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김윤희
오늘도 너의 힘으로 나는 걷는다
소식 끊긴 지 석 달 열흘
그 가을은 이제 겨울이 되었다
아직도 아무 소식은 없지만
첫눈 오는 오늘도
너의 힘으로 나는 걷는다
내리는 눈은 머리 꼭대기를 지나
가슴으로 뜨겁게 뜨겁게 쌓이고
가슴에 쌓인 눈물 차갑게 녹아서
물이 되고 드디어
볼 수도 없이 날아가 버리지만
오늘도 나는 잃어버린 너의
힘으로 나는 걷는다.
===[사랑하니까, 괜찮아. 나라원]===
김윤희 시인:
1939년 9월 6일 출생(만 84세)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9년 《성자멸치》시집 출판.
김윤희 시인은 유치환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여, 최근까지 50년 가까운 시력을 쌓아 온 우리 시단의 중진이다. 시인은 기억이 과거 삶에 대한 사실적 재현에 머물지 않고, 시적 대상을 향한 간절한 발원과 그리움을 매개하는 형식임을 입증해 왔다.
<성자멸치> 소개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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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밤에 첫눈이 내리면...
온통 하얀 세상이 천국 같았습니다.
눈이 부셨습니다.
산새가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날아왔습니다.
산에 살고 있던 동물도 배가 고파 왔습니다.
어머니는 마당을 쓸고 곡식을 뿌려 주었습니다.
가을에 사랑하였던 사람은 100일이 되어도
소식이 없고 첫눈이 오는 날,
행여 오려나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을 봅니다.
눈(雪)이 물이 되고 물은 결국 증발되어 허공으로 사라지지만
첫눈이 언젠가는 오기에...
이 시를 감상하면서
눈 내리는 산길을 걸어 보고 싶은 날입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