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난 유일한 길은 아직 바다 속에 잠겨 있다. 물 위로 삐죽 솟아난 가로등이 길 모양을 짐작하게 한다. 이제 곧 바닷길을 낼 준비를 마친 바다는 마치 하수도 구멍으로 물이 빠져나가듯 ‘쉭쉭’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인다. 바다가 물러나자 곧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윤기 나는 검은 갯벌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서 그려놓은 구불구불한 물길 모양이 신비롭다. 여긴 제부도다. 완전히 열린 바닷길을 건너 제부도에 도착하면 세 갈래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 길은 제부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 드라이브 길(앞방죽길)이고, 가운데 길은 제부리 모세마을로 연결되며, 오른쪽 길은 제부도 선착장(선창)으로 이어진다. 제부도는 자동차를 타고 한 바퀴 도는 데 20분쯤 걸리는 작은 섬이다. 일단 내친김에 해안도로를 달려본다. 기분 좋은 바닷바람에서 짭짤한 소금기가 느껴진다. 도로변 해당화가 이제 막 연분홍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은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타고 바다를 낚으러 간다. 동네 아낙들도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한 손에는 호미를 들고 저녁 밥상에 올릴 고둥이며 낙지를 잡으러 나선다. 갯벌에서 바다를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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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어촌 풍경을 지나 2km가 채 되지 않은 짧은 드라이브를 마칠 즈음이면 매바위를 만나게 된다. 매의 서식지였기 때문에 매바위란 이름이 붙었다. 30년 전만 해도 두 개의 바위였는데 지금은 바람과 파도에 바위 가운데가 패어 마치 네 개의 기둥처럼 보인다. 매바위에서 제부도해수욕장에 이르는 구간이 여행자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갯벌체험장이다. 제부도 갯벌에도 다양한 종류의 게와 바지락, 맛, 고둥 등이 살고 있다. 호미와 바구니만 있으면 체험 준비 끝. 여기에 바닷가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목양말(발바닥 부분에 고무 칠이 돼 있다)과 목장갑을 더하면 완벽하다. 좀더 색다른 레저를 즐기고 싶다면 미니 ATV를 타고 해변을 달리면 된다. 해변을 달리다가 마을길로 빠져 나와 섬의 구석구석을 돌아봐도 재미나다. 해수욕장 동쪽 끝에는 제부도의 명물인 해안산책로가 있다. 섬 동쪽 끝자락을 따라 바다 위에 1.2km의 길이로 나무다리를 놓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너른 갯벌은 멋지고 바다로 들고나는 고깃배의 통통거리는 엔진 소리는 정겹다. 손 꼭 잡고 길을 걷는 연인의 모습은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Catch Up! 호미 하나만 있으면 제부도 나들이가 더욱 즐겁다. 제부도 갯벌에서 흔히 채취할 수 있는 조개류는 바지락과 굴, 동죽, 모시조개(까무락), 맛 등이 있다. 또 민꽃게나 방게, 칠게도 흔하고 운이 좋으면 낙지도 잡을 수 있다. 소라, 고둥, 갯우렁이, 갯고둥 등의 고둥류와 쏙, 가재 등의 새우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제부도 갯벌에 서식하는 30여 종의 바다 식물 중 나문재와 갯냉이, 썰묵, 파래, 김, 미역, 다시마 등은 반찬감으로도 좋은 것들이다. 무료로 개방되는 갯벌은 제부도해수욕장 외에 선착장 아래쪽에도 있다. 이 두 곳 외의 갯벌에서는 조개를 캐지 말아야 한다. 제부도 주민 대부분이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해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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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둥이도 잡고 조개구이도 먹고제부도 나들이에 조개구이가 빠지면 섭섭하다. 섬 곳곳에 즐비하게 늘어선 조개구이집 중에서는 제부도 선착장 앞 ‘포장마차조개구이집’이 제일 낫다. 제부리 마을 어촌계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싱싱한 조개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요즘엔 맛과 바지락, 참소라가 제철이다. 바닷가에 쪼그리고 앉아 화롯불에 구워 먹는 조개구이는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소주 한잔 곁들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낚시를 좋아한다면 망둥이낚시에 도전해봐도 좋다. 망둥이는 1년생 어종으로 10~20cm 정도 자란다. 망둥이낚시는 무척 쉽고 재미나다. 미끼로 갯지렁이나 조갯살을 끼워 바닷물에 넣은 뒤 낚싯대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면 망둥이가 득달같이 걸려든다. 선착장 아래쪽 방파제에서 망둥이낚시를 하던 한상덕 씨(42·수원)는 잡은 고기로 즉석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어도 좋지만, 햇볕에 2~3일 말려서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며 침을 삼킨다. 바닷물 수온이 좀더 올라가면 직접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허리춤까지 닿을 정도의 깊이에서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대나무 낚싯대나 미끼는 제부도 해변의 상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낚싯대는 2,000원, 미끼는 한 상자에 2,500원. 단, 조개를 줍거나 낚시를 하러 바다로 들어갈 때는 항상 밀물이 들어오는 정도를 살펴보면서 즐겨야 한다. 제부도의 모세마을에서는 지난 봄부터 어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갯벌생태 체험과 고기잡이 등 재미난 체험거리가 준비돼 있다. 하루짜리 갯벌 체험 코스는 어른 1만원, 어린이 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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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etails
Way to Way 제부도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비봉 IC로 빠져 나와 제부도·남양 방면으로 우회전해 남양과 마도, 송산과 서신을 차례로 지나면 제부도가 나타난다. 미리 반드시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수원역에서 서신·제부도 입구행 400-1, 999, 490번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금정역에서 330번 좌석버스를 타면 된다. 제부도 여행 정보와 물때 시간표 안내 http://jebumose.invil.org | 모세마을 어촌 체험 프로그램 문의 031-357-2505(노용학 운영위원장 010-9510-2510)
Eat 블루오션 오픈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맛으로 소문난 퓨전 시푸드 레스토랑. 제부도 바닷길 바로 앞에 있다. 꼭 맛봐야 할 음식은 단호박해물요리. 푸짐한 해물을 단호박에 얹어 쪄낸 다음 치즈와 칠리소스로 마무리했다. 매콤달콤한 소스가 혀에 착착 감기고 싱싱하고 부드러운 해물 씹는 맛이 대단하다. 여기에 쌀을 갈아 넣어 만든 부드러운 호박수프와 메인 요리만큼 맛있는 달팽이구이, 해물그라탕, 알밥, 뚝배기 스파게티 등이 코스식으로 나온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3층의 야외 테라스로 나가볼 것. 그네의자에 걸터앉아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전화번호; 031-355-5425 | 영업시간; 11:00~ 24:00 | 가격; 단호박해물 코스 요리 1인분 1만8000원 | 위치; 제부도 입구 | 홈페이지; www.blue ocean-jebu.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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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get 2인 기준 여행 예산 주유 왕복 3만원 톨게이트 3200원 제부도 통행료 1000원×2명=2000원 조개구이와 칼국수 3만원 망둥이 낚싯대와 미끼 4500원 호미 대여와 목양말 구입 3000원×2명=6000원 합계 7만5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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