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오, 당신의 손이여!
정호승 시인의 글엔 믿음의 고백이 있으니 <손에 대한 묵상>도 그렇다.
“인생을 돌아다닌 내 더러운 발을 씻을 때/ 나는 손의 수고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손이 물속에 함께 들어가 발을 씻긴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인생을 견딘 모든 발에 대해서만 감사 했습니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밥을 먹을 때에도/ 길을 가다가 두 손에 흰 눈송이를 고요히/
받을 때에도/ 손의 고마움을 고마워하지 못하고/ 하늘이 주신 거룩한 밥과/
겨울의 희고 맑음에 대해서만 감사했습니다//
당신이 내 찬 손을 잡을 때에도/ 내 인생의 야윈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어 줄 때에도/
당신의 대해서만 감사하고/ 당신의 손에 대해서는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발을 씻을 때 손은 발을 사랑했습니다//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때/
가장 아름다운 손이 되었습니다// 하나가 필요할 때 두 개를 움켜쥐어도/
손은 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예수께서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요한.13:3-4).
김기석 목사는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에서
“주께서는 대야에 물을 떠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손은 가장 깊은 소통의 도구이며 영혼의 교류이다.
앞 못 보는 사람과 열병환자와 나환자의 몸에 닿았던 그 손,
죽었던 소녀를 잡아 일으켰던 그 손으로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닦으셨다.”
강은교 시인의 <당신의 손>이란 시를 감상한다.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벼우네//
당신의 손이 나를 짚어보네/ 흐린 구름 앉아있는/
이마의 구석 구석과/ 안개 뭉게뭉게 흐르는/ 가슴의 잿빛 사슬들과/
언제나 어둠의 젖꼭지 빨아대는/ 입술의 검은 온도를//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볍지만/ 당신의 손은 산맥처럼 무거우네//
당신의 손은 겨울처럼 차겁지만/ 당신의 손은 여름처럼 뜨거우네//
당신의 손이 길을 만지니/ 누워있는 길이 일어서는 길이 되네/
당신이 슬픔의 살을 만지니/ 머뭇대는 슬픔의 살이 기쁨의 살이 되네/
아, 당신이 죽음을 만지니/ 천지에 일어서는 뿌리들의 뼈/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물결처럼 가벼운 손을 내미네/
산맥처럼 무거운 손을 내미네.”
*묵상: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요한복음.13:14)
*적용: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는데 내가 무엇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