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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이 펑 올랐다.
선주의 어머니가 폭죽을 펑 터뜨린 것이다.
이곳은 오피스텔이 아닌 선주 부모님의 집이다.
식탁에는 케이크, 잡채, 갈비, 육전 등등등.. 맛있는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있었다.
선주의 어머니가 폭죽을 터뜨리자 창기는 무서워서 구석으로 도망갔다.
가족들은 모두 하하하 웃었다.
그 때, 정작가가 들어왔다.
선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정작가를 반겼다.
"우리 정작가 왔어~"
"어머.. 한 상 가득 차렸네.. 울엄마도 선주가 여주인공 알아야 될텐데.."
"내가 벌써 전화했지~!"
"아.. 그래요?"
"망할 년의 아줌씨! 네 엄마가 영화 개봉 할 때나 온대는구나!"
"아하하하하하.."
정작가가 당황스럽다는 웃음소리를 냈다.
선주는 부끄러워서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잡채를 푹푹 퍼먹었다.
정작가도 코트를 벗고 선주의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정작가는 선주에게 말했다.
"너 내일부터.. 감독님하고 24시간 붙어있어야 돼."
"왜..왜?"
"캐릭터 잡아야지. 너는 두 가지 캐릭터를 한꺼번에 소화해야되잖아. 그러니까 더더욱 힘들지."
어차피 지금도 밖에 나가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매일 붙어있는데..
선주는 준후와의 동거 사실을 꼭 숨겨야겠다고 다짐을했다.
★
이곳은 준후와 선주가 동거를 하는 오피스텔...!
준후가 옆에 있던 탁자를 주먹으로 쾅 쳤다.
선주는 깜짝 놀라 대본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완전 바보네.. 몰입도가 그렇게 낮아?"
"아니.. 그게.."
"변명은 필요 없어."
"너무 어렵잖아요. 왜 대본에 제대로 감정 표시가 안 나와있어요? 그냥 '울며'라고만 나와있잖아요."
"너 대학 다닌다면서. 그것도 연극영화과. 그 학교에서는 뭘 가르치냐?"
"지문이 이해가 안되는데 어떻게해요."
"누가 네 감정 문제가 있댔어? 왜 어른처럼 하냐구! 오디션 때하고 다르잖아."
"..........."
준후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런 뒤, 다시 연습하라고 했다.
2시간 동안 계속해서 연습을 했지만 아직 15씬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선주가 한숨을 세 번 쉰 뒤 다시 대본을 잡았다.
"어..엄마.. 왜 울어요...?"
"엄마가 너무 슬퍼서."
선주가 라임이 역을 맡고 준후가 라임이의 엄마 역을 해주었다.
그런데 준후는 그냥 대충대충 읽어주었다.
이에 불만인 선주는 준후에게 따졌다.
"감정이 안 잡히잖아요! 좀 드라마틱하게 해줄 수 없어요?"
"드라마틱한걸 원해? 그럼 내가 배우를 하지 왜 감독을 하냐?"
"쳇!"
선주는 다시 라임이의 감정을 잡았다.
복잡미묘한 IQ 60짜리 라임이의 감정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돌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그런 순수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가 울면.. 정말루.. 정말루 싫거든요.. 정말 싫은데.. 으앙앙앙앙앙~"
선주가 눈물을 흘리며 눈물 연기를 했다.
정말로 눈물을 흘렸다.
구슬프게 흘렸다.
준후는 연기를 하는 선주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과연 자신이 이 캐스팅을 정말로 잘한 것인가 어젯 밤 계속 생각하던 그였는데..
지금 이 모습을 보며 그 생각을 싹 지워 버릴 수 있었다.
준후는 대본을 내려놓으며 휴지를 선주에게 건냈다.
선주는 닭똥같은 눈물을 닦으며 대본을 계속 잡고 있었다.
"너.. 정말 연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
"이 일 정말 힘들다.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도 돼."
"마음에 안드세요...?"
"아니. 정말 마음에 들어. 최고야."
"그..그런데요?"
"이 바닥이 너무 드럽고 쪼잔스럽거든. 너같은 쪼다가 이 바닥에 들어오면 너무 망가지잖아."
준후는 그 한 마디를 하고 부엌으로 들어가 커피물을 끓였다.
선주는 쇼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머리를 한 번 넘기며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했다.
선주는 멍한 상태로 있다 정신을 차린 뒤, 부엌에서 커피물을 끓이는 준후에게로 가 입을 열었다.
"나 어제까지는 그냥 내 미래가 너무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한건데.. 지금은 연기가 하고 싶어요!"
"..........."
"그러니까 그런 말 안 해도 돼요!"
"서..선주야.. 네가 너무 얕보고 있어. 이 바닥은.. 정말로.. 최악이야.."
"나 쪼다 아니라구요!! 20살은 넘은 성인이에요! 내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나이라구요!"
"서..선주야..."
"당신이 내 미래를 보장해줄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만 동거인이지. 나중에는 그냥 남남이잖아요."
선주는 털썩 주저앉아 울었다.
준후는 선주의 앞에 똑같이 주저앉았다.
준후는 선주를 한 번 안아주었다.
선주는 거친 숨을 쉬며 준후의 듬직한 포옹을 간직했다.
그리고는 준후의 포옹을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나 진짜 쪼다같아.."
"너 쪼다 아니야. 그냥 파랑새야."
".......?"
"일어나서 대본 연습 하자."
★
어느덧 밤 12시가 되었다.
준후와 캐릭터 잡기는 10분 전에 끝내고 선주는 자신의 방으로 와 침대에 누웠다.
선주는 준후가 말한 '파랑새'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지식검색이라도 하고 싶었다.
과연 파랑새의 의미가 무엇일까...?
선주는 30분동안 계속 고민하다가 털썩 잠에 들어버렸다...!
★
박성호와 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해외 판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박성호가 해외 판권을 제대로 팔지 못해 결국 판권담당 CP를 넣었다는 것에 대해 항의를 하는 것이다.
"나도 할 수 있어요. 왜 굳이 판권담당 CP를 넣냐구요?"
"국내에서 50억원을 어떻게 다 회수해? 극장 배분료까지 빼면은 최소 100억은 벌어들여야지."
".........."
"우리 영화 액츄얼 관객수 성적으로 고작 80만 나왔다. 미리 선판매라도 해놔야지."
그런데 그 때...! 인혜가 이대표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대표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인혜를 반겼다.
인혜는 이대표 품에 안긴 뒤, 악수를 했다.
그런 뒤, 박성호와도 씁쓸한 악수를 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3시까지 온다며. 지금 5시인데."
"그냥 돌아다니느라구요. 그런데.. 준후 작업실이 없어졌네요.."
"역시 준후 먼저 보고 싶어했구나."
"그렇죠 뭐.."
"준후 오피스텔로 옮겼어. 동.."
"동.. 뭐요?"
이대표가 준후가 어떤 여자와 동거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해버릴뻔 했다.
하지만 이대표는 동거인이 선주라는 것은 아직 몰랐다.
"아무 것도 아니야."
박성호는 이대표의 사무실에서 나갔다.
인혜는 이대표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달라진게 없네요."
그런데...! 인혜가 선주의 사진을 발견하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 여자는 누구예요? 본 적이 없는데.."
"준후 새작품 여주인공이야. 저번에 오디션 치뤘다고 했잖아."
"얼굴 되게 예쁘네요."
인혜 역시 곧바로 이대표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런데...! 박성호가 이대표의 사무실 앞에서 인혜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인혜는 박성호를 무시하려 했는데 박성호가 굵은 팔로 인혜를 막아섰다.
"말 좀 하자."
"전 다 알고 있는데. 박CP님이 무슨 말 할지."
"안다니 다행이네. 너 해외판권 손 떼."
"싫어요."
"뭐..뭐...!"
박성호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하지만 인혜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너 여기서 썩을 애 아니잖아.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은 애가 왜 굳이 이 영화에 국내 컴백작으로 잡으려고 하냐?"
"그래요. 나 할리우드에서도 아시아 판권 홍보 전략으로 인정받았어요. 근데 나는 굳이 이 작품을 해야겠는데요!"
"....! 너, 너하고 박준후하고 쌍으로 갈갈이 찢기는 모습 연출되면 좋겠어?"
".........!!"
"나는 그럴 수 있다. 그런 힘이 나한테 있거든."
인혜가 박성호의 뺨을 때리려 했다.
그런데 박성호가 인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생각 잘 해."
박성호는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인혜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
선주는 스페셜 시네마로 왔다.
어제 제대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준후가 이쪽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찾아왔다.
그리고 로비로 들어서는데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인혜와 마주쳤다.
둘은 모르는 사이라 그냥 지나쳐 가는데 인혜가 문득 이대표 사무실에서 본 사진을 기억해냈다.
인혜는 선주를 불렀다.
"혹시 이선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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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예고는 사정상 오늘 하루 쉽니다.>
※ 참고
소설 속의 영화이자 준후의 작품인 '꼬마, 하늘을 날다!'의 주인공 이름을 살펴봅시다.
선주 - 한라임(IQ 60의 지적장애아인데 어느 하루 갑자기 IQ 170의 이름 난 의사로 바뀜.)
유인성 - 박지훈(냉철한 의사. 하지만 라임이를 만나면서 변하게 된다.)
일단 두 분의 이름은 알고 계세요~~~
첫댓글 잘 읽었어요...선주 대본연습 아주 고대게 하는군요....하지만 준후가 옆에서 같이 해주네요.....드디어 인혜가 이대표를 만나려왔군요...하지만 먼저 준후를 찾네요....대체 성호란 남자 얼마나 대한하기에 인혜까지 그런말을....다음편도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성의없는 댓글 ㅈㅅ;;)
재미있어요.ㅎ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성의없는 댓글 ㅈㅅ;;)
잼있어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성의없는 댓글 ㅈㅅ;;)
ㅋㅋ 잘보고있어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성의없는 댓글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