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와 텔레비젼
내가 어렸을적 60년대 초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고향
마을엔 수령 백년도 넘었을 큰 감나무에 높이 안테나
드리우고 송판으로 대충 만든 네모난 단파 라디오가
유일한 바깥 세상을 접하는 매개체였다 그 라디오 소리
를 들으려 저녁이면 이웃집 마실꾼들도 모였다
그 라디오에선 때로 축구 권투 레스링 경기 실황 중계
도 있었고 가수들의 노래 인기 연속극이 나오는 프로는
많은 사람들의 귀를 한곳에 모으는 작용을 했다 다음날
모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대부분 라디
오 연속극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도 했고 후에는 밭일을
할때도 밭 한켠에선 트렌지스터 라디오 소리가 들렸다
70년대 초 흑백 텔레비젼
을 구한 집에서 축전지를 이용하여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
이지만 그집에 얼마씩 돈을 내고 보기도 했고 당시 TV를
통해 여러 인기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처음 볼수 있었는데
음악 쇼 프로 레스링이 폭발적인 인기였다
김 일 선수의 박치기 코부라 트위스트 여건부 선수의 알
밤까기 천규덕 박송남 그 레스링 흉내 낸다고 힘 약한놈
붙잡아 굴리고 꺾고 많이 울린놈도 있지 않았던가 농구의
신동파 박신자 축구의 김호 이회택 김정남 등등 아직도
이름이 쟁쟁한 선수들 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미래에 닮고싶은 희망이었다 그러나
저녁먹고 호롱불에 공부 하기는 싫고 티브도 볼수 없는
놈들이 단골로 모이던 누구네 산소는 아랫뜸 윗뜸 편을
갈라 씨름경기가 이어지고 누구네 마당은 자치기 술레잡
기 깡통차기 땅따먹기 각종 놀이가 행해지던 곳이었다
이제 티브정도는 쓰레기장에도 넘쳐나는 세상이며 또
티브는 많은 사람을 티브앞에 붙잡아 두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뛰어 놀아야할 아이들
까지 붙잡아 두었으니 요즘 아이들은 안경 낀 사람이
많고 체력도 예전 아이들만 못한것 같다
예전엔 쉽게 접할수 없던 티브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온
종일 이라도 티브를 볼수있다 티브로 인해 가족간의 대화
도 줄어들고 아이들의 체력도 줄어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 부족한것을 채우기 위해 잠시 티브를 끄는것도 좋겠다
한때 부의 상징이었고 추억이 있었던 티브 이제는 일상
생활이 되어 버렸고 어쩌면 우리는 그 요술상자에 미쳐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난 오늘 저녁이면 또다시 텔레비젼으로 손이 갈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텔레비젼 중독자이다
그리고 요즘은 컴퓨터가 많은 시간 사람을 붙잡아 둔다
미래에는 또 무엇이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
등불/영사운드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고요히 타오르는 장미의 눈~물
하얀 외로움에 그대 불을 밝히고
회상의 먼바다에 그대 배를 띄워요
창가에 홀로앉아 등불을 켜면
살며시 피어나는 무지개 추~억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정답게 피어나는 밀감빛 안~개
황홀한 그리움에 그대 불을 밝히고
회상의 종소리를 그대 들어보아요
창가에 홀로앉아 등불을 켜면
조용히 들려오는 님~의 목소~리
님~의 목소~리
|
|
첫댓글 옛날 이야기와 어울리는 영사운드에 등불이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약천은 흑석리 보다 더늦게 전기에 혜택을 보았지요.
노란 가릿나무 타는 쇠죽솥 걸린 사랑채 기둥에 붙박힌 베니아판 하꼬상자
그 작은 소리의 새집 같은 라디오
껏보리 두 말만치만 세상을 들려주던 소리상자
개교 기념일에 녹음하여 입면 하늘 가득히 방송을 타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다시 들리는 듯하다
면사무소 옆굴텡이를 차지하고 최병택이네 아버지가 꾸려가던 유선중계국
들기름 먹인 종우대기 마루바닥이 연탄불기로 까맣게 눌어붙은 입면방송국
참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