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꾸라는 일본의 국화이고 일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 어릴 때는 사꾸라 보기가 어려웠다.
네가 살았던 까막골 동네에는 한 그루도 없었고 멀리 떨어진 가실 동네 앞에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반성 장날 장에 갈 때 그 길을 지나면서 환하게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동네에선 봄을 알리는 전령이 우리집에서 바라보면 서쪽 전골담 상도할배집에 있는 살구나무였다. 분홍색꽃이 푸른 대나무숲을 배경으로 화사하게 피어 온 동네를 환히 비춰주곤 했다.
우리가 다닌 마고 운동장 가에는 당시 수령이 30년 된 벚나무들이 많았다. 일본인들이 심었던 나무였고 해방전 일본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었다. 개교30주년 기념식에는 예전 일본인 교장선생님도 일본에서 나오시고 일본인 동문들도 많이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교 30주년 기념교지에는 일본인 동문의 글도 실렸는 데 마산의 아름다운 교정을 잊지 못한다고 하면서 특히 자신의 어린 아들을 병으로 잃어 무학산 자락에 묻었다는 대목에서는 동명상련의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바닷가에서 어렵게 살면서 다섯째 동생이 합포귝민학교 4학년 땐가 뇌염모기에 물려 고생하다가 죽어 서원골에 묻었기 때문이었다.
해군 통제부 안팎에도 벚나무 고목들이 많았다. 일본사람들이 왜정시대에 심었던 것들이었다. 누가 심었던 봄이 되면 화사하게 피는 꽃을 보러 전국에서 상춘객들이 모여 들었다. 당시만 해도 벚꽃 군집은 진해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벚나무의 원산지가 우리나라 제주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파트 건축이 붐을 일으키면서 조경수로 벚나무를 심어면서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부산에서도 남천동 삼익비치를 비롯하여 대신동 삼익아파트에 벚나무가 우거지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내가 지금 사는 동부아파트에도 벚나무가 제법 우거져 있고 겹벚꽃 나무도 몇 그루 서 있다. 겹사꾸라는 사꾸라가 다 지고 난 다음에 피고 꽃도 제법 오래 지속된다. 겹사꾸라는 사꾸라의 개량종으로 꽃이 탐스러워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공원 같은 데서 많이 심는다. 사꾸라는 꽃이 단시간에 활짝 피었다가 빨리 지고 만다. 길어야 일주일이다. 사꾸라는 말에는 몇가지 뜻이 있는데 우리가 아는 벚나무 또는 벚꽃 혹은 벚꽃색 이외에 약간 좋지 않은 의미로도 쓰인다. 즉 다른 속셈을 가지고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 특히 여당과 야합하는 야당 정치인을 일컬는 말로 주로 쓰인다. 일본어 사전에도 연극 등에서 공짜 구경꾼, 동원된 박수꾼, 공짜로 연극을 보는 대신 미리 부탁받은 배우의 연기를 칭찬하거나 환호하는 사람, 또는 야바위꾼 노점상 등에서 업자와 짜고 손님인 척 하면서 다른 사람이 물건을 사도록 부추기는 사람으로 나와 있고, 속어로는 말고기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는 '사꾸라니꾸'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데 사꾸라니꾸는 색깔이 벚꽃과 같이 연분홍색인 말고기를 가리키는 말로서, 쇠고기인 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말고기였다는 얘기다. 즉, 겉보기는 비슷하나 사실은 다른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정치 환경이 바뀜으로 해서 종래의 자기 조직을 이탈하는 양상이 많아지자 변절한 옛 동지를 비꼬는 말로 쓰였다고 한다.
벚꽃이나 겹벚꽃은 보기는 좋으나 듣는 어감으로는 별로 좋은 의미가 아닌 것 같아 뒷맛이 씁쓰름 하다.
첫댓글 겹 벚꽃은 서대신동 언덕배기에 많아.동아대 법대 뒤 언덕 대청동 민주공원에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