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가고 5월이 오고 있는데 아직 봄바람이 강하다. 벚꽃 가로수 길에 꽃비가 흩날린다. 그사이로 바바리코트에 분홍 스카프를 목에 두른 중년의 여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내 나이는 족히 되어 보였다.
나는 꽃비를 맞으며 중년 여인의 뒤를 따르다가 그 부인이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안개꽃 다발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안개꽃 속에 파란 장미 대 여섯 송이가 파묻혀 있었다. 순간 그 부인한테 청초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부인이 아름다워서라기보다, 꽃비 날리는 그 속으로 바바리코트에 스카프를 두른 여인이 하얀 안개꽃에 파란 장미를 들고 한가롭게 걷는 모습에서 강렬한 센스를 느낀 것이다.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그 부인에게 말을 건넸다.
“ 파란 장미가 아름답네요.”
그 부인은 힐끗 쳐다보더니 빙긋이 웃을 뿐 말이 없었다.
“ 안개꽃으로 감싸니까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 부인은 계속 미소만 머금고 말없이 걸어갈 뿐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꼭 한마디 하고 싶었다.마음속으로만이었지만
“ 저.. 부인 , 제가 부인의 마음만 잠깐 살수 없을 까요?”
그 부인은 대 여섯 걸음 걷다가 골목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갑자기 나에게 파란 장미 한송이를 뽑아 주면서 미소를 띈 얼굴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라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