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마푸시' 섬
'가라앉는 왕국' 곳곳 재래식 참치낚시, 주민들 애환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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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섬나라인 몰디브의 마푸시 섬으로 가는 페리선상에서 바라본 해변 리조트. 몰디브 수도 말레의 페리 터미널에서 마푸시 섬을 운항하는 배는 하루 두 차례 있으며, 1시간 정도 걸린다. |
- 말레국제공항 자체가 하나의 섬
- 최고급 리조트지이자 백 패커 경유지
- 벽 곳곳 수수께기의 그림과 숫자로
- 이슬람 율법 위반시 무거운 벌금 표시
- 모래에 하트 그려진 벤치에 앉으면
- 음주 허락된 선상술집으로 갈 수 있어
'몰디브를 아시나요?'라고 묻는 순간 '아직도 모르시나요'라는 대답은 이미 나왔을 것이다.
정말 아세요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우리에게 몰디브는 일생에 한 번밖에 갈 수 없는 신혼여행지,
거부들과 유명 연예인들만이 갈 수 있는 최고급 휴양지 등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닐까?
배낭여행자들에게 몰디브는 신비와 환상의 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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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시 섬에 있는 바다 술집행(?) 벤치.
몰디브에서는 술 판매가 금지돼 있는데, 야간에 외국인이 이 벤치에 앉으면 바다 위 술집인 배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
카툰 작가 앤드류 매튜스가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
행복을 느낀다'고 했듯이 배낭여행자들은 몰디브를 스쳐가면서
섬과 바다, 해변과 산호초들이 바다 물빛이나 달빛, 별빛들과 어울려
빚어내는 풍경들을 가슴에 담고서도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배낭여행자들에게 몰디브는 목적지가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일까?
그렇기에 불과 한 두 개 항공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항공사들은
몰디브를 경유지로 하여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
이웃나라들을 취항하고 있다.
경유지이든 아니든 몰디브의 유일한 국제공항은 말레공항이다.
그러나 말레국제공항은 말레 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섬이다.
공항 자체가 하나의 섬으로 된 것은 몰디브가 약 1200여 산호섬으로 이뤄져 있고, 200여 섬을 제외하고는
무인도인 자연환경 때문이다.
말레국제공항에 내리면 입국장 로비에는 여행객의 수만큼 많은 몰디브 사람들이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기다리고, 그만큼 리조트·호텔의 부스와 팻말들이 늘어서 있다.
대부분 여행객들은 미리 예약을 하고 기다리던 직원들과 수상비행기로 떠난다.
배낭여행자들은 공항 옆 선착장으로 가서 공공선을 타고 말레로 들어간다.
그 공공선은 국제공항과 말레만을 왕복할뿐 다른 섬으로는 운행하지 않는다.
그 선착장의 정반대 쪽 끝, 곧 방파제로 둘러싸여 있는 말레의 서쪽 끝에 가면 다른 섬으로 운행하는
빌링길리 페리터미널이 있다.
그 터미널로 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말레의 동쪽 끝에는 공항을 왕복하는 공공선 터미널, 서쪽 끝에는 다른 섬들로 가는 페리터미널이 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길은 섬을 반 바퀴 도는 것이며, 걸어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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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드 수도 말레에 있는 어시장. |
대부분 배낭여행자들은 몰디브의 총인구(약 40만 명) 가운데
15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말레를 둘러보면서 그 터미널로 걸어간다.
말레 공공선 선착장에서부터 어부들의 공원, 술탄공원, 재래식 시장,
국립박물관, 국립사진전시관, 에제예술관, 어시장, 성 금요일 모스크 등을 둘러보면서 배낭여행자들은 몰디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의 향취를 맡는다.
그 향취는 수도 말레에서보다 마푸시 섬에서 더 강렬하다.
훌후말레 터미널에서 하루에 두 번 운행하는 페리를 타고 항로에 따라서
변화하는 바다와 그 물빛, 산호섬들, 자연의 풍광에 쉬지 않고 감탄하다
1시간이 조금 넘어서 마푸시 섬에 다다른다.
섬 선착장에 내리면 기다리던 주민들이 여행자들의 짐을
셋 바퀴 손수레에 싣고 앞장을 선다.
손수레를 따라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벽보이다.
그 벽보에는 기타, 남녀 가면 사진, 농구공, 배구공, 축구공, 골대 등
그림과 그 밑에 30,000,000을, 영화 필름, 남녀가 함께 웃는 그림과
그 밑에도 30,000,000을, 수영장, 내려가는 철 계단 그림과 그 밑에 2,300,000 등이 담겨 있다.
그 벽보의 수수께끼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에 의해 나중에 풀렸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금지된 행동과 이를 위반할 경우의 벌금 액수였다.
그 숫자에 15를 나누면 1달러인데 도대체 벌금이 얼마란 말인가?
수니파 이슬람을 국교로 하면서 주민의 99.9%가 무슬림인 국가는 오직 몰디브뿐이다.
말레에서 둘러본 술탄공원, 성 금요일 모스크보다 강렬한 이슬람의 율법이 벽보로 이곳 섬으로 전달되었을까?
해변을 둘러싸고 쳐 놓은 대나무발, 형무소에서 그 율법을 볼 수 있다.
해변 둘레에 대나무 발을 쳐 놓은 것도 외국인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해수욕을 하는 것을 내국인이 쳐다보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 접근금지의 울타리였다.
이곳 형무소는 몰디브에서 가장 큰 감옥이다.
감옥은 어느 나라에서든 높은 콘크리트 벽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접근금지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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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시 섬의 선착장에 붙어있는 벽보. 이슬람 율법에 따라 금지된 행동과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액수가 적혀 있다. |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장을 풀고 섬을 한 바퀴 도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섬을 돌다보면 낚시꾼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주민들은 재래식 낚싯대를 가지고 주로 참치를 잡아 올린다.
말레에서 스쳐 지나 온 어부들의 공원, 어시장, 재래식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도 참치였다.
참치 낚시는 섬 전체가 해수면 아래에 있어 곧 가라앉아
사라질 나라(몰디브)에서 산호초 섬을 보호하며 생존하려는
주민들의 애환이 스며든 것 같다.
낚시꾼들, 아니 어부들의 애환은 그린피스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네덜란드 마르텐 반 루버로이 반 노이발 감독이
다큐멘터리 <몰디브, 가라앉는 왕국>(2008), <몰디브식 참치잡이>(2009)를 제작하기도 했다.
낚시꾼들을 지나쳐서 섬 둘레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해변가에 놓여 있는 벤치를 만나게 된다.
벤치는 그냥 쉬어 가는 곳일뿐 아무 이상할 것도 없는 휴식공간이다.
그 벤치는 그러나 휴식공간이 아니었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배를 향하여 벤치가 놓여 있고 그 앞에는 하트 모양의 그림이 땅에 새겨져 있다.
무엇일까?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진담어린 농담으로 벤치는 단순히 벤치가 아닌 것이었다.
몰디브는 입국에서부터 주류는 전혀 반입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 주인은, 입국장을 벗어나서 공항 로비를 나올 때의 짐 검사도 주류 반입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주인은 술 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긴 하지만 술을 마실 수는 있다는 말로 이어간다.
그 벤치는 외국인에게 술을 마시기 위한 출입구,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배는 술집이라고 말한다.
그 벤치는 밤이 되어 외국인이 앉으면 술집으로 사용되는 배로 실어 가고 오는 장소라고 한다.
그러나 그 벤치에 앉은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 술값이 상상을 초월하니까.
사람이 사는 육지는 율법의 땅이고 바다는 그렇지 않는지 묻자 주인은 단지 웃을 뿐이었다.
섬 둘레길을 다 돌고 중심부로 들어가면 민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민가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한가로움과 따분함이 뒤섞여 있다.
전혀 보이지 않는 식료품 가게와 두서넛 되는 과자가게, 여행자들이 가는 작은 식당 서넛을 해변으로 밀치고
섬 중심부에 모여 있는 지역민들이 생필품의 자급자족으로 한가롭게, 그 한가로움이 지나쳐서 따분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섬을 떠나 다시 말레로 가는 페리를 타면서 배낭여행자들은 그 따분함을 버리고 한가로움을 배낭에 담고 갈까?
이미 페리는 섬을 떠났고 여행자들도 어디론가 가고 있을 것이다.
# 마푸시 섬으로 가려면
- 페리 이용, 숙소 예약 필수
몰디브 마푸시 섬으로 가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시간 맞추기와 숙소 예약이다.
시간 맞추기는 말레국제공항 도착 시간, 국제공항에서 말레 섬으로, 말레 섬에서
빌링길리 페리터미널로 이동하는 시간이다.
국제공항 도착 시간이 오전 11시 이후가 되면 마푸시 섬으로 가는 페리를 다음날 타거나
비싼 가격으로 스피드 보트를 타야 한다.
말레에서 마푸시 섬으로 가는 페리는 하루 두 차례 오전 10시, 오후 3시에 있다.
숙소 예약은 마푸시 섬뿐 아니라 몰디브 전국에 걸쳐서 필수조건이다.
특히 마푸시 섬은 배낭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몰디브 어느 지역보다도 착한 가격에 숙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예약 없이 가서는 안 된다.
시간 맞추기와 숙소 예약이 이루어지면 섬에서 즐길 것은 해양레저와 스포츠 뿐, 그리 많지 않다.
고요와 휴식의 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섬은 5명으로 구성된 원로회의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므로 말레보다 훨씬
엄격한 이슬람 관습이 시행되고 있다.
덧붙여 말하면, 이 섬은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당시 몰디브에서 가장 피해가 큰 지역으로
아직도 완전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