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87.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205항)
이웃의 눈물에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753,452원. 모니터 화면에 뜬 현재 통장 잔고이자 전재산을 바라보자니 소진은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숨이 막히는데 숨을 어떻게 뱉을까. 당장 이번 달 지출을 생각해 보았다. 원룸 월세 50만 원, 관리비 3만 원, 학자금 대출 상환 17만 원, 통신비 5만 원, 실비보험 6만8000원…. 이것만으로도 이미 잔고를 넘어섰다. 정말이지 숨만 쉬어도 한 달에 80만 원 넘게 드는 서울살이에 소진은 진저리가 쳐졌다.”(김호연 「불편한 편의점2」 중)
삶의 애환이 모이는 곳
누구나 자주 들르게 되는 곳 중 하나가 있지요. 곳곳의 편의점입니다. 생필품부터 컵라면과 간식,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와 한 끼 식사를 위한 도시락까지 구비한 전국 5만여 개에 달하는 편의점은 매우 친숙합니다. 힘든 하루 ‘1+1’ 상품과 4캔에 1만 원인 맥주로 하루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편의점은 형편 어려운 이웃들이 찾는 공간이자 가난한 아르바이트생들이 밤새 일해야 하는 애환이 담긴 곳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편의점 알바생을 대상으로 묻지마 폭력, 주취 소동 등도 일어납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이곳에 드나드는 우리 사회 약자들의 눈물과 아픔, 그리고 그들이 체험하는 소통과 치유를 담아냅니다.
생각보다 많은 어려운 이웃들
물론, 사회의 모든 애환이 편의점에만 있는 건 아니지요. 새벽 5시 남구로역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일용직 노동자들, 아침이면 낙원상가 옆 파고다 공원에 무료급식을 위해 길게 줄을 서시는 어르신들, 농어촌에서 힘들게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까지 하루 살기가 어려운 분들은 많습니다.
그런 어려움에 함께하는 것이 응당 도리이자 삶의 길이고 가톨릭신자들에겐 더욱 중요한 의무와 책임입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겠지요. 아는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삶의 자리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또한 우리 자신은 어떠한가요?
마음과 온기를 담아
작금 우리 사회를 보면 많은 것이 ‘비용화’ 됐다는 느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폰 계좌이체,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봐 주는 요양병원, 아이들을 맡아 주는 어린이집과 장례 절차에 이르기까지 삶의 많은 분야에서 내가 할 일을 비용만 지불하면 대신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삽니다.
분명 편리하지만 사람이라면 마땅히 행해야 할 선한 행동과 돌봄들도 비용으로만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요? 진정한 관심과 사랑은 내 발로 찾아가 함께 밥 먹고 이야기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데서 피어나지 않을까요? 사회의 진정한 발전은 이익의 추구, 기술의 진보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요구와 필요를 자기 것처럼 여기고, 영적 가치의 친교와 물질적 필요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켜 주는 이기심 없는 태도로 활기를 얻을 때 가능하다”(「간추린 사회교리」 205항)는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새삼 깊이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날로 더욱 풍부해지는 물질 재화를 개인이나 국가의 최종 목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모든 발전은 이중적 의의를 내포한다. 한편으로 인간 성장을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다른 편으로 사람을 옥(獄)에 가두어 그것만을 최상선으로 탐내게 하여 그 이상 것을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성 바오로 6세 교황 회칙 「민족들의 발전」 19항)
[가톨릭신문, 2022년 10월 9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