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별 초청 행사·견학 등 적극 장려 장병 참여형 발표 및 퍼포먼스 경연 선후배 전우 만남의 자리도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육군56보병사단 노고산여단에서 열린 부대 개방 행사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김원식 옹이 후배 장병들에게 전쟁의 교훈을 들려주고 있다.
확고한 대적관과 정신전력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자양분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무기를 쥐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정신무장이 돼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육군 각급 부대는 6·25전쟁의 참상을 잊지 않고, 적의 실체를 인지한 가운데 정신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장을 누빈 ‘호국 영웅’의 생생한 경험담을 전하는 교육과 간접 체험을 통해 장병 스스로 깨닫는 정신전력교육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글=배지열·조수연/사진=한재호 기자
“싸우면 이긴다” 정신무장 강조
“씩씩한 후배들을 보니 6·25전쟁에서 필사적으로 싸운 보람이 있네. 자네들 덕분에 우리가 두 발 뻗고 편히 지낼 수 있어.”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육군56보병사단 노고산여단 대강당에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현역 장병이 한데 모였다. 6·25전쟁을 상기하고, 선배 전우들의 희생과 헌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참전용사 초청 행사를 개최한 것. 행사에는 6·25 참전용사 16명과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20명 등이 참석했다. 두 세대 사이에 놓인 수십 년의 시간을 거스른 만남의 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부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선배 전우들을 환영하는 군악대 연주가 크게 울려 퍼졌다. 장병들은 참전용사들이 행사장에 마련된 의자에 모두 착석하는 순간까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참전용사들은 국가와 후배들이 자신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20세에 국군9사단21연대 헌병대원으로 참전한 최영식 6·25참전유공자회 용산지회장은 “지금 6·25전쟁 참전용사 대부분이 90세가 넘은 노병이다. 시간이 지나고 늙어가면서 잊힌 줄로만 알았는데, 의미 있는 행사에 초대해줘 정말 고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참전용사가 들려주는 전쟁의 교훈은 장병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최 지회장은 “힘이 세야 전쟁이라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며 “강도 높은 훈련과 싸우면 이긴다는 정신무장만이 적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전쟁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우리 후배 장병들의 씩씩한 자세와 눈빛을 보니 다른 나라 군대를 두려워하거나 부러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적 도발 반드시 응징” 묵직한 메시지 전해
김기훈(왼쪽) 노고산여단장이 최영식 6·25참전유공자회 용산지회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장병들은 참전용사의 이름이 새겨진 군번줄을 목에 걸어드리고, 부대 장비도 소개했다. 특히 스크린에 등장하는 가상의 적을 제압하는 ‘영상모의사격’ 체험이 큰 호응을 얻었다.
참전용사 김원식 옹은 후배 장병의 어깨를 토닥이며 “내 손주도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든든히 지키는 후배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참전용사와 장병들은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참전용사들은 자연스럽게 오가는 대화에서 전쟁 무용담을 넘어 적의 도발은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도 전했다.
이로 인해 후배 장병들의 마음 한편에는 뭉클함과 냉철한 전투의지가 피어올랐다. 윤찬수 상병은 “더운 날씨에 환영식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참전용사 선배님들을 뵙는 순간 ‘찐’으로 감동이 북받쳐 눈물이 고였다. 정말 멋졌다”며 “지금 누리는 평화가 끔찍한 전쟁 끝에 왔다는 걸 잊지 않고, 강도 높은 교육훈련에 매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행사를 주관한 김기훈(대령) 노고산여단장은 “‘참전용사와 신세대 장병이 직접 만날 기회를 왜 진작 준비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평소에 신조로 여기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을 전 장병이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대회 개최…수상작 교육자료 활용
육군의 정신전력교육은 ‘체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병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큼 교육 효과가 확실한 것은 없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전반기 집중정신전력교육 기간에도 부대별 참전용사 초청 행사와 지역 전사적지 견학 등을 장려했다.
육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교육자료를 만들면서 성취감을 체득하도록 여러 대회도 주최한다. 한미동맹 70주년을 주제로 70초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 제출하는 ‘ROKA 70초 영화제’(본지 21일 자 2면 보도)는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육군은 수상작을 정신교육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장병 참여형 발표 및 퍼포먼스 경연대회인 ‘PT 챌린지 대회’를 열어 체험형 교육 활성화에 방점을 찍는다는 계획이다.
국방정신전력원에서 배포하는 지휘관 정신전력교육 자료도 전쟁을 간접 체험하도록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매달 나오는 자료의 이번 달 주제는 ‘6·25전쟁 교훈과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전쟁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장병들은 어떤 자세로 전쟁을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특히 10명의 한미 참전용사 활약상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낙동강 전선 사수에 몸을 던진 백선엽 육군대장 △미8군 정보연락장교로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해 서울탈환작전에 이바지한 김동석 육군대령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군으로 참전해 전역했다가 고국에서 일어난 전쟁 소식에 재입대한 김영옥 미 육군대령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