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끝까지
올여름 런던 올림픽이 열리고 가을에는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된다. 하계올림픽과 미국대통령 선출은 사 년 주기로 같은 해 치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올봄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고 초겨울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만 이번 같은 정치 일정은 현행 헌법으론 그 반복 주기가 아주 드문 현상이다. 올해는 음력으로 삼월달이 한 달 더 있지만 양력도 윤년이라 이월이 스무아흐레까지 있는 달이었다.
봄방학 끝자락 덤으로 하루 더 있는 날 아침이었다. 나는 창원실내수영장 앞으로 갔다. 그곳은 트리비앙아파트 건너편으로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와 그리 멀지 않았다. 나는 757번 좌석버스를 타고 종점인 진해 용원까지 갔다. 말이 진해지 부산 신항만과 이어진 곳이었다. 버스 종점 망산도 앞에는 가덕도로 가는 마을버스와 하단 전철역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있었다. 나는 하단행 버스를 탔다.
내가 탄 버스는 삼성자동차공장을 거쳐 녹산중학교 앞을 지났다. 명지포구 곁은 을숙도였다. 나는 을숙도를 코앞에 앞둔 명지시장에 내려 보행자 조작신호기를 눌러 강둑으로 나갔다. 근처는 을숙도하구언 배수갑문이었다. 그곳에서 안동댐까지가 삼백팔십이 킬로미터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내가 걸으려고 한 기점이었다, 나는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선 강둑 따라 뚜벅뚜벅 걸어갔다.
내 도보여행 시작은 을숙도에서 시작된 낙동강 살리기 공사 첫 구간이었다. 강둑에는 수령이 제법 된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섰고 자전거길이 닦여 있었다. 자전거가 다닐 정도기에 보행자가 다니기는 더더욱 좋았다. 내가 걷는 산책길은 체육공원 보조경기장처럼 우레탄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서부산 인터체인지 가까운 곳은 샛강 맥도강이었다. 맥도강은 본류 낙동강에서 마지막 샛강이었다.
강 둔치에는 생태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변공원에는 산책로를 겸한 탐방로가 설치되고 있었다. 묵은 갈대숲 곁의 강 언저리는 가마우지와 오리들이 모이를 찾고 있었다. 강 건너는 엄궁 농산물도매시장이었다. 승학산 기슭에는 고층 아파트가 늘어서 있었다. 사상 덕천 구포 화명까지 이어지는 강변은 낮고 높은 아파트가 숲을 이루었다. 강물이 너울너울 흐르고 둔치는 빛바랜 갈대숲이었다.
내가 걸어간 강둑 어디쯤 박목월의 ‘나그네’와 ‘완화삼’을 새긴 시비가 있었다. 서부산에서 사상으로 가로지른 낙동강다리 밑을 지니니 또 다른 교각 구조물이 보였다. 김해 삼계에서 부산 사상까지 연결되는 경전철 교각이 낙동강을 가로질렀다. 마침 그때 다리 위로 승객을 태운 경전철 두 량이 강을 건너가고 건너오고 있었다. 시야 가까이 관제탑이 들어오는 것으로 봐 김해공항이 가까워졌다.
나는 덕두 쉼터에서 도시락을 비웠다. 이어 공항 곁의 강마을로 내려서니 오일장이 선 날이었다. 나는 장터를 구경하고 귀가 교통편을 정해야 했다. 김해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공항을 경유하는 경전철을 타고 사상으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거나 김해로 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돌아가도 되었다. 나는 공항버스도 경전철도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했다.
나는 김해평야를 가로질러 장유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장유까지 곧게 난 길은 없었고 미로처럼 얽힌 길을 불모산과 용제봉만 쳐다보고 방향을 잡았다. 공항 부지는 국내선 국제선 화물터미널에 이어 공군부대까지 아주 넓었다. 나는 공항 북쪽 공군부대를 한참 에둘러 대저 칠점마을을 거쳐 북정마을로 빠져나갔다. 동김해로 들어서는 선암다리로 가는 길이었다. 그곳으로 나아가면 안 되었다.
김해평야는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 농지가 잠식되었다. 비닐하우스에는 상추나 토마토를 길렀다. 나는 가락방면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덕계마을에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서낙동강을 건너는 강동교를 지나니 가락이었다. 가락에서 장유까지도 한참 걸어야했다. 비닐하우스에 참외를 가꾸는 들판 가운데 은혜학교를 지나니 장유가 가까워졌다. 조만강 둑 따라 걸었더니 아울렛이 나왔고 무계리였다. 12.02.29
첫댓글 참 많이도 걸으셨습니다. 30Km 이상 걸으신 것 같습니다. 무릎 조심하셔야지요. 암튼 대단하신 행보이십니다. 다음에 또 한번 걷도록 합시다. 마치 지도를 보는 듯합니다.
그날, 산정마을 곡차 음미와 돈담마을 봄까치꽃 탐방도 좋았습니다. 언제 봄날 근처 산자락 함께 갔으면 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