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년된 철산법 개정 추진
'운영과 분리돼 철도관리 어렵고
광역철도 확충 코레일론 감당못해'
컨설팅사 '안전부사장' 신설도 제안
철도노조 '민영화 수순' 강력 반발
정부가 철도 유지.보수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접하도록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20년간 유지된 코레일의 독점이 실제로 깨질지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철산법 개정에 나서는 건 코레일만으로는 철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광역철도 교통망이 확충되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 단독으로 감당하며
철도 안전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 노조의 반발과 야당 설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 유지,보수 코레일 독점 깬다
정부가 이번에 철산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철산법 38조에 '철도 시설 유지 보수 시행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단서 조항을 없애는 것이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는 코레일이 유지,보수하되, 서울교통공사 등 자체적으로 유지.보수가 가능한 운영사는 단독으로 시행하고, 유지,보수 관리 조직이 없는 SR은 국가철도공단 등 외부 기관에 업무를 맡길 수 있도록 했다.
2993년 재정돼 올해로 시행 20주년을 맞이한 철산법은 그 전에 철도청이 모두 맡았던 철도 관련 업무를 쪼개는 걸 핵심으로 했다.
레일 위를 달리는 철도 운영은 코레일이, 레일( 밑) 등의 펄도 시설 관리는 국가철도공단이 맡기로 했다.
이른바 '상하분리 구조개혁'이었다.
하지만 당시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등 반발이 심했고 코레일이 노선 특성과 상황을 잘 알기에 시설 유지.보수를 독점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코레일이 선로 유지.보수를 맡기로 했다.
철산법 38조에 '철도 시설 유지 보수 시행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철도 건설은 공단이 하되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위탁받아 수행하기로 한 것.
이후 2013년 SR이 출범하고 2019년 수서고속철도(SRT)'이 개통되면서 코레일의 고속철도 운영 독점이 깨졌지만,
유지.보수는 여전히 코레일이 맡고 있다.
하지만 운영 회사와 유지 보수회사가 다르다 보니 관리가 어렵고 사고 책임 소재를 두고도 공방이 커졌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1호선 한강철교 정차 사고와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등 철도 사고가 잇따르며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12월 평택~통복터널 전 차선 단전 사고 당시 이종국 SR 대표는 '하자 보수 때 부실한 자재 사용과 허술한 관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건설과 관리가 분리된 현행 유지.보수 체제는 불안하다'고 했다.
노조와 국회 설득이 관건
국토부 용역을 진행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파편화된 구조로 일관성 부족, 시스템 개선 지연,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BCG는 이 외에도 코레일 내 관제와 유지.보수를 총괄하는 안전부사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권경현 법무법인 용산법률 변호사는 '철도 운영회사가 늘고 있는 만큼 20년 된 법으로는 현 철도산업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했다.
수도권 일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진접선(2022년 개통, 서울교통공사 운영),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A노선(SR레일, 2024년 계통 예정) 등이 늘면서 철도 운영사와 유지.보수 관리 주체가 다른 경우가 더 늘어나는 점도 감안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GTX 등 광역철도망이 전국 곳곳에 도입되고 있는 만큼 기존 체제는 맞지 않는다'며
'한국 철도 산업도 항공산업처럼 운영과 유지.관리가 독립돼야 한다'고 했다.
관건은 노조 설득과 국회 통과다.
현재 야당에서는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철도 노조 간 의견 차이가 크다며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민영화 수순'이라며 법안 통과 시 총 파업을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유지.보수 업무를 민간에 개방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윤경철 송원대 철도운전경영학과 교수는 '현 제도에서는 운영과 유지.보수가 분리돼 의사결정 속도나 비용적인 문제에서 갈증이
생길 소지가 많다'며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사회적 비용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수.이축복.오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