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가리지 말고, 내 마음을 가려줘.
"....위암입니다."
"...거짓말.."
"....위 전체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여서 손 쓸 수 없는 상태구요."
"...돈 벌어 먹고 싶어서 지금 거짓말 하는거지??"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진행을 늦추는 정도 밖엔...."
...의사의 말을 듣고 있던 우현이가 벽을 쾅하고 내려 칩니다.
꾹꾹 눌러 참고 있던 눈물이 또르륵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현이가 그 눈물을 닦아냅니다.
그리고 약을 받아가라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병원을 빠져 나옵니다.
.....길을 걸으면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아슬아슬히 피해다니면서,
멍한 머릿속에 생각나는 사람은 오직 향기 뿐입니다..
눈물로 가득찬 우현이의 가슴속에는 향기가 살고 있습니다.
"..김봄향기.헤어지자."
"......왜...??"
"아. 지겨워졌다. 그냥 헤어지자."
"............그래...."
눈물 한 방울도 없이 예뻤던 이별이 참 다행이라고 여기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향기를 다행이라고 여기며,
자꾸만 아파오는 심장을 괜찮다고 달래며....
....말해서는 안된다고, 나 혼자 아프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한 우현이였습니다.
열여섯살이란 어린나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생각이 깊어진 우현이는
.............그만큼 슬픔도 깊어진 우현이는,
매일매일 향기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며,
멀리서 몰래몰래 우현이를 지켜주며, 그렇게 혼자서 아픔도 참고, 슬픔도 참았습니다..
"우현아, 아침밥 먹어야지-"
"됐어. 어차피 죽을텐데 뭐하러 먹어. 다녀올께."
..매일 우는 엄마가 참 싫었습니다.
자기같은 못난 아들도, 아들이라고, 매일 자신땜에 우는 엄마가 싫었습니다.
매일 꼭두새벽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나가는 엄마도,
먹지 않는걸 알면서도 푸짐하게 차려놓는 아침밥도,
...................그리고 그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란 사실도 싫었습니다.
아침을 거르면 더 심해질 수도 있으니까 식사는 꼭 하라던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그제서야 머리를 스칩니다.
.....살 이유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모든게 다 싫지만 아직 살아야만 되는 이유가 남아있기 때문에,
우현이는 억지로 매점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살아야 되는 단 하나의 이유를 만납니다..
과자를 하나가득 들고
입에 하나가득 빵을 오물거리는..
살아야 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표현해서는 안되기에,
잊어내도록 만들어야 하기때문에....
"돼지."
"켁켁ㅜ_ㅜ뭐라구!!?"
빵을 오물거리다가 놀라서 사래가 걸린 그 아이에게
반사적으로 팔이 뻗어나가는걸 억지로 참아내며
맘과는 정 반대의 말만 뱉어냅니다.
"그렇게 먹으니까 돼지가 되는거야."
.......그렇게 짧았던 그 아이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짧았던 향기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우현이에게,
.......................암세포들은 슬퍼할 시간조차 주질 않습니다.
풀썩-
그렇게 매점 앞에서
그 아이 앞에서 쓰러져 버린 우현이입니다.
강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고,
아무리 아파도 그 아이 앞에서 만큼은 활짝 웃던 우현이지만,
눈을 떴을때 보이는 양호실 천장을 보며 쓴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우현이였습니다.
"...박우현. 아무리 바빠도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하는거야."
"알아요. 그쯤은.."
"그런 녀석이 왜 아침밥을 걸렀어."
"죄송합니다. 이제 교실로 가봐도 되죠?"
"수업중일테니까 끝나거든 들어가지..??"
.........향기를 봐야해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말을
내뱉어선 안된다고 판단하고는 묵직한 발길을 돌려
교실로 향합니다.
향기가 있을 교실로 향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향기가 있는 교실로 향합니다.
교무실을 지나치고 학생부를 지나치고 교장실을 지나치던 그 쯤,
교장실 문이 열리고 교장선생님이 나오시면서
교장선생님의 혼잣말을 듣게 됩니다.
"좋을때구나. 역시 청춘이 좋지. 오오. 안색이 좋지 않구나. 어디 아픈겐가??"
"아니요. 괜찮습니다.."
"음큼. 그럼 어서 교실로 가보게나."
그렇게 교장실을 지나치다 교장실 밖으로 향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목소리만 듣고도 단박에 심박수가 빨라지는 우현이 입니다.
그리고 금새 그 뒤로 들린 은표의 목소리를 듣곤
교무실과 교장실 틈새에 있는 구석으로 숨어드는 우현이입니다.
두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혼자 숨죽여 울어야 하는 우현이 입니다.
향기가 교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현이는 따라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자꾸만 흐르는 눈물때문에,
눈앞을 흐리게 만드는 눈물 때문에,
우는일 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현이 였습니다.
향기의 병실에서.
얼마 전 향기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 사이에 황연주가 찾아가 향기의 이마에 상처를 냈다는 소식도 들은 우현이 였습니다.
화가 났지만 자신이 나서면 모든걸 들키기 때문에
혼자 속으로 참아내야 했던 우현이 였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로 또한번 쓰러져야 했던 우현이 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이제 막 해가 뜨는 푸르스름한 길을 따라
향기의 병원으로 향하는 우현입니다.
새벽에는 향기가 자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몰래 병원에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안심을 하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향기에게 마이를 덮어주는 은표를 보면서
또 한번 아픈 가슴을 진정시켰습니다.
향기를 보내야 하는 거니까, 이쯤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무어라고 향기에게 중얼거리고 있는 은표를 보며
씁쓸하게 한번 웃은 후에
병원 앞에 있는 생과일 쥬스 집 앞에서 문이 열릴 때 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향기가 가장 좋아하는 키위쥬스를 사들고
그 키위쥬스에 아픈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전해 질 수 없었던 그 아픈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아프지마.-
..........냉장고 속에 갇혀져
향기는 들을 수 없단 걸 모르는 우현이는
그렇게 아프게, 슬프게, 힘겹게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너무 작게 써서 아무도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든 그 마음을......
-아프지마..............그리고좋아해.-
카페 게시글
소설연애
(자작)
Out of sight, Out of mind #우현번외
어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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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29 19:0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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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또 한번 1편부터 눈팅을... 읽다 보니 너무 재밌네요 >_< 전 저번꺼 전에 봤던거 많이 봤었는데.. 우현이도 민혁이처럼 확 죽여버리시게요 ? =_=
음음.ㅠ_ㅠ확죽이진못할꺼같아요.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ㅇ^
ㅠ ㅁ ㅠ .... 스으을퍼라 ~ 죽지마 ~
안죽어요♡히히.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ㅇ^
=3 = 우현이 불쌍하다 .ㅠㅜ 그래도 안죽죠 -3 -?? 흐흐+ _ + ♡ 우현이 완전 불쌍해요!!
으흐.우현이못죽이겠어요ㅠ_ㅠ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