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어딘가에서
“홀딱벗고새”가
홀딱벗고! 홀딱벅고! 라고 울어댄다.
홀딱벗고새의 울음소리는
청아하기도 하지만
어딘가 좀 처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불가에선
홀딱벗고새들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다가 세상을 떠난 스님들이
환생한 새라는 전설도 있다.
홀딱 벗고 마음을 가다듬어라 !
이상도 던져버리고,
망상도 지워 버리고,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벗어버려라.
홀딱 벗고 정신 차려라 !
열심히 공부하거라.
반드시 성불하거라.
나 (성담스님)처럼 되지 말고 ..........
사실 홀딱벗고새는
남의 둥지에다 알을 낳고
새끼도 키우지 않으며
모내기가 끝날 때쯤 떠나가는
여름철새인 “검은등뻐꾸기” (Indian Cuckoo) 이다.
뻐꾸기가
뻐꾹! 뻐꾹! 하며 울지 못하는 이유는
뻐꾸기도 알지 못한다.
세상만물은 평범한 것일지라도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더 아름답다.
운해(雲海)도 그러하고
산새소리도 그러하다.
천 년이 넘은 용문사(龍門寺)의 신록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파르라니 머리 깎은 비구니보다 더 아름답다.
머리카락도
꼭 필요해서 자라는 것이라고
삭발하지 않는 고집 센 유발승(有髮僧) 비구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비구답게 수행하면 그도 부처의 제자가 되고
중생도
사람다운 생각을 하며 살아가면
부처의 제자가 된다.
사람들은 하루를 살면서
몇 번이나 사람다운 생각을 할까?
사람은
어느 누구나 시간을 소비하며 살아가지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는가가 중요하다.
자동차는 연비
즉 연료소비율(燃料消費率) 이 좋아야 하지만
사람은
시간소비율이 좋아야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
님도,
영념보리심 처처안락국 이라고 했다. (念念菩리心 處處安樂國)
그러니
사람은 생각하는 것이 늘 사람다우면
그가 어디에 있든
그가 있는 곳은 어느 곳 하나
안락(安樂)하지 않은 곳이 없다.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면
어느 것 하나도 버리고 비울 수가 없다.
내 고등학교 시절
눈썹 깎고 입산하여 입시준비 하던
운길산 김용사 (문경.산북) 일주문의
오른쪽 기둥에는 入此門來莫存知解 (입차문래막존지해)
왼쪽 기둥에는 無解空器大道成滿 (무해공기대도성만) 이란
주련이 걸려있다.
그 당시엔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참 아삼육(二三六) 인 주련이다.
< 이 문에 들어오거든 안다는 것을 버려라 >
< 비우고 빈 그릇에 큰 도(道)가 가득 차리라 > 란 뜻이다.
아삼육이란,
서로 꼭 맞는 짝을 이르는 말로
한자로는 아삼육을 二三六 이라고 쓴다.
2 곱하기 3 은 6 이 되어야
짝이 맞는 정답이란 뜻이다.
버리고 비운다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내 마음마저도
버리고 비우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들어 올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쇳송.777>
첫댓글 좋은글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