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예상을 뛰어 넘은 승리를 거두었다. 한때 열린우리당 대표를 지낸 문희상 씨 말대로 열린우리당과 노 정권은 탄핵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5·31 선거가 한나라당의 승리도 아니고 보수의 승리는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이다. 5·31 선거는 오히려 보수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는 함정일 수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부동표의 향방을 바꾸는데 기여했지만,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한나라당의 압승을 초래한 일등공신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열흘이 멀다고 저질 언어를 뱉어내는 좌파 대통령에게 대다수 국민들은 질려 버린 것이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도 한나라당 압승에 기여했다. 북한은 민노당을 찍으면 사표(死票)가 되니 열린우리당을 찍으라고 노골적으로 그들을 지지하는 남쪽 인민에게 지시를 했다. 이런 황당하고 모욕적인 언급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침묵을 지켰다.
5·31 선거는 우리나라가 좌파 30%, 우파 30%, 그리고 중도 40%로 분할돼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30%를 차지하는 우파에게 한나라당은 도무지 탐탁하지 않은 정당이지만, 열린우리당의 재집권을 막는 것이 급한 그들은 한나라당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면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의 광적(狂的)인 부동산 정책, 급진 좌파 한명숙 씨의 총리 지명, 국가의 근간을 흔든 평택 사태 등 어느 한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의 대부분은 쌀 시장 개방 법안에도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문제에 대해서만 보수의 가치를 충실하게 대변했다. 하지만 원희룡 등 소장파들은 사학법 개정에 반대한 박 대표의 행보(行步)에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들은 오세훈이란 ‘트로이의 목마’를 불러 들여 서울시장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한국의 보수는 한나라당을 진작에 버렸어야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할 수 없이 또 지지한 것이다.
5·31 선거는 40%에 달하는 유권자가 이념과 정책보다는 감성과 바람에 따라 투표함을 잘 보여 주었다. 그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거품’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5·31 선거 결과를 두고 신문지상을 장식한 많은 칼럼들도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교수는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에 반대해서 정국을 불안하게 했다고 썼고, 또 어떤 평론가는 이제 반공(反共)은 더 이상 한국 정치에서 설자리가 없음을 보여 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새로운 좌파 세력의 등장을 촉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노무현 정권의 사학법 개정은 자유민주주의의 뿌리를 위협하는 것이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공은 더 이상 추구할 가치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기 때문이다. 5·31 선거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일종의 수정주의 수법이다.
5·31 선거의 영향을 논하는데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한국 정치는 매우 불안정하다는 사실이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기정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보 좌파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건 씨를 중심으로 한 신당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하고, 이명박-원희룡-오세훈으로 이어지는 한나라당의 반박(反朴) 세력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이며, 손학규 씨도 독자적으로 출마할 것이다. 30%의 확고한 지지를 갖고 있는 좌파 세력은 그들만의 정당을 만들 것이니, 2007년 대통령 선거는 5파전이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노무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 질 2007년 대선은 5·31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5·31 선거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의 보수는 그들의 원칙과 정책을 한나라당에 반영시키기는커녕 요구하지도 못했다. 한국의 보수는 한국 정치가 감성에 따라 움직이는 40%의 유권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40%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대세(大勢)로 보아 영합하기보다는 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 내야 한다. 진보 세력 뿐 아니라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이상한 세력들의 허구와 가식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보수 세대를 키워 나가야 하는 일 역시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상돈 / 본지 편집위원, 중앙대 교수
첫댓글 어떻게 보긴요. 국민의 심판으로보네요.
새로운 보수 세대는 중도로 부터 시작해야 보복의 역사가 중화됩니다. 그리고 보수던 개혁이던 국제정세가 경제로 흐름을 도외시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