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 전반기도 2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SK와 삼성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는 가운데 기아 LG 한화의 4위 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인데요. 지난 한 주간 그라운드에 있었던 흥미로운 뒷 얘기를 모아봤습니다. / 야구부
▲‘인생이란 뭐 이런거죠.’
지난달 29일 두산전에서 꿈에 그리던 선발 등판을 앞두고 내린 비 탓에 기회를 놓친 LG 좌완 유택현의 아쉬움입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원 포인트 릴리프로 성실히 활약해 온 유택현은 선발진에 구멍이 나면서 오랜만에 선발 내정을 받았으나 하늘의 허락을 받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트윈스 구단은 27일 김광수, 28일 장문석에 이어 유택현이 이날 승리 투수가 될 경우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투수들이 3연승을 이끌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결국 헛물만 켜고 말았습니다.
▲‘제발 우리 좀 가만히 두세요.’
지난 주 트윈스는 ‘김재현 사태’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LG 구단이 김재현과 재계약을 포기했다’는 모 언론의 보도가 나가자 트윈스는 즉각 ‘아무런 의사 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해명 보도자료를 냈죠.
이것에 끝나지 않고 지난달 30일 ‘김재현을 롯데로 트레이드 하려했다’는 후속 보도가 터져 나오자 트윈스 구단 관계자는 “우리 팬의 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며 이제 반박도 지겹다는 눈치입니다. 침묵하던 이광환 감독도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는 이제 지양해야 되지 않느냐”며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친구 덕에 메이저리거
기아의 ‘안방 마님’ 김상훈(26)이 친구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김상훈은 뉴욕 메츠의 ‘뉴 에이스’로 떠오른 서재응과 광주 충장중ㆍ광주일고 동기생으로 ‘죽고 못 사는’ 사이인 데요.
얼마 전 광주 구장을 찾아온 서재응의 아버지 서병관 씨를 통해 뜻 깊은 선물 하나를 받았습니다. 메츠의 거포 모 본이 쓰던 팔꿈치 보호대였습니다. 모 본의 백넘버 42번이 선명하게 새겨진 소중한 물건이었습니다.
이밖에도 서재응은 수시로 자신의 방망이를 비롯해 메츠 동료들의 방망이를 김상훈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톱타자 로저 세데뇨의 것도 있더군요.
▲상대 투수 견제보다 더 무서운 비.
삼성 이승엽이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신기록 작성에 실패했습니다. 다름아닌 월간 최다 홈런이었는데요. 이승엽은 지난 달 29일 더블헤더 2경기에서 2개만 보태면 자신이 보유중인 월간 최다 홈런(15개)을 경신하는 것이었죠. 세계 최연소 300홈런도 수립한 뒤라 상대 투수의 견제도 뜸해졌고 본인도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 기록작성 가능성은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는 비가 훼방을 놓았죠. 29일 새벽에 내린 비로 1차전이 취소된 데 이어 오후 내내 가랑비가 그치지 않아 2차전마저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이승엽은 “월간 기록은 신경 안 씁니다”고 웃어넘겼지만, 지난 달에도 타이에 머물렀던 까닭에 내심 하늘을 원망했을 듯합니다.
▲공중파 중계하면 세 번은 나가야지
유승안 한화 감독은 올해 ‘전경기 출장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판정에 대한 항의도 유난히 잦고 투수 교체시 직접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도 많아 매 경기 그라운드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김성한 기아 감독이 유 감독을 만날 때마다 “쇼맨십도 좋지만 심판에게 찍힌다”며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사령탑 선배로서 야구 선배를 챙기는 일종의 훈수죠. 하지만 유 감독은 “앞으로도 공중파 중계하면 3번, 케이블 TV 중계 때는 2번은 나갈 것”이라고 단호합니다.
▲잘 나가는 집은 역시 달라
SK 선수단이 ‘하늘의 도움’으로 가만히 앉아서 3000만 원의 가욋돈을 챙겼습니다. SK는 월말 순위에 따라 1위 1억 2000만 원, 2위 9000만 원, 3위 7000만 원, 4위 5000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롯데와의 더블헤더를 독식하며 이틀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한 SK는 이튿날 삼성이 우천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 덕에 월말 순위 1위를 확정 짓게 됐습니다.
▲ 이름 탓도 아닌데
두산 투수 이재영이 비를 몰고 다닌다는 핀잔(?)을 듣고 있습니다. 6월에 우천으로 취소된 두산 경기가 모두 7게임인데 그 중 4게임이 이재영이 선발 예고된 경기였답니다. 지난 주에 취소된 24일 SK전과 29일 LG전 두 경기 모두 이재영이 선발예고 된 날 이었죠.
두산은 예전에 이광우(현 기아코치) 예고 될 때마다 게임이 취소됐고, 작년에는 구자운의 등판일마다 비가 왔다는군요. 이 선수들은 이름에 ‘雨(비 우)’와 ‘雲(구름 운)’이 들어간 탓이었다는 게 내부의 분석이랍니다. 하지만 이재영은 이름도 ‘載(실을 재) 英(꽃부리 영)’으로 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죠.
▲생일 노래 불러줘요
최근 ‘어리버리’에서 ‘재간둥이’로 별명을 바꾼 현대 신세대 스타 정성훈이 아주 우울한 생일을 보냈다고 하는군요. 지난 주 금요일은 정성훈의 만 23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생일을 맞은 선수에겐 선수상조회에서 케이크를 준비하고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는 것이 현대의 전통이죠.
올해 트레이드돼 객지밥을 먹고 있는 정성훈은 동료들로부터 따뜻한 축하 인사를 받고 싶은 마음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 우천으로 게임이 취소돼 케이크는 고사하고 축하 인사 한 마디 듣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하루 늦게 생일 케이크도 받고 ‘해피버스데이 투 유’도 들었지만 감동은 아무래도 좀 떨어졌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