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준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시가총액 2위인 제너럴 일렉트릭(GE) 한 종목을 팔면 삼성전자.한국전력 등 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30개 기업을 몽땅 살 수 있다.5일 증권선물거래소가 한국.미국.일본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을 비교한 결과, 지난 1일 현재 한국 대표주의 주가 상승률은 33.8%로 미국(11.1%)과 일본(5.8%)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한국 30대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336조4200억원으로 미국(4670조7360억원)의 7.2%, 일본(1228조2830억원)의 27.4% 수준에 그쳤다. 특히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1위인 엑손 모빌(403조5230억원)과 2위 GE(364조5190억원)의 시가총액이 한국 30대 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위 4개 기업(토요타.NTT도코모.일본전신전화.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의 시가총액(371조581억원)만 합쳐도 한국 30대 상장사의 전체 시가총액을 넘었다.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 수준의 저평가 또는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20.4배)과 일본(21.9배)이 한국(15.8배)을 크게 앞섰다. 올 들어 한국의 주가지수가 많이 올랐지만 개별 종목의 주가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에 비해 저평가 돼 있는 것이다.
배당수익률은 한국(2.3%)이 미국(2.1%)과 일본(1.1%)보다 높았다. 같은 배당금을 지급하더라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배당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이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한국이 17.8%로, 미국(22.8%)보다는 낮았지만 일본(12.2%)보다는 높았다. 예컨대 연초에 1000원을 투자했다면 연말에 한국의 30대 기업은 17.8원을, 일본 30대 기업은 12.2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반도체사업부의 활약이 빛났다. 매출이 18조2,24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43%나 증가했고 7조4,75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률이다. 41.1%라는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삼성이 자랑하는 원가경쟁력과 고부가가치 전략의 위력을 보여줬다.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정보통신사업부의 성적도 이에 못지않다. 모두 8,653만대를 판매, 2003년보다 55%나 성장해 역대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매출은 33% 불어나 18조9,359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은 2조8,111억원을 기록했다. 올림픽 마케팅이 주효한데다 북미와 BRICs(브릭스) 등 주요국에서 선전한 것이 성장을 주도했다. 실제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003년 10.8%에서 2004년 13.7%로 뛰어올랐다. 올 1분기에는 점유율이 더욱 높아졌다. 14.1%로 16.5%인 2위 모토롤러를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