중과 기획실 직원들이 식사 중이다.
민우, 정연을 보면... 정연, 밥을 먹는 등 마는 둥 딴생각 중이다)
여직원1 : 어디 아파요? 그러고 보니까 밥도 하나도 못 먹네?
여직원2 : (민우에게) 혹시, 두 분 싸우셨어요?
민우 : (미소) 싸우긴요? (정연에게) 아프면 병원 데려다 줄게요.
정연 : ... 먼저 일어날게요. (식판 들고 일어서는데)
대리1 : 다들 뉴스 봤어요? 대륙건설 홍회장 죽인 사람, 우리 회사 이강모씨 맞죠?
정연 : ...! (본다)
성중 : 나도 그 뉴스 봤어. 그 친구,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섭구만...
정연 : (정색해서) 이강모씨 결백해요.
민우 : ...!! (본다)
정연 : 범인 아니라구요. 곧 밝혀질 거예요.
(정연, 식판 들고 간다. 다들, 왜 저래? 하는 분위기로 웅성대는데.. 민우, 굳어진 채..)
씬17. 기획실 안
(정연, 전화 중이다. 민우와 성중, 직원들 들어오는데...)
정연 : 네, 이강모씨 문제로 상의 할게 있다고.. 염시덕씨 들어오면 전화 부탁한다고 꼭 좀 전해 주세요.
민우 : ... (차갑게 보는데)
- 시간 경과
(민우와 정연, 문성중과 기획실 직원들이 회의 중이다. 정연, 전화기만 보고 있고...)
민우 : 이번 아파트 분양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생각입니다. 황정연씨는...
정연 : ... (딴 생각)
민우 : 황정연씨.
정연 : 네?
민우 : 방금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정연 : ... (말 못하면)
민우 : (탁자 내려치며) 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 겁니까?
(이때, 시덕이 급하게 들어와서...)
시덕 : 아가씨...?
정연 : (일어서며) 강모한테 무슨 소식 있었어?
시덕 : (슬쩍 눈치 살피며) 강모,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
정연 : ..! (놀라서) 뭐?
민우 : 지금 회의 중입니다.
정연 : 강모가.. 잡혔단 말야?
시덕 : .. (고개 끄덕이고)
민우 : 황정연씨..!!
정연 : 죄송합니다.
(정연, 급히 시덕과 함께 나간다. 민우, 인상 구겨지고...)
민우 : 회의 그만 마치죠.
성중 : 알겠습니다.
직원들 : .. (눈치 보며)
씬18. 용역반 사무실
(반원 서너 명이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다. 정식이 소파에 앉아서 기합을 주고 있고...)
정식 : 니들, 내 말이 우습게 들리냐? 어? (발로 차며) 똑바로 안 해, 임마.!
(이때, 정연과 시덕이 거칠게 문 열고 들어온다)
정식 : 뭐야? 업무 중엔 노크 좀 하고 들어와라.
정연 : (노려보며) 강모, 어제 경찰에 붙잡혔어.
정식 : 그래?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붙잡혀야지..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해?
정연 : 홍회장 죽던 날, 너 박소태란 사람하고 홍회장 별장에 갔었지?
정식 : ...!! (놀란다) 다들 밖에 나가 있어... 어서..!!
(용역반원들이 일어서서 다들 나가고...)
정식 : 무슨 개소릴 하는 거야, 지금?
시덕 : 잡아 뗄 생각 말아요. 그날 도련님이 저한테 강모 차 키 달라고...
정식 : 이 새끼..!! (조인트를 깐다)
시덕 : (까딱 없이, 노려보는데)
정식 : 나가, 임마... 얼른 못 나가?
정연 : 시덕아, 나가 있어.
시덕 : .. (분한 듯, 밖으로 나가고)
정연 : 사실대로 말해. 별장에 갔어, 안 갔어?
정식 : 갔으면? 너, 날 경찰에 고발이라도 할 거냐?
정연 : 못할 것도 없어.
정식 : (화 참으며) 정연아... 나, 아무리 이복이래두, 니 오빠야. 어떻게 오빠한테 강모 죄를 뒤집어씌울 생각을 하냐?
정연 : 뒤집어씌우는 거 아니야. 넌 분명 그날 박소태하고...
정식 : (OL, 노려보며) 경찰에 신고해 봐. 그날 내 알리바이 증명해 줄 사람 많으니까...
정연 : 그 알리바이 증명해 줄 사람들, 누군지 말해.
정식 : 야, 황정연.. (한숨) 기자들이 참 좋아할 거야. 만보건설 회장 딸이, 지 오빠한테 살인 누명 씌워서 신고했다고...
정연 : ...!
정식 : 집안 개망신 시키고 싶지 않으면 제발 생각이란 걸 좀 하고 행동해라. 알겠냐? (나간다)
정연 : ... (노려보는데)
씬19. 동 밖, 복도 / 사무실 안
(정식이 나온다. 긴장이 풀리 듯, 한숨 내쉬는데... 민우가 벽에 기대 있다. 두 사람, 잠시 눈이 마주치고...
정식, 민우를 지나쳐 가면 민우, 열린 사무실 문 사이로 들여다본다.
사무실 안... 망연하게 있던 정연이 주저앉는다)
정연 : (눈물 고이며) 강모야.. 너 어떡하니? 어떡하면 좋니? 강모야...
(정연, 주저앉은 채 운다. 민우, 질투심이 불같이 일어나는데...)
씬20. 중정 건물
필연 : (E) 뭐? 이강모가 잡혀?
씬21. 동, 조필연 방 안
(고재춘이 와 있다)
재춘 : 어젯밤에 긴급체포 됐답니다.
필연 : 장부는? 이강모가 장부를 갖고 있나?
재춘 : 완강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서, 취조가 쉽진 않은 모양입니다.
필연 : ... (생각) 아무래도 경찰서에 한번 다녀와야겠어.
재춘 : 오후에, 변호사가 오기로 했답니다.
필연 : 변호사? (생각) 황태섭 회장이 벌써부터 변호사를 붙인 거 보면, 틀림없이 이번 사건, 장부와 연관이 있어.
씬22. 경찰서 안
(반장, 막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민홍기와 변호사, 엄가가 다가온다)
변호사 : 전화 드렸던 이변호삽니다.
반장 : 어서 오세요. 근데, 이분은 누구...?
엄가 : (신분증 내보이며) 정보국장님이십니다.
반장 : (놀라서) 아, 그러십니까..! (인사 꾸벅)
홍기 : 이강모, 어느 방에 있어?
씬23. 동, 취조실 안
(강모가 수갑을 찬 채로 앉아 있고... 민홍기와 변호사, 엄가가 들어선다.
강모, 민홍기를 보고 표정이 굳는데.. 민홍기와 변호사, 자리에 앉고...)
홍기 : 자네, 나 알지?
강모 : ... (본다)
홍기 : 여기 이분은 널 변호해 주실 이상태 변호사야. 너한테 큰 도움이 될 거다.
강모 : .. (표정 없이 보는데)
변호사 : 이강모씨... 대한민국은 법치국갑니다. 어떠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라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권리가...
강모 : 용건이 뭐죠?
변호사 : .. (잠시 당혹하다가) 당신을 도와주려는 겁니다. 날 믿으시고 솔직하게 답변해 주시면...
강모 : 피곤하니까 용건만 간단하게 말씀하시죠.
변호사 : 그러니까..
홍기 : (답답해서, 불쑥) 장부 니가 갖고 있지?
강모 : .. (본다)
홍기 : 홍회장 장부 말이다. 너, 그것 때문에 홍회장 죽였잖아.
강모 : 가서 딴 사람이나 변호하세요. 난 도움 필요 없으니까.
홍기 : 야, 이강모...! (화 참고, 낮게) 너, 협조만 잘하면 징역살이, 삼년 내로 뺄 수 있어.
강모 : .. (본다) 장부 같은 거, 나한테 없어요.
홍기 : 그래? 그럼 이렇게 하지. 어쨌든 홍기표를 죽인 건 사실이니까.. (은밀하게) 조필연의 사주를 받았다고 진술해.
강모 : ...! (본다)
홍기 : 니가 법정에서 그 한마디만 해주면... 이후의 모든 상황은, 내가 책임져 주마.
강모 : ... (본다)
홍기 : 어차피 이대로라면, 넌 일급살인죄가 적용될 거야. 청춘을 빵에서 썩고 싶진 않겠지?
강모 : .. (차갑게 보는데)
씬24. 만보건설 회장실
(태섭과 주영국, 정식이 앉아 있다.)
태섭 : 아니, 살인범이라니? 강모, 그놈이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대체..!
영국 : 변호사를 알아 봐야 하는 거 아냐?
태섭 : 법조계에서 제일 유능한 변호사로 알아봐. 무조건 최고로..!
영국 : 알겠네.
정식 : 아버지, 뭘 그렇게 신경 쓰세요. 누가 보면 강모 그 자식이 아버지 아들인줄 알겠어요.
태섭 : 강모 그 놈, 날 위해서 서슴없이 목숨까지 내거는 놈이야. 너 보다 백배 아니 천배는 더 나, 이눔아.
정식 : (서운하다) 참 아버지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때, 인터콤이 울린다. 주영국이 받고...)
영국 : 네... (잠시 듣고, 태섭에게) 밖에 조국장이 와있네.
태섭 : 조국장이? (외면하듯)
영국 : 들어오시라고 해.
(곧이어 조필연과 재춘, 성모가 들어선다)
필연 : 안녕하셨습니까, 황회장님.
태섭 : (반갑지 않다) 어서 오십시오. 근데 무슨 일로?
필연 : (자리에 앉으며) 왜 준비 됐다는 소식이 아직 없는 겁니까?
태섭 : 준비라뇨?
필연 : .. (날카롭게, 본다)
태섭 : 아, 선거 자금 말씀이십니까? (못마땅)
필연 :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이번 선거는 집권당과 돈의 대결이 될 겁니다.
민홍기가 아무리 여당의 공천을 등에 업었다고 한들.. 결국 표심은 돈에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태섭 :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모으고는 있습니다만...
필연 : (본다) 돈을 적게 들이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긴 한데..
태섭 : .. (솔깃해서)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필연 : 홍기표의 복사본 장부만 있으면, 이번 보궐 선거에서, 돈을 안 쓰고도 민홍기를 무너뜨릴 수가 있어요.
정식 : ..! (슬쩍 태섭의 눈치를 살피며)
태섭 : 하지만, 없는 장부를 어떻게..
필연 : 이강모가 왜 살인을 했겠습니까?
태섭 : 그 장부를.. 강모가 갖고 있을 거란 말씀이십니까?
필연 : 우리끼리 이러지 맙시다. 난 황회장님이 시키신 일로 아는데..?
태섭 : 국장님? 아니, 내가 왜 그 장부를 탐내겠습니까?
필연 : .. (본다, 눈빛) 글쎄요.. 나도 그게 너무 궁금합니다.
태섭 : ... (긴장) 애들, 약혼식까지 한 마당에 아직도 절 못 믿으십니까?
필연 : .. (본다)
태섭 : .. (긴장, 보는데)
필연 : (하하 웃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동지이자 가족입니다. 제가 어떻게 사돈어른을 의심하겠습니까?
태섭 : ..
필연 : 황회장께서 일찌감치 변호사를 붙이셨길래 다른 이유가 있나 했습니다.
태섭 : ..? 변호사라니요?
필연 : 황회장께서 선임한 거 아니었어요?
태섭 : 난 금시초문입니다.
재춘 : ..! (놀란다) 국장님?
필연 : ..!! (놀라는데)
성모 : ... (심상치 않게)
씬25. 경찰서 안
(조필연과 성모, 재춘이 급하게 들어선다. 반장이 맞이하며..)
반장 : 어서 오십시오, 국장님.
필연 : 이강모 변호사, 누가 선임을 한 거야?
반장 : 저.. 중정 민홍기 국장님이..
필연 : 뭐? 민홍기가?
성모 : ..!
씬26. 취조실 안
(강모가 형사 1, 2에게 취조를 당하고 있다)
형사 1 : 그러니까, 홍회장 죽인 범인이 니가 아니라 박소태다 그거야?
강모 : 몇 번을 말씀드려야 돼요? 그 놈이 진범이 아니라.. 박소태가 진범을 알고 있을 거라구요.
형사 2 : 임마..!! (머리채 휘어잡는다) 너, 지금 우리 갖고 노냐? 어? 헛소리 해대면서 시간 끌려는 거, 모를 줄 알아?
(이때, 조필연과 성모, 고재춘이 반장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선다.
성모, 형사에게 머리를 움켜잡힌 강모를 보더니 표정, 굳어지고..)
반장 : 야, 니들 얼른 나와..
(형사, 1, 2 나가고 나면 조필연이 강모 앞에 앉는다. 강모를 보는 성모의 얼굴에 연민이 가득하다)
필연 : 장부 니가 갖고 있나?
강모 : ... 난 홍회장 안 죽였어요.
필연 : 민홍기가 와서 뭐라고 그랬어?
강모 : ... 난 안 죽였다고요.
필연 : ..!! (강모의 뺨을 후려친다) 묻는 말에만 대답 해..!
성모 : ..!! (욱, 한다. 참으며, 안타깝게)
필연 : 남산 지하실에 비하면, 여긴 천국이야. 말해, 민홍기가 변호사 데리고 와서 뭐라고 그랬어?
강모 : (오기어린 눈빛) 법정에서... 조필연 사주를 받았다고 진술하라더군요.
필연 : ..!! (놀란다)
강모 : 그러면, 삼년 이하로 만들어 주겠다고...
필연 : 민홍기, 이 새끼..!!
강모 : 조국장님은 나한테 뭘 해주실 거죠?
필연 : 뭐?
성모 : .. (불안한데)
강모 :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느니,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어차피 조국장님이나 민국장이나 다 같이 썩은 물이니까..
(필연, 주먹으로 후려친다. 수갑을 찬 채 의자에서 나가떨어지는 강모..)
필연 : (눈이 뒤집힌다) 너, 이 새끼, 감히 날 협박해? 뭐? 법정에서 거짓진술을 하겠다고? (의자 집어 들고) 해 봐, 이 새꺄.!!
(필연, 의자로 내리치려는데 성모가 다급하게 필연을 잡으며 말린다)
성모 : 이러지 마십시오.
필연 : 뭐야, 너?
재춘 : 야, 너 왜 그래?
성모 : 아직.. 기소되지 않은 용의자에 불과합니다.
필연 : 그래서?
성모 : 다치기라도 하는 날엔... 시끄러워질 수 있습니다.
필연 : (의자를 팽기친다, 강모를 노려보며) 민국장이 뒤를 봐준다고? 없는 죄도 사형수 만드는 게 우리 직업이야.
너, 다신 햇빛 못 볼 줄 알아.
(필연, 나간다. 고재춘이 따라 나가고... 성모, 안타깝게 강모를 본다. 강모, 성모를 외면하듯...
성모, 뭔가를 애타게 말하려고 하는 순간..!)
재춘 : (들어선다) 뭐해? 안가?
성모 : 예... (안타깝게 강모를 보며 나가는데)
강모 : .. (터진 입가의 피를 쓱 문지르며, 쓴 웃음)
씬27. 중정, 성모 방
(성모가 급히 들어선다. 신문을 보고 있던 찬성이 일어서는데...
성모, 권총을 꺼내 들더니 서랍에서 탄창을 꺼내 갈아 낀다)
성모 : (흥분해서) 내 동생 이대로 둘 수 없어..!
찬성 : 선배님..
성모 : 하루라도 빨리 강모를 못 구하면, 내가 미칠 것 같아..!
찬성 : 우선 우리가 진범부터 잡아야 해요. 그때까진...
성모 : 지금 강모, 이용당하고 있어..! 저 더러운 놈들이 지들 욕심 채우려고 내 동생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찬성 : 선배님..!!
성모 : ..!! (쾅 소리 나게 탁자를 총으로 내리치는데)
찬성 : 찾아보면... 분명 구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
성모 : .. (안타깝고, 답답하다)
씬28. 미주네 집, 방 안
(병색이 짙은 미주가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다. 성모가 통닭을 사들고 들어오면...)
미주 : 큰 오빠 왔어? (애써 일어선다)
성모 : 몸은 좀 어때?
미주 : (대답 대신) 작은 오빠는? 강모 오빠, 소식 들었어?
성모 : .. (마음 무겁다. 통닭을 꺼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지?
미주 : ... (시무룩)
성모 : (다리를 떼서 건네주며) 얼른 먹어 봐. 너, 통닭 좋아했잖아.
미주 : ... 입맛이 없어.
성모 : 너라도 기운 차려야지, 임마. (건네며) 어서 먹어.
(미주, 마지못해 닭다리를 집어 든다. 물끄러미 보다가..)
미주 : 작은 오빠.. 어디 아픈 데는 없겠지?
성모 : .. (답답하다, 한숨)
미주 : 이거... 강모 오빠 먹였으면 좋겠다... 밥은 잘 먹을까?
성모 : ... (미주를 본다)
미주 : 오빠.. 우리, 작은오빠한테 먹을 거라도 좀 넣어주면 안 돼?
성모 : ..? 먹을 거?
미주 : 어, 기운 내라고 국밥이라도 좀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성모 : ..!! (뭔가 생각)
씬29. 중정, 성모 방
(급히 들어서는 성모와 찬성..)
성모 : (돌아선다) 강모를 빼낼 방법이 있어.
찬성 : 예?
성모 : 찬성아.. 날 좀 도와줘야겠다.
찬성 : 도와주는 건 도와주는 건데.. 어떻게요...?
성모 :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뭔가 말한다)
찬성 : ... (심각하게 듣는데)
씬30. 구치소 방
(백수염파 조직원들이 있다.
멋진 흰색 수염이 돋보이는 50대의 두목이 수염을 다듬고 있고... 조직원들이 두목의 팔다리를 주무르며 수발을 드는데...)
조직원1 : 역시, 형님 수염은 언제 봐도 멋지십니다.
두목 : (흡족해서) 거울 좀 구할 수 없냐? 수염을 못 보니까 영 답답허네..
(일각의 구석... 강모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심각하게 생각하는...)
간수 : (들어선다) 이강모 면회다. 나와.
씬31. 구치소 대기실
(미주가 강모를 기다리고 있다. 눈물 꾹 참고 있다.
작은 구멍이 뚫린 유리창 너머로 간수가 강모를 데리고 나오자 얼른 밝은 미소 지으며... 강모, 다가와 앉으며...)
강모 : 미주야..!
미주 : 오빠... (본다) 얼굴이 많이 상했네?
강모 : (애써 밝게) 여기 보기보다 편해. 오빠 곧 나갈 거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
미주 : (미소 지으며) 어... 오빠.
씬32. 동, 경찰서 밖
(일각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 운전석에 성모가 타고 있다. 성모, 걱정스럽게 경찰서 쪽을 보는데...)
씬33. 다시 구치소 대기실
간수 : 시간 다 됐어.
미주 : (간수 눈치 살피며) 오빠, 내가 사식 넣었거든? 꼭 다 먹어야 해. 알았지?
강모 : 여기도 밥 잘 나와. 미주, 너나 잘 먹어.
미주 : 암튼.. 꼭 밥 잘 먹어, 알았지, 오빠?
강모 : 알았어.
간수 : (다가온다) 들어가자. (강모를 일으키는데)
강모 : (일어서서) 미, 미주야...
미주 : (안타깝게) 오빠..
강모 : 울지 마.
미주 : ...
강모 : 절대 울지 말라고... 난 그게 제일 걱정 돼.. 오빠 땜에 너, 울까봐..
미주 : (눈물 고인다, 꾹 참고) 안 울게... 절대 안 울 거야... 오빠도 울지 마.
강모 : ... (보다가, 해죽 웃어 보인다)
미주 : ... (웃는데)
간수 : .. (강모를 끌고 들어가고)
미주 : (다급하게) 오빠 꼭 밥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해. 꼭이야 꼭...
(강모, 간수에게 끌려 들어가면... 미주, 참았던 눈물 주르르 흐른다.)
미주 : 오빠.. 작은 오빠... (우는데)
씬34. 동, 경찰서 복도
(미주, 눈물 콧물 범벅인 채로 밖으로 뛰어나간다.
이때, 들어오는 민우와 부딪친다. 민우의 고급 양복에 콧물과 눈물이 묻고...)
민우 : (인상 쓰며) 뭐야?
미주 : 죄, 죄송합니다.
민우 : 닦아.
미주 : 네?
민우 : (눈짓으로 양복 가리키며) 여기 콧물 묻은 거 안 보여?
(미주, 놀라서 황급히 옷소매로 양복을 쓱쓱 문지르는데...)
민우 : (짜증) 에이 증말..! (미주를 확 밀치며) 더 번졌잖아. (손수건을 꺼내서 닦는데)
미주 : (미안해서) 죄송해요. 세탁비 드릴게요.
(미주, 지갑을 꺼내 펼치는데 달랑 동전 두 개.. 민우, 짜증스럽게 보는데...)
미주 : 지금 돈이 없는데... 연락처 적어주시면 나중에...
민우 : 됐어. 아, 재수 없어.
(민우, 콧물 닦은 손수건을 휴지통에 툭 던지고 간다. 미주, 그 등 뒤에다가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데..)
씬35. 동, 밖 일각 / 차안
(경찰서 입구.. 미주가 나오는데 정연이 급히 들어간다.
성모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고... 미주, 조수석에 타면...)
성모 : 강모한텐 얘기 전했어?
미주 : 어... 밥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성모 : 내 얘긴 안했지?
미주 : (고개 끄덕이고) 강모 오빠, 큰 오빠 만났다는 알면 좋아할 텐데...
성모 : 조금만 참자... 강모, 나올 때까진 조심해야 돼.
미주 : 근데... 작은 오빠 얼굴 많이 상했어.
(성모, 가슴 아프다. 미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경찰서쪽을 노려보는데)
씬36. 경찰서 안
(민우가 와 있다. 일각에서 반장과 단 둘이 만나고 있고..)
반장 : 조필연 국장님한테 연락 받았습니다.
민우 : 수사 진행이 궁금해서요. 이강모가 범인인 게 확실 한 겁니까?
반장 : 지금으로선,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민우 : (은밀히) 다른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이강모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반장 : 이건 극비사항인데... (낮게) 현장에서 발견된 등산용 곡괭이에서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민우 : ..! (본다) 이강몹니까?
반장 : 아닙니다. 홍회장의 것도 아니고..
민우 : 그럼? 제 삼의 인물이 있다는 겁니까?
반장 : 그럴 수도 있고.. 공범이 있을 수도 있어요.
민우 : ..!! (생각)
반장 : 이 사실이 알려지면 수사하는데 골치가 아플 수도 있어서... 은밀히 내사중입니다.
민우 : 만약.. 그 혈흔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반장 : 이대로 이강모를 기소해야죠.
민우 : .. (생각하는데)
(이때, 구치소 안이 소란스러워 진다. 정연이 형사 1과 실랑이 중이다)
정연 : 잠깐만 만나게 해주세요.
형사1 : 글쎄, 오늘 면회 시간은 다 끝났다니까요.
정연 : 금방 얼굴만 보고 나온다니깐요.
형사 : 이 아가씨가 정말 말귀를 못 알아듣나...
민우 : (다가온다) 무슨 일이죠?
정연 : ..! (민우를 보더니 잠시 당혹)
형사 : 이 아가씨가 이강모를 만나겠다고 하는 통에...
정연 : 그럼 편지라도 전해 주세요. 그건 괜찮겠죠?
(정연, 가방에서 연필과 종이를 꺼내더니 급하게 편지를 쓴다. 민우를 의식하더니 슬쩍 돌아서서...
민우, 굳어진 채 그런 정연을 보는데...)
씬37. 구치소 안
(백수염파 두목과 조직원들이 누워 있고... 구석에서 강모가 정연이 보낸 쪽지를 보고 있다)
정연 : (E) 강모야, 난 널 믿어.. 내가 너 무죄라는 거.. 꼭 밝혀 낼 거야.
너한테 누명 씌운 사람들... 그게 정식이라도 나 절대 용서 안 해.
씬38. 어느 빈민가 골목
(정연이 주소를 적은 쪽지를 들고 이 골목 저 골목을 찾아다닌다. 누군가에게 주소지를 보여주며 묻는데 가로젓고...
정연, 이마의 땀을 훔친다. 지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그 위로...)
정연 : (E) 박소태란 사람, 내가 반드시 찾아 낼 거야. 용기 잃지 마, 강모야. 너한텐 내가 있잖아. 알았지, 강모야?
씬39. 다시 구치소 안
(편지를 읽는 강모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입으로, 작게.. 정연아...)
씬40. 싸롱, 룸 안
(테이블 위로 뿌려지는 지폐들... 아가씨들이 서로 돈을 줍겠다고 난리다.
꽃무늬 남방 차림으로 멋을 부린 소태가 잔뜩 취한 채 의기 양양 술을 마시고 있고...)
여자 : (돈을 주어 챙기며) 오빠, 너무 멋있다.
소태 : 야, 이년들아, 돈이 그렇게 좋냐? 어? 돈에 환장들 했어?
여자 : 좋지 그럼? 오빤, 무슨 일 하는데 이렇게 돈이 많아?
소태 : 나? 난 도둑놈.. 아니, 사기꾼이다, 왜?
여자 : 사기꾼?
소태 : 그래, 친구 팔아먹는 사기꾼..
여자 : 어떤 친군지, 값이 두둑한가 보네? 나도 팔아먹을 친구나 있었음 좋겠다.
소태 : (정색하고) 뭐? 나가...
여자 : 왜 그래, 오빠?
소태 : 다들 나가, 이 년들아..!! (안주들을 쓸어버린다)
(여자들, 놀라서 도망치듯 나간다. 소태, 양주병을 입에 대고 미친 듯이 들이키며..)
소태 : (광기어린) 야, 이강모... 나, 원망하지 마라... 나 원래 이런 놈이야. 돈만 주면 뭐든 다 하는 놈이라구..!!
(술 마시고, 씩씩대며) 나 같은 놈 친구라고 생각한 놈이 등신이지.. 니가 내 인생, 책임져 줄 거 아니잖아.
이 박소태, 원래 개새끼라구..!
(소태, 술병을 집어 던진다. 괴로운 듯 탁자를 내리치며 고개 처박고 )
소태 : 야, 이강모.. 이 등신아... (흐느끼듯 우는데)
씬41. 황태섭 집 앞 (밤)
(정연이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우... 정연, 민우와 잠시 시선 마주치고...)
민우 : 하루 종일, 너 찾아 다녔어.
정연 : .. (대꾸없이 지나친다.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민우 : 이강모가 너한테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정연 : ...! (본다)
민우 : 너만 빼고 세상 사람들, 다 강모가 범인이라고 생각 해.
정연 : ... (화를 참으며 초인종 누르려고 돌아서는데)
민우 : ..! (잡아서 마주보게 하고) 내 말 안 들려?
정연 : (본다) 나 좀 내버려 둘래? 지금 내 머리 속에, 강모 구하는 거 외엔 아무 생각 없거든?
민우 : 이강모 외엔 아무 생각이 없어? 난? 난 니 머릿속에 아예 없는 거냐?
정연 : 있어야 돼?
민우 : ... (자존심 상한다, 차갑게 보다가) 좋아.. 다 좋아.. 좋은데... 내 앞에서 다른 남자 때문에 울지 마.
정연 : .. (보는데)
민우 : 다른 건 다 참겠는데... 그것만큼은 정말 못 참겠다.
정연 : ...
민우 : (초인종을 눌러준다) 들어가라. 피곤할 텐데...
(민우, 돌아서서 간다. 정연, 그런 민우를 물끄러미 보는데...)
씬42. 조필연 거실 집 (그 밤)
(양명자가 문을 열어 주면... 민우가 들어선다)
명자 : 술 마셨니?
민우 : 조금요.
명자 : 혹시 정연이 걔가 너 힘들게 하는 거 아니니?
민우 : (본다) 그런 거 없어요. (가려는데)
명자 : 없긴 뭐가 없어? 너 요즘 걔 때문에 속 썩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민우 : 그런 거 아니라니깐요.
명자 : 내가 내일 정연이 만나 보마. 만나서...
민우 : 하지마세요. 엄마까지 왜 그러세요?
명자 : (놀라서) 민우야?
민우 : 저한테 그냥 맡겨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올라간다)
명자 : (석연치 않게 보는데)
씬43. 로열클럽 홀 안
(여가수가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 중이다. 홀 안의 손님들이 집중하고 있고...
경옥과 지배인이 홀 안을 돌면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때, 경자가 다가와 경옥에게 뭔가 귓속말을 전한다.
경옥, 이야기를 전달 받고 심상치 않게 밀실 쪽을 보는데...)
씬44. 동, 밀실 안
(황태섭과 한명석, 천, 백, 조, 박회장이 모여 있다. 뒤쪽에 주영국이 있고..)
천회장 : (놀라며) 퇴출이라니요? 정부에서 건설사들을 무더기로 퇴출시킨단 말입니까?
명석 : 다들 아시다시피,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도 속출하는 상황이고..
백회장 : 도대체 기준이 뭡니까?
조회장 : 아무렇게나 뺑뺑이를 돌려서 퇴출을 시키진 않을 거 아닙니까?
명석 : 회사 재무 상태와, 은행 신용평가가 기준이 될 겁니다.
태섭 : 이번에 퇴출되는 기업 명단을 좀 알 수 없습니까?
명석 : 극비사항입니다.... 근데 황회장님께선 뭔 걱정이십니까? 지하철 공사만 성공시키면, 만보건설이 업계 일위가 되는 건
시간문제가 될 텐데요.
태섭 : 국가 경제가 위태로운데, 저만 잘살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우리 건대협은 국장님께서 잘 좀 봐주십시오.
(태섭, 일어서서 나간다. 주영국이 따라 나가고...)
박회장 : 국장님.. 우리 건대협도 퇴출 명단에 있는 겁니까?
명석 : .. (대꾸 없이 술 마시는데)
씬45. 동, 복도
(황태섭과 주영국이 걸어 나온다)
태섭 :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어. 틀림없이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게 될 거야.
영국 : 우리도 대책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나?
태섭 :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 만보건설이, 일개 건설사에서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이때, 경옥이 앞에 나선다. 마주치는 태섭과 경옥...
태섭, 슬쩍 주영국을 의식하며 지나쳐 가려는데...)
경옥 : 브이아이피 룸에 오병탁 의원과 백파 어르신 와 계세요.
태섭 : ..! (본다) 내가 껴도 되는 자린가?
경옥 : 저라면 이런 기회,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태섭 : ... (본다, 내심 고맙고)
씬46. 다른 방 안
(오병탁과 백파가 마주 앉아있다. 병탁, 백파에게 공손이 술을 따라 주며..)
병탁 : 형님하고 이런 자리, 얼마만인지 모르겠군요.
백파 : 말씀 낮추세요. 나 같은 일수쟁이한테, 너무 과하십니다.
병탁 : 왜 이러십니까? 아니, 솔직히 형님 아니었으면 지금의 이 오병탁이 어떻게 나왔게요?
백파 : ... (한 모금 마시는데)
(E) : 노크소리..
병탁 : (헛기침) 들어와.
(경옥, 황태섭을 데리고 들어선다)
병탁 : 황회장이 여긴 웬일이야?
태섭 : (공손히 고개 숙인다) 예고도 없이 죄송합니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병탁 : 글쎄.. 난 괜찮은데, 여기 백파께서 원래 사적인 자리를 안 하시는 분이라...
백파 : ... (내심 언짢다, 경옥을 보는데)
태섭 : 두 분께서 와 계시다는 소릴 듣고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습니다.
백파 : 저녁잠이 좀 많아서, 난 그만 가봐야겠소. (일어선다, 경옥에게) 아직 버스 안 끊겼지?
태섭 : ...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경옥 : .. (놀라는데)
태섭 : 제가 일자무식이지만, 여기 두 분의 도움 없이 이 바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병탁 : 황회장, 왜 이러시나?
태섭 : 저를 잘 지켜봐 주십시오. 지하철 공사 끝내고 나면, 저 강남 땅... 이 황태섭이 신천지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르신들...
(태섭, 두 사람에게 큰 절을 한다. 백파와 병탁, 그런 황태섭을 보는데..
경옥, 내심 놀란 표정으로..)
씬47. 골프 연습장 (낮)
(민우와 정식이 골프 중이다. 민우, 시원하게 드라이버 날리고.. 정식, 굿 샷, 외치고 타석에 들어선다. 잔뜩 폼을 잡고..)
민우 : (떠보듯) 경찰에서 수사 방향을 다른 쪽으로 잡는 거 같아.
정식 : (건성) 그래? (잔뜩 조준하고 치려는데)
민우 : 등산용 곡괭이에서 혈흔이 발견 됐다나봐.
정식 : ..!! (놀란다)
- 인서트
(홍회장이 휘두르는 곡괭이에 어깨 찍히는 장면, 짧게)
- 다시 연습장
정식 : (당혹, 그러나 느긋한 척, 다시 조준해서) 그 혈흔이 누구 건지 밝혀졌데?
민우 : 아직은 아닌데, 현장조사 다시 한다니까 뭔가 나오겠지.
정식 : .... (생각하다가 휘두르려는데)
민우 : 너, 그날 홍회장 만나러 갔지?
정식 : ..!! (터무니없이 땅을 후려치고, 민우를 본다, 독이 올라서) 정연이, 그 기집애가 그래? 내가 거기 갔다고?
민우 : 왜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정식 : 에이 씨.. (골프채 팽기치며) 기분 잡쳤네, 증말... (간다)
민우 : .. (노려보며)
씬48. 동, 사우나장
(정식이 탕 속에 앉아 있다. 민우가 다가와 탕 안으로 들어오는데..
민우, 날카로운 시선의 정식의 어깨에 새겨진 상처를 본다)
정식 : 아, 시원하다...
민우 : .. (정식을 보는데)
정식 : 왜 그렇게 쳐다 봐? 정연이 욕해서, 기분 상했냐?
민우 : ..
정식 : 내일 필드나 나가자. 오늘은 영 컨디션이 안 좋네...?
(정식, 탕 밖으로 나간다. 민우, 그런 정식을 의심스럽게 보는데서...)
씬49. 강변
(한적한 강가... 정식이 혼자 장부를 손에 들고 생각에 잠겨있다.
떨리는 손으로 지프 라이터로 불을 켜고 막 장부에 불을 붙이려다가)
태섭 : (E) 강모 그 놈, 날 위해서 서슴없이 목숨까지 내거는 놈이야. 너 보다 백배 아니 천배는 더 나, 이눔아.
정식 : ... (생각하는데)
- 인써트 (회상)
태섭 : .. (솔깃해서)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필연 : 홍기표의 복사본 장부만 있으면, 이번 보궐 선거에서, 돈을 안 쓰고도 민홍기를 무너뜨릴 수가 있어요.
- 다시 강변...
정식 : (라이터 끄고) 아, 갈등 때리네. 증말... 이것만 있으면 아부지한테 강모보다 더 인정받을 텐데...
(잠시 생각) 근데 홍회장 별장에 뭐 빠뜨리고 온 거 있으면 어떡하지? 아씨... 증말 미치겠다.
씬50. 달리는 차 안
(한적한 국도... 민우가 운전 중이고 정연이 옆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다)
민우 : 별장까지 가려면 한 시간은 걸려. 어젯밤에 한 숨도 못 잔 거 같은데, 그 동안 잠 좀 자.
정연 : (힘없이) 됐어... 잠 안 와.
민우 : 이강모가 너한테 그 정도로 대단한지 몰랐어.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주무시니...
정연 : (까칠하게) 같이 가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태우더니... 시비 걸려고? 당장 차 세워.
민우 : (픽 웃으며) 이제야 좀 예뻐 보이네.
정연 : 뭐?
민우 : 정연인 그렇게 까칠하고 매서워야지... 그래야 매력적이지.
정연 : (보는데)
민우 : 의기소침해 있는 거... 정연이 니 모습 아냐. 보기 싫어.
정연 : ...
씬51. 홍회장 별장 안
(모자를 눌러 쓴 정식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이때, 밖에서 인기척...
정식, 놀라며 얼른 문가 옆 한쪽 구석으로 몸을 숨긴다.
들어서는 정연과 민우...
정식, 그들을 보며 놀라서 인상 구긴다. 마스크를 꺼내 쓰고..
정연, 마치 수사를 하듯 주변을 구석구석 살핀다. 민우, 그런 정연을 보는데..
정식, 민우와 정연이 반대쪽을 살피는 사이 재빠르게 현관문으로 도망친다.
정연과 민우가 급히 돌아보면 이미 문소리만 남기고 도망치는 정식..
민우, 급히 쫓아 나가는데... 정연이 놀라서 급히 내다보는데..)
씬52. 별장 밖 마당쪽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죽어라고 도망치는 정식... 빠르게 그 뒤를 쫓는 민우..
정식,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화단쯤에 걸려 넘어진다. 뒤이어 민우가 달려들며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린다.
정식, 억..! 쓰러지고..! 민우, 마스크를 벗기고 주먹을 치켜드는데 정식이다. 민우, 놀라서..!!
정식, 씩씩대는데... 민우, 정식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더니 한쪽 구석으로 데려가 몰아세운다)
민우 : 너냐? 너였어?
정식 : 미... 민우야.. 그게 아니라...
정연 (E) : 민우야..! 조민우..!
(이때, 정연이가 민우를 찾으며 다가온다. 정식, 화들짝 놀라는데..)
민우 : 도망가..
정식 : (식은 땀 흘리며) 어?
민우 : 얼른 도망치라구, 임마.
(정식, 그대로 허겁지겁 도망을 친다.
민우, 그런 정식을 보더니 뭔가 잠시 생각... 옷매무새를 바로하고 태연하게 정연 앞에 모습을 보이는데..)
정연 : 범인은?
민우 : ... 놓쳤어.
정연 : 얼굴 봤어?
민우 : ...
정연 : 그 사람 얼굴 봤냐고..!
민우 : 아니.. 못 봤어.
정연 : 혹시, 정식이 아니었어?
민우 : .. 내가 정식이도 못 알아 볼까봐?
정연 : .. (이내 실망하다가) 너도 봤지? 이번 사건 진범, 분명히 따로 있어. 강모는 절대 아니야.
민우 : (차갑게) 공범일 수도 있지. 이강모하고...
정연 : .. (보는데)
씬53. 용역반 사무실 안 (밤)
(정식이 혼자 있다. 초조하게 서성이다가 밖으로 나가려는데 민우가 쑥 들어선다. 두 사람, 마주치고..
민우, 정식을 노려보는데...)
정식 : 민우야, 내가 홍회장 별장 간 건...
민우 : ... (정식의 어깨를 꽉 움켜쥔다)
정식 : (아파서) 아..!
민우 : 곡괭이에서 묻어 있던 피... 지금 당장 경찰서 가서, 누구 건지 조사 해 볼까?
정식 : (겁에 질려서) 미, 민우야..
민우 : 나한테만 사실대로 말해. 너지..? 니가 죽인거지?
정식 : ... (고개 떨군다) 사고였어..
민우 : .. (차갑게 본다)
정식 : 홍회장이 먼저 덤벼드는 바람에... 난 그냥 슬쩍 밀었을 뿐인데.. (머리 감싸며) 어휴, 씨..
민우 : ... 장부 어떡했어?
정식 : ... (본다)
민우 : 홍회장 장부 어디다 뒀냐고?
정식 : ... (잠시 생각하다) 불 태워버렸어... 너무 무서워서...
민우 : ...
정식 : 민우야.. 나 어떡하냐? 나 그냥, 외국으로 확 도망쳐 버릴까?
민우 : 홍회장이 죽던 그날, 나하고 같이 있던 걸로 해.
정식 : 어?
민우 : 넌 홍회장한테 안 간 거야. 가려다가 나 만나서 같이 술 마신 거라고.
정식 : 그치만... 혈흔은 어떡하고? 강모 그 자식이, 내가 홍회장 만난 거 알 텐데...
민우 : 그 문젠 나한테 맡겨. 알리바이만 확실하면, 조사 따윈 안하게 만들 테니까.
정식 : (덥석 껴안는다) 고맙다, 민우야.! 넌 정말 내 진정한 친구야.. 내가 언제고 이 은혜는 꼭 갚을게.. 고마워 민우야..
민우 : .. (생각하는 눈빛으로)
씬54. 경찰 서 안 (다음날 낮)
(민우와 정식, 반장이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다)
반장 : (잔 내려놓으며) 그렇잖아도, 이강모가 황정식이니 박소태니 자꾸 헛소리를 해대...
우리도 황정식씨를 호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정식 : (느긋하게) 치사한 자식... 원래, 강모 걔가 저하고 사이가 별로 안 좋거든요.
반장 : 어쨌든 이렇게 조실장님처럼 확실한 분이 알리바이를 대 주시니... 더 이상 조사할 것도 없네요.
민우 : 근데, 이강모는 아직도 진술을 거부하고 있습니까?
반장 : 곧 마무리 해야죠. 어차피 조서는 우리가 꾸미는 거니까..
민우 : .. (매서운 눈빛)
씬55. 경찰서, 취조실 안
(형사 1이 타이프 앞에서 조서를 꾸미고 있다. 강모가 그 앞에 앉아 있고...)
형사 1 : 너, 끝까지 버티겠다 그거지? (타이프를 친다)
강모 : 뭐라고 쓰는 거예요?
형사 1 : ... (대꾸 없이 타이프 치는데)
강모 : 박소태는 찾아보셨어요?
형사 1 : 박소태 지금 행방불명이야. 형사들 데리고 놀 생각 말고 지금이라도 니가 죽였다고 자백 해.
강모 : ... (미치겠고)
(이때, 형사 2가 쟁반에 백반을 들고 들어선다. 쟁반을 강모 앞에 넣고..)
형사 1 : 내껀?
형사 2 : 아직 식사 안했어?
형사 1 : 너무하네, 정말... 배고파 죽겠는데... (일어서며, 강모에게) 금방 먹고 올 테니깐 너, 빨리 먹어? (나간다)
형사 2 : ... (따라 나가고)
강모 : ... (먹고 싶지 않다. 한숨 내쉬며 보는데)
미주 : (E) 오빠, 꼭 밥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해. 꼭이야 꼭...
(강모, 공기 밥을 떠먹기 시작하는데... 이때, 강모의 입안에 뭔가가 들어온다.
이상해서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빼내는데... 꼬깃꼬깃 접은 종이다. 강모, 얼른 그 종이를 펼쳐드는데..)
성모 : (E) 응급환자면 유치장에서 나올 수가 있어. 일단, 밖으로만 나와라.
(강모, 놀란다. 누굴까..?
이때, 형사 2가 들어선다. 강모, 얼른 종이를 입에 넣더니 국을 후루룩 마시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눈빛...)
씬56. 유치장 안
(강모가 한쪽 구석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백수염파 조직원들이 두목 주변에 앉아서 안마를 하고 다리를 주무르며.. 두목,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강모를 보다가...)
두목 : 아가.. 너, 살인범이라며?
강모 : .. (본다)
조직원 1 : 마, 눈 안 깔아? 여기 이분이 누구신지 알고...
두목 : (폼 나게 말린다) 아, 됐어.. 너 왕십리, 백수염파라고 들어봤냐?
강모 : .. (보는데, 그 위로)
성모 : (E) 응급환자면 유치장을 나올 수가 있다. 일단, 밖으로만 나와라.
조직원 1 : 형님 수염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걸 보니, 햇병아린가 봅니다. (강모 보고 인상 쓰며) 너 얼른 와서 인사 안혀?
강모 : ... (다가온다)
두목 : 너, 누구 죽이고 왔냐?
강모 : .. (물끄러미 본다)
두목 : 이왕 빨간 줄긋는 거, 얘처럼 굵고 찐해야지... 잡범, 그거 아무짝에도 못 써... 너, 이름 뭐냐?
강모 : .. (물끄러미)
두목 : 이름 말여. 너 이름 없어?
강모 : ..!! (두목의 멋진 수염을 확 잡아 뜯는다)
두목 : 앗 따거..!! 이 썩을 놈이?
강모 : (손에 한 움큼 뽑힌 털을 두목 얼굴에 대고 후 부는데..)
조직원 1 : 이 놈이 감히 두목님 수염을..!!
두목 : 야, 얼굴만 건드리지 말고, 아작 내버려.
(조직원들, 강모에게 모포를 뒤집어씌우더니 일제히 달려들며 짓밟는데..)
씬57. 동, 유치장 안 (시간 경과, 밤)
(강모가 한쪽 구석에 누워 있다. 배를 움켜쥐며 고통스럽게... 백수염파 두목과 조직원들이 잠들어 있는데..
강모, 슬그머니 일어선다. 두목에게 다가가고.. 두목, 입맛을 다시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잠들어 있는데...
강모, 턱수염을 집더니 확 뽑아 제낀다)
두목 : (몸을 벌떡 일으키며) 앗 따거라..!! (강모보고, 놀라서) 너 뭐여?
조직원들 : ... (다 일어나고)
강모 : .. (손에 한 움큼 뽑힌 털을 후 부는데)
두목 : (탁을 만져보면 듬성, 뽑혀 있고..) 이런 쳐 죽일 놈이..!! 야, 이놈 잡아..!!
(조직원들이 강모를 잡아 일으킨다. 두 팔을 잡고...)
두목 : (기가 막혀서) 너 죽고 잡냐? (조직원에게) 이 놈 입 틀어 막어.
(조직원이 얼른 양말을 벗어주면 두목, 양말짝으로 강모의 입을 틀어막는다)
두목 : 감히 백수염파 두목, 수염을 뽑아?
(복부를 강타하기 시작한다. 강모, 두들겨 맞으며..!!)
- 시간경과
(땀에 젖은 두목... 씩씩대며 강모 입을 막은 양말을 빼낸다.
조직원들이 놓아주면 강모, 그대로 배를 움켜쥐고 털썩 고꾸라지는데... 두목, 무릎 굽히고)
두목 : 마.. 너 털하고 웬수 진 거 있냐?
강모 : .... (앞으로 고꾸라진 채 신음)
두목 :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수염 건드리는 건 못 참거든?
강모 : ... (엎드린 채 부르르 떨며 손을 뻗는다)
두목 : 그래, 잘못했지? 아, 자식.. 내가 웬만하면 살인범이라 손 안 대려고 했는데...
(강모,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서 두목의 남은 수염을 몽땅 뽑아 버린다)
두목 : 아. 따거...!! 근데 이 시러배 아들놈이..!!
(두목, 모포를 뒤집어씌우고는 마구 강모에게 발길질을 해대는데..!!)
씬58. 경찰서 밖 (그 밤)
(구급차가 서 있다. 강모가 형사 1의 등에 업힌 채 나오고... 반장과 형사 2가 따라 나오며..)
반장 :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형사 2 : 몰매를 맞았나 봅니다.
(강모, 급히 구급차에 태워지면 형사 1, 2가 동승하고.... 구급차 떠나가는데)
반장 : 내, 이 양아치 새끼들을 그냥..!!
씬59. 유치장안
(두목과 조직원들이 풀이 죽어서 모여 있다. 두목의 수염이 다 뽑혀 있고... 두목, 맨숭맨숭한 턱을 만지며...)
두목 : 우리 조직 이름 바꿔야겠다... 백수염파는 무슨 얼어 죽을...
조직원들 : (침통하게) 형님..!!
씬60. 병원 앞
(엠브란스가 도착해 있다. 구급대원들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동 침대에 누워 있는 강모를 빠르게 이동 시키고...
일각의 승용차 안... 지켜보던 성모와 찬성이 재빠르게 차에서 내리고는 주변을 살피며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씬61. 동, 세탁실 안
(성모와 찬성이 세탁물 속에 수술 복장을 찾아 입는다. 가져 온 마스크를 착용하고...)
씬62. 병원 복도
(정복 경찰 두 명이 병실 안을 지키고 있고...)
씬63. 병실 안
(강모가 정신을 잃은 듯이 누워 있다. 수갑이 침대에 맞물려 강모 손에 채워져 있고... 의사와 간호사가 강모를 진찰 한다.
형사 1, 2가 있고...)
형사 1 : 어떻습니까?
의사 : 늑골에 금이 간 것 외엔 큰 이상이 없습니다. (밖으로 나가며) 오늘 밤만 경과를 지켜볼 테니 내일 데려 가세요.
(의사와 간호사, 형사들이 밖으로 나간다.
눈을 뜨는 강모, 몸을 움직이려는데 수갑이 채워져 있고.. 강모, 옆구리에 통증..!)
씬64. 동 밖, 복도
(한밤중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수술 복장에 마스크를 쓴 성모가 빈 이동침대를 끌고 다가온다.
정복경찰 두 명이 병실 앞을 지키고 있고... 성모 맞은편에서 역시 같은 복장에 마스크를 쓴 찬성이 다가온다.
성모와 찬성, 서서히 경찰들 쪽으로 다가가는데... 병실 앞에서 멈추는 두 사람...
경찰들, 뭔가 이상해서 보는 순간, 성모와 찬성이 각각 한명씩 순식간에 후려치며 제압하는데..!!)
씬65. 동, 병실 안
(신문을 보던 형사 1, 바깥이 소란하자 돌아보는데.. 성모와 찬성이 축 늘어진 경찰 두 명을 끌고 들어선다)
형사 1 : (놀라서) 니들 누구야?
(형사 1, 급히 권총을 빼내려고 안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강모가 몸을 일으키며 한 쪽 팔로 형사의 목을 휘어 감는다.
성모, 달려들며 형사의 안면을 가격하는데... 형사 1,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찬성, 급히 병실 밖을 살피는 사이 성모가 형사 1의 몸을 뒤져 수갑 열쇠를 꺼낸다)
강모 : 누구십니까?
성모 : ... (수갑을 따주며) 시간 없어, 빨리 움직여..!!
씬66. 병원 로비
(수술 복장에 마스크를 쓴 성모와 찬성이 이동 침대를 끌고 간다. 강모가 침대에 누운 채 천을 덮고 있고...
막 들어오던 형사 2와 부닥칠 뻔 한다)
형사 2 : 어이쿠, 미안합니다.
(성모, 대꾸 없이 이동 침대를 끌고 지나가고... 형사 2, 대수롭지 않게 보고는 가는데...)
씬67. 동, 병실 안
(들어서는 형사 2.. 형사 1과 정복 경찰들이 쓰러져 있다. 형사 2, 놀라서 형사 1을 일으키며..!!)
형사 2 : 이봐, 어떻게 된 거야?
형사 1 : 얼른 가서... 이강모 잡아...
형사 2 : ..!! (뛰어 나가는데)
씬68. 달리는 승용차 안
(수술 복장에 마스크를 쓴 찬성이 운전 중이다. 뒷자리에 강모와 성모가 앉아 있고...
강모, 뒤 돌아보며, 불안하다. 성모, 마스크를 쓴 두 눈이 촉촉해 있고...)
강모 : 고맙습니다... 근데, 누구신데 저를...
성모 : (마스크 쓴 채, 본다)
강모 : .. (눈에 익은 눈매다. 보는데)
성모 : .. (눈물이 고여 오고)
강모 : ... (이상한 듯이 쳐다보는데...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