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발전허가 현황 분석
2031년 이후 계통 접속 전제
신규 사업 12건 조건부 허가
'계통 포화' 이유...조치 내려
발전.송배전 계획 허술 지적
정부가 전라.충청,강원 등 지역에서 3MW 규모 이상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신규 진입을 2030년까지 차단했다.
전력 계통 포화를 이유로 내린 조치로, 업계는 7년 이상을 '개점 휴업' 상태로 지내게 됐다.
재생에너지 생태계는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발전.송변전 계획의 엇박자가 빚은 난국이라고 지적했다.
14일 전자신문이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건부 허가를 받은 34건 가운데 26건이 계통 시기를 늦추는 조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12건은 '2031년 이후 계통 접속'을 전제로 사업 허가를 받았다.
허가가 지연된 기존 사업을 제외한 신규 사업은 사실상 모두 2031년 이후 계통에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진도 맹골도 해상풍력, 신안 슬로시티솔라 발전사업 등 굵직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다수가 최소 7년 뒤부터
생산한 전력을 계통에 접속해서 판매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업계는 사실상 강제 개점휴업 선고로 받아들였다.
전기위가 심의하는 사업은 3MW 이상 규모지만 3MW 미만 사업의 허가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기조다.
업계는 한전이 지난 5월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업 환경이 오히려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이 계획은 2022~2036년 15년 동안의 전력 수급 전망과 송.변전 설비 확충 기준을 담았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장기 송.변전 계획이 반영된 발전 사업 허가가 지난 9~10월부터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계획이 반영되면 계통 지연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허가가 모두 2031년 이후 사업 개시를 전제로 나오면서
신규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향후 상황도 비관적이다.
한전의 송.배전 투자 여력이 악화돼 신규 사업의 계통 연계 시점이 계속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전은 2036년까지 16년 동안 총 56조5000억원을 송.변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설비 건설 관련 주민 수용도까지 낮아 이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신규 재생에너지발전 사업이 묶이면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와 기업의 RE100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규 발전 자원의 계통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 신호'라고 설명했다.
예견된 전력계통 포화...적자 한전, 투자계획도 의문
재생에너지 신사업 발목...고착화 우려
보급.송변전설비 계획 엇박자
한전 56조 투자 실행력 미지수
지역 반발까지...사업 포기 분위기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과 송.변전설비 투자 계획이 엇박자를 빚으면서 전력 계통 문제로 비화할 것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제8차 전력기본계획' 수립 당시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지역.시기별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 등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목표연도인 2031년까지 연도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목표 총량은 58.6GW로 제시했다.
이는 2017년 설치 용량 11.3GW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이어 한전은 2018년, 제8차 전기본을 토대로 '제8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을 수립하면서
확정된 발전설비 물량인 14.8GW에 대해서만 송.변전 설비 보강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 위치와 설치 시기 등이 불확실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에 필요한 나머지 계통보강사업은 차기 계획에서 재검토하기로 했고 그대로 심의 확정했다.
한전은 에너지공단과 2017년 9월, RPS 등록업체 서면조사 및 홈페이지 온라인 조사를 통해
2031년까지 설치예정인 재생에너지 사업 계획을 조사했다.
그 결과 51.2GW 규모의 신규 발전 계획이 제출됐지만 이를 투자 계획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후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하면서 계통은 빠르게 포화됐다.
향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한전은 올해 제10차 장기 송.변 설비계획을 통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했지만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한전의 경영 악화로 56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가 버겁다는 관측이 따른다.
송.변전 투자 관련 지역 반발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미 발전소를 짓고 계통 접속을 기다리는 물량도 3GW에 이른다.
신규 사업이 궤도에 오를 시점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업계는 신규 사업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통상 발전 사업 허가를 비롯해 사업 준비 기간을 최대 3년 정도로 본다.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와 기업의 RE100 대응에도 연쇠파장이 예상된다.
애플, BMW 등 글로벌 기업의 협력사가 받는 RE100 대응 압박은 매년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직접 투자 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로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거나 전력구매계약(PPA)를 맺어
대응하고 있지만 여건은 지속 악화할 전망이다.
조흥종 단국대 교수는 '전력 계통과 재생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송배전 설비 투자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다'면서
'민간이 송배전 투자에 참여해 투자비를 정상적으로 회수하고 정산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무엇보다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들어올 때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하고
발전.송배전 최적 계획 입지 선정 등이 전제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