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남 완도에서 생선국을 먹은 주민 2명이 숨지고 같은 날 여수에서도 집에서 복어를 먹은 60대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요리중에 복어 내장이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숨진 두 사람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고 한다. 복어에는 내장과 난소에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성 신경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복집도 많이 생겨서 복어가 아주 비싸지만 옛날에는 흔하고 값이 싸서 없는 집 사람들이 어시장에서 사다가 알과 피만 빼고 집에서 끓여 먹고 죽는 사고가 더러 나기도 했었다.
내가 마산 선창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호동에 살 때 낚싯대를 들고 선창가 부두로 낚시질을 많이 다녔다.
그 때 제일 먼저 입질을 하는 것이 복쟁이 새끼였다. 물밑에서 입질을 해서 낚아 올리면 손가락만한 복쟁이여서 재수 없다고 길바닥에 내팽개치면 이놈도 화가 난다고 배뿔태기처럼 배를 불룩하게 키웠다. 복어는 독이 있어 먹지도 못하지만 도로 살려주면 또 물 것이 뻔했으므로 풍선 터뜨리듯이 '빵'하고 소리가 나도록 발로 밟아 끝장을 보는 것이었다. 당시 낚시에 주로 올라오는 것은 까지메기, 도다리,쥐치 등이었다.
복은 산란기때인 이 맘때쯤 살이 통통히 찌고 맛이 있는 데 알에 맹독이 있기 때문에 복요리 면허가 있는 조리사가 있는 집에서 먹어야 안전하다. 복을 먹을 때는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저녁때 먹게 되면 수면중에 가는 수가 있으므로 꼭 낮에 먹어라고 한다. 독이 들어간 음식을 먹게 되면 약 20분만에 증세가 나타나는 데 입술이 마비되고, 구토가 나고 안면이 무감각해지며
호흡곤란이 생기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아주 적은 분량을 섭취하게 되면 마약주사를 맞은 듯이 땅을 걷는 것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라고 한다. 그래서 복집에 자주 가는 사람은 복집 사장이 단골들한테만 일부러 독을 조금씩 넣어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리 식성이 좋은 상어라도 복어는 잡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내쇼날지오그래픽지에서 보도한 걸 보면 수족관에서 상어를 며칠 굶겼다가 먹이로 살아있는 복어를 넣어 주었더니 처음엔 모르고 덥썩 집어 삼켰다가 입안에 넣자마자 도로 뱉어 냈다고 한다. 뱃속으로 삼키게 되면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학습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육상에 있는 독사에 물렸을 때 병원에 가면 해독제로 '독은 독으로 푼다'는 말과 같이 중화제로 반대의 독약을 쓰지만 복어 독에는 분자량이 아주 작은 화합물이기 때문에 해독제가 없다고 한다.
요즘은 양식기술이 발달하여 양식하지 못하는 어종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복어도 양식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십수년전 구룡포에서 축양장을 하는 친구가 복어를 시험삼아 양식을 시작했는데 광어에 비해 빨리 성장하지 않아 경제성이 없어 중도에 그만 두었다고 한다. 그 때 내가 기계학회 부산지부장을 맡고 있어서 여름철에 포철로 회원가족 30여명이 견학가면서 그곳에 들러서 복어회와 매운탕을 대접 받은 적이 있다. 복어는 맹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양식 복어는 독이 없다고 들었다. 양식장에서는 사료만 먹이니 독을 만드는 해초나 다른 재료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맹모삼천'이라 했듯이 사람이나 고기나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큰 재목으로 클 수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