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탁상일기에는 무지개색의 포스트잇이 여러 장 붙어있다. 예식이나 병원 갈 날의 표시도 있지만 4~5장은 전시회 가는 날이다. 작년 6월부터 시작한 관람이 주간행사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일반적으로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를 찾지만 일산의 킨텍스로 원정가기도 한다.
1978년, 파리박람회에 출품업체직원으로 참여한 것을 필두로 국내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를 두 번인가 참관한 적은 있지만, 박람회나 전시회는 해당분야종사자들이 업계의 동향파악이나 신상품의 기술정보 수집을 위한 장소라는 고정관념으로 퇴사 후로는 관심 밖이었다. 그러던 것이 경제지를 구독하면서 관심 있는 전시회가 눈에 들어오기에 코엑스를 찾게 된 것을 계기로 어느새 단골로 변했다.
무슨 일이나 그렇듯이 성장과정이 있고 경험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인가보다. 입장방법만 하드라도 처음 몇 번은 부스에서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그러던 것이 전시장 입구의 OO카드 부스에다 카드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무료입장권과 교환하는 것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몇 달을 그렇게 보내다가 인터넷에서 사전등록을 하니 긴 줄을 서서 짜증나게 기다리는 고역도 졸업하게 되었다. 입장할 때 선물까지 받는 VIP초청장이 있다지만 보통사람 신분으로는 언감생심이니 이정도로 만족해야지…….
전시회 가는 날은 첫걸음부터 산뜻하다. 왕복 2시간은 전철에서 신문을 보며 정보를 수집하고 넓은 홀을 다니다 보면 3시간이 훌쩍 지나는데 장시간의 걷기에다 소품으로 가득 한 종이 백이 기분을 전환시킨다. 소품이래야 1000~2000원 상당의 필기구나 메모지들이지만 이벤트에 참가하여 선택되는 경우-집중력이 떨어지고 순발력이 무디어져서 성공확률이 형편없다-에는 쓸 만한 물건이 끼어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반기는 것은 27개월이 다가오는 손자가 좋아할 장난감으로 동물을 소재로 한 봉제품과 탈것을 모형으로 한 금속류도 있고 놀이터에서 즐길 공 종류가 눈에 들어온다.
그저께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예기치 못한 인터뷰로 횡재를 했다. 일반 행사보다 규모가 커서 4개의 홀에서 진행된 국제의료기기 행사장에서였다. 개업의를 전담하는 홀이 있는가 하면 늙은이들을 위한 건강보조기기 체험 홀이 별도로 있었다. 전신안마의자나 특정부위 마사지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한번 체험하려면 장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인기코너다.
20여명을 수용하는 자리에서 노인네 3명이 여성판매원을 상대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전신마사지기를 체험하고 있는데, ‘OO휴테크’라고 인쇄된 작업복을 입은 40대 후반의 남자가 다가오드니 “선생님, 케이블 TV에 신제품선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터뷰 좀 하시겠습니까?” “하필이면 왜 나지요,”
“인상이 좋으시고 즐기시는 모습도 좋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라 무엇이든 할 수야 있지요.”했더니, 어느새 Video을 어깨에 멘 남자가 옆으로 다가서고 마이크를 잡은 여직원이 앞에서 폼을 잡는다. 책임자의 유도에 따라 새 제품을 등에 대고 리모컨으로 기능을 조작하며 즐기는 모습을 Video가 여러 각도로 담는다. “유사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이 제품을 사용한 소감은 어떠시냐?”로 시작한 여직원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숙달된 안마사가 하는 것처럼 부드러워서 기분이 좋다.”고 했더니 그 점을 좀 더 강조해달라고 부탁한다. 인터뷰는 7분간이나 이어졌지만 10초라도 방영되려나?
직장을 찾아온 라디오PD와 집을 방문한 잡지사기자와도 인터뷰한 적은 있지만 TV용은 처음이다. 수고했다면서 롤링 마사지기를 선물로 받으니 웬 떡인가 싶다. 제품의 무게 때문에 양손으로 번갈아 잡고 전철역으로 향하면서 이것은 마누라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한다. 환갑을 지나면서 부쩍 심해진 관절통이 온몸을 쑤신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팔. 다리를 들이미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碧草.2011.04.01)
첫댓글 삶이 풍성해서 좋다..삼성동 올 때 전화하시게..
롤링 마사지기 그거 참 좋은것인데....횡재 했구먼 시골에는 인터뷰 하러 안오겠지 공짜좋아 하면 막빡? 까진다 하던데 그냥얻을 수 는없고 전시회를 찿아봐야지
우리제품를 출품할 전시회를 수소문하고 있네. 그때 자네를 VVIP로 모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