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20분짜리 단편으로 계약을 했는데 얼마전 미팅에서 약 90분 분량정도로 늘었지요.
팀장의 말로는 호러와 액션 <웹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어느 정도 적절한 비율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사실 네.네. 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아는 척을했지만 회사를 나서는 순간 머리에서 쥐가 한 마리 또 한마리...나와 머리주변을 새처럼 빙글 빙글 돕니다.
그걸 보고 옆에서 이야기 합니다.
"머리에서 쥐가 나네요"
...
바른 대로 말하자면 웹애니매이션은 조금은 낮선 스타일입니다.
일단 만화나 소설만큼 표현이 자유롭지가 않고 몰입감이 없습니다.
더구나 ...인터넷으로 본다.
라는 특성상 속도 문제와 동시에 조금만 늘어지면 ...
재미가 없습니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면전환과 분위기에 빠진 나레이션이나 독백보다는 발차기 한 번 보여주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좋은점도 있습니다.
일단 제작비가 기존의 애니메이션보다 적게 들고 사운드라는 면도 무시 못하고 언제 어디서나 선만연결되면 볼수 있으며 그리고 작가에게는 다양한 설정을 가능하게 해주지요. <아이디어가 따라준다면요>
여하간 현재는 설정을 잡고 있고 이미지 작업중입니다.
주인공에 대한 설정과 조연들..그리고 그가 처한 상황과 동네..
혹은 외진 마을의 역사등에 대한 ... 대략의 분위기를 잡아서 회의에 들어갑니다. 그 이후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지요. <소설과 다른 점은 이런 류의 일은 작가의 생각이 전부가 아니라 제작진이 추구하는 것에 맞추어 줘야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 글로 표현되는 분위기가 영상으로는 전혀 쓸모 없을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
하지만 사실 ... 저 역시 잘모릅니다. 한두 번 3D 애니 시나리오나 모 게임의 오프닝 시나리오정도만 써보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 이미지 부각을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재미는 있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보람도요.
- O R P H E U S -
특별부록.- 장마기념 단편 -
- 여자는 일순간에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남자의 눈에는 뒤로 넘어갈때 경악으로 인해 커다랗게 확대되는 동공과 떨고 있는 속눈섭 하나 하나의 움직임이 거대한 멀티비전으로 상영되는 화면을 느림으로 재생하여 눈앞에 틀어주는 것 같이 남자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손끝이 여자의 어깨를 스치고 그리고 짧은 단발머리를 거의 잡을 뻔 했었다. 여자의 머리가 10센티미터만 더 길었다면 충분히 여자의 머리를 움켜잡을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여자가 그 전날 미용실에서 머리를 짜르지 않았다면...
하지만 ...
쾅!
- 이창섭앵커 : 7월의 마지막 휴일인 오늘 서울지방은 모처럼 청명 한 날씨를 보였지만 영동과 영남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렸습 니다.
◎고희경앵커 : 강원도 곳곳에서는 산사태로 도로가 끊겼고 빗길 교통사고도 잇따랐습니다. 동해안 지방의 해수욕장들도 지루하게 계 속되는 장마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
- 2 -
비는 세차게 창문을 치고 그리고 두둘겼다. 장마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비는 끊임없이 남자의 주변을 맴돌았고 따라다녔다.
지하방에 위치한 남자의 방은 장마특유의 습기와 환풍이 되지 않은 방안을 끈쩍거리는 손길과도 같은 불쾌감을 담아 남자의 방을 어루만지고 애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벌어졌다.
- 이창섭앵커 : 이번 장마는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길어져서 이번 주말이 나 돼야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먼저 동해안 지방의 물난리 소식부터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희남기자의 보도입 니다. -
남자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한 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방안은 이제 못 참을 정도로 열기가 가득찼다.
그리고 피 비린내도...
여자는 처음에 쓰러진 것처럼 머리를 화장대에 두고 있었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 이미 검게 굳어버려 피라기 보다는 콜타르 처럼 보였지만...- 피가 여자의 화장품들 사이를 빠져 나와 노란색 장판위에 부채살 모양으로 퍼져났갔다.
시큼한 내음이 남자의 코끝을 자극했다. 그건 죽음의 냄새고 남자에게 있어서는 사형대의 냄새였다. 천천히 숨이 가빠져 오고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후흡~!!”
토하듯이 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 마셨다. 좀 전까지 코끝에 머물던 것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아무래도 뭔가 해야 한다. 그녀를 치워야 한다. 이 상태로 방치하면 아직은 괜찮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기 시작 할 것이고 그리고 …남자는 천천히 몸을 벽에 기대었다. 습기로 인하여 축축한 장판이 지금은 되려 고맙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될꺼야. 어떻게든... 남자는 스스로 위로했다.
-3-
찰박 찰박.
어디 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소리는 점점 커졌다.
하지만 남자가 잠에서 깬 것은 소리때문이 아니었다.
- 뭐지? 이 느낌은?”
남자가 튕기듯이 일어났고 그리고 두 가지 감각을 동시에 느꼈다.
청각과 촉각...
남자의 방안은 발목 까지 물로 차있었다.
그리고 그 상황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남자의 머리가 파악하기 전에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그 상황을 설명했다.
-이봐요? 아무도 없어요? 지금 빨리 대피해야 합니다!!-
연립의 2층집 사람이다. 남자는 소리를 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자세히 들어 보니 지하층에 사는 사람들이 가재 도구를 옮기는 소리와 투덜거리는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제기랄..이렇게 되면 위험하다. 아니 … 되려 잘됐다. 사람들이 대피하고 나면 그때 시체를 옮기면 된다. 그리고 …
물이 점차 차오르기 시작했다. 창문의 쇠창살을 타고 흘러내리고 땅에서 흐르던 물이 낮은 곳을 찾아 움직이다가 남자의 창문으로 달려들었고 그 물은 작은 방안을 수영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화장실의 배수구가 역류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한 참이었다. 사람들의 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물은 이제 남자의 가슴까지 차 올랐다. 화장대에 머리를 박고 쓰려져 있던 그녀 역시 편안한 포즈로 물속을 부유하고 있다.
이제… 나가자. 더 이상 있으면 익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자는 여자의 다리를 잡아 끌었다.
아무런 저항감 없이 여자가 물속에서 끌려왔다.
- 4 -
* 김희남기자 : 퍼내고 또 퍼내도 방안 가득히 들어찬 물은 빠질 줄 모릅 니다. *
천천히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 잠금쇠가 풀렸다.
남자는 천천히 문을 밀었다. 쿵.
일순 남자의 행동이 멈추었다. 다시 한 번 문을 밀었다. 하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모르고 있었다. 바로 옆집에 살던 집에서 가재도구를 옮기던 중에 그냥 남자의 문 바로 앞에 버려 두고 간 것을…
이제 여자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남자는 본격적으로 문을 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
물은 이제 남자의 코끝에서 남실거렸다. 다시 한 번 문을 밀어봤지만 소용없었다. 벌컥. 남자의 입안과 코로 물이 들어 오기 시작했다.
“이게…이렇게,., 되는 것은… 싫어 ”
남자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전 까지 물속에 누워있던 여자가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광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