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과 존 듀이의 지행합일 지행난이(知行難易) 대화
2014년 12월 12일
오늘(12일) 오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까닭 몇 가지 이유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비상계엄은 한국에서 어느 정당도 함부로 선포하고 실행하면 안 되는 국가의 최고안전장치입니다. 무슨 말로 계엄을 변명하더라도 주장이 성립하지 못합니다.
첫째, 미리 비상계엄 선포를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보았다면 누구도 찬성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당론에 어긋난 결정이었습니다.
둘째, 3일 밤에 국무위원들이 계엄을 알고 누구도 반대하고 찬성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마지못해 억지로 말리지도 못하였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행정부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입니다.
셋째, 3일 밤에 급한 명령에 따라 출동한 군인들도 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 무력을 대통령 개인이 남용한 것입니다.
지난 3일 밤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또 국회에서 해제를 의결하였습니다. 정말로 큰일 날 뻔하였습니다. 지난 1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 이룬 민주주의가 잠시 흔들렸으나 얼른 되찾았습니다.
7일 저녁 국회에서 탄핵 결정에는 참석인원이 부족하여 성립되지 못하였습니다. 국민의 힘 국회의원 3명 빼고 105명은 당론에 따라 참석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하여 여당 국회의원들 생각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지난 1백 년 동안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부족합니까?
여당 국회의원들은 현재 정치 상황을 아는 것(認知)이 대다수 국민과 다르거나 더불어민주당과 달랐고 결국에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탄핵 표결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여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당론은 마치 조선시기 국왕처럼 세상을 보고 있으며 국가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현재는 민주시대입니다. 여당 국회의원들도 대통령의 잘못된 비상계엄에 대하여 반대하고 탄핵하여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더불어민주당 또는 국민의 힘 어느 정당도 독재정치로 돌아가겠다면 들고 일어나서 반대할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공통된 역사기억이며 양심입니다.
1919년 31운동에서 민주공화국을 세우자고 외쳤습니다. 그동안 한국전쟁을 겪었고 또 민주화 운동을 지내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민주 공화제를 부정하거나 뒤엎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 시기에 어떠하였습니까?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어떠하였습니까? 아무리 현실적인 민주정치가 어렵더라도 독재정치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됩니다.
31운동에서 민주공화국을 세우겠다는 것은 올바른 앎이고 실천이었습니다. 그 뒤에 일어난 민주화운동은 올바른 앎을 실천하여 기억과 양심을 바로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앎과 양심과 실천 모두 필요합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이 성리학에서 말하였던 지행합일입니다.
아랫글은 미국 교육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와 손문(孫文, 1866-1925)이 1919년 5월 12일 저녁 만찬에서 지행난이(知行難易)에 관하여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입니다. 참고할만하여 간략히 정리하였습니다.
존 듀이는 부인과 함께 1919년 초 일본에 와서 강연하였고 북경대학 호적(胡適, 1891-1962)의 초청을 받고 배를 타고 4월 30일 중국 상해에 도착하였습니다. 존 듀이 부부는 상해 창주 별장(滄州別墅, 현재 錦滄文華大酒店, 上海 靜安區 南京西路1225號) 호텔에 머물면서 강연을 다녔습니다.
1919년 5월 12일 손문은 세계적인 철학자 존 듀이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존 듀이 부부가 머무는 호텔에 찾아가 만찬에 초대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손문이 먼저 말하길 중국의 과거 지식인들은 “아는 것이 쉽고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知易行難)”고 여겼기에 쓸데없는 말(空談)이 많았고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손문 자신은 오히려 “아는 것이 어렵고 실천하는 것이 쉽다(凡知皆難,凡行皆易)”고 생각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손문이 이렇게 말한 데는 까닭이 있었습니다.
1919년 5월에는 북경과 상해에서 신문화운동이 일어났고 군벌들을 끌어내리자는 학생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손문은 1911년 10월 민주혁명을 일으켰고 민주공화국 건설을 낙관하였으나 실패하였습니다. 1917년 7월에는 북양군벌(段祺瑞)이 국회를 해산하고 임시약법(臨時約法)도 폐기하였습니다. 손문은 광주(廣州)에서 서남군벌(唐繼堯)과 연합하여 호법(護法)전쟁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였고 1918년 5월에는 대원수(大元帥) 직무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래서 손문은 정치가 또는 군벌들이 올바른 민주공화국을 제대로 안다면 민주공화국 건설을 오히려 쉽게 달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아는 것이 어렵고 실천하는 것이 쉽다”고 말하였습니다.
손문이 비판한 과거 지식인들의 “아는 것이 쉽고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知易行難)”는 말은 불교와 도교를 비롯하여 성리학자들이 갈망하였던 깨달음이 어렵다는 인식입니다. 손문이 말한 지이행난(知易行難)은 깨달음(悟)과 수양공부(修)에 관한 여러 주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존 듀이는 손문 말에 크게 공감하였고 이튿날 딸에게 보낸 서신에서 손문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손문은 철학자이며 중국의 약점이 ‘아는 것이 쉽고 실천이 어렵다(知易行難)’는 인식에 있기에 이제는 오히려 ‘아는 것이 어렵고 실천하는 것이 쉽다(知難行易)’를 주장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사실상 존 듀이는 “실천 경험이 중요하고 생각(아는 것)은 실천의 도구이다”라는 생각(Pragmatism)을 가졌기에 손문 견해에 공감하였던 것입니다.
손문은 존 듀이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아는 것이 쉽고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知易行難)”는 말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또 존 듀이는 손문 말에 큰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손문은 온갖 정치적 어려움을 겪은 뒤 1919년 5월에는 민주공화국 정신과 제도에 관하여 올바른 생각을 아는 것이 어렵다고 실토하였습니다. 중국 역사에는 민주공화국에 관한 경험과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민주공화국에 관하여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려면 먼저 올바르게 아는 것이 급하고 어렵다고 말하였습니다.
2024년 한국 국민은 민주공화국에 관하여 많은 기억을 갖고 양심(판단능력)을 길러왔습니다. 따라서 권위적 독재정치를 반대하여야 한다는 것도 뿌리 깊이 박혀있습니다.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 누구도 잘 알고 있으나 아마도 대통령 한 사람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께서 대통령을 탄핵하시고 새롭게 국민의 힘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께서도 독재정치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