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목욕탕에서 문신(文身)을 한 사람을 보았습니까? 시인은 이름이 문신이라 남들에게 놀림감이 된 적이 많았던 것 같군요.( 실명 맞지요?) 가슴과 등에 용과 뱀을 크게 문신을 하여놓고 일심(一心), 화살에 꽂힌 심장을 함께 그려놓았으니 온몸이 문신 투성이 일테지요. 대중 목욕탕에 가면 남의 시선을 많이 받겠습니다. 문신은 한번 해놓으면, 레이저 치료를 받아도 거의 지워지지 않습니다. ( 문신 제거에 드는 비용도 많이 비쌉니다.)
힘의 균형
문 신
1.
용(龍) 한 마리 보았다
용은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드나들며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 비늘을 자랑하고 있었다
용 주변에는 전갈이나
코브라 같은 맹독류들이 눈을 부릅뜬 채
한증막의 폭염을 견뎌내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제가 떠나온 사막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가끔씩 어푸어푸 가쁜 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일심(一心)과
화살 꽂힌 심장과
착하게 살고 싶은 욕망은
벌겋게 달아오른 몸으로 샤워기 앞에 서서
오래오래 비누칠을 하였다
가끔은 눈가를 훔치며 몇 방울의 눈물을
비누거품 속에 흘려놓기도 하였지만
그것이 참회의 눈물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우연히 혹은 정기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아무것도 빛날 것 없는 제 몸을
피멍이 지도록 닦아대다가
갑자기 약속이라도 생각난 표정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2.
비쩍 마른 반바지 사내가 들어와
두 팔을 허리에 척 걸치고 용을 불렀다
마침 온탕에 들어앉아 나른하게 졸고 있던 용이
눈을 번쩍 뜨며 쪼르륵 달려와
반바지 사내 앞에 넙죽 엎드리는 것이었다
-2004 신춘문예 당선 시집에서 ( 2003.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