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용센터 현장 가보니
"실직 당할 줄 꿈에도 몰랐죠
사람 뽑는 곳 없어 막막할 뿐"
강제무급휴가 . 해직 민원도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장까지 잃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아직 젊으니까 다른 곳에 얼마든지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사람을 뽑는 곳이 없어 막막합니다"
1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에서 만난 유모(여.32)ㅆ씨는 지난주 회사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실직했다. 유 씨가 6년간 근무해온 주얼리 생산 업체인 이 회사는 코로나19로 수요가 줄고 주력인 홍콩 수출길이 막히자 3월 말 최소 인력만 남기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날 센터에는 유 씨를 포함해 실업급여 수급을 신청하려는 20여 명의 대기 인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 씨가 들고 있는 대기 번호표는 280번, 대기인수 21명.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한 칸씩 띄어 앉는 등 실직자들이 모인 공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진행 중이었다 입구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한 명씩 체온을 측정하다 보니 줄을 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센터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급여 신청도 온라인 신청을 권장하고 있지만, 답답한 마음에 직접 방문해 신청하는 실직자가 많다고 했다. 센터 관계자는 "오늘이 1일이라 사람이 많이 찾는 날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확실히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오는 사람이 늘어 평소보다 붐비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서울 서초구 서울서초고용센터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실직자가 적어서가 아니라, 이곳에선 실업급여 온라인 신청이 많아서다.
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줄었으나 실업급여 신청자는 크게 늘었다. 서울서초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초중반까지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0%가량 증가했다. 다른 지역의 고용센터는 실업급여 신청자가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하강과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업황이 최악 상황에 이를 수록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실업사태가 덮쳐 실업급여 신청이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해고를 당하거나 무급후가를 강제한 사업장에 대한 민원도 넘쳐나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해고 및 무급휴가 조치가 정당한지에 대한 민원과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센터는 최근 대면 상담이 아닌 전화나 온라인 상담으로 모두 대체햇는데 문의가 급격히 늘어 업무는 오히려 더욱 늘었다.
얼마 전에는 S페인트 회사가 50명을 한꺼번에 해고해 문의가 빗발쳣다. 권익센터에 신고한 게 알려지자 해당 회사는 해고 조치를 보류했다. 무급휴가를 강제하는 곳으로는 여행 등 서비스 업종 사례가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다. 회사 측은 해고를 막기 위해 무급휴가를 권고했다고 하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한 노동자들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서울권익센터 관계자는 "강제 무급휴가를 받거나 해직을 통보받은 노동자가 대거 늘어나멶서 이러한 회사의 조치가 노동법상 정단한 것인지에 대한 문의가 매우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무급휴가의 경우 근로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2020년 4월 2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