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ㅡ철학 영화 <아일랜드>
영화소개
“만약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당신은 오래 살기 위해 또 하나의 당신을 복제하겠는가.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겠는가?"
이 말은 온 나라가 황우석 신드롬에 열광하던 2005년 여름, 멀리 할리우드에서 대작 블록버스터 영화 '아일랜드'를 들고 나타난 영화감독 '마이클 베이'의 말이다.
'마이클 베이'는 지금까지 <나쁜 녀석들>,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 등 감각적인 영상의 액션 대작들을 만들었다. 그의 영화는 엄청난 흥행과 인기몰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생각이 없는'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최근작 <아일랜드>를 두고 철학적인 소재가 많이 가미 된, 철학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영화들 중 최고로 칭송받는 <매트릭스>이후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평하고 있다.
나는 이번 철학 과제에서 영화<아일랜드>를 보았다면 누구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철학 요소들을, 내 나름의 생각에 '윤리'라는 틀을 두어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논의 주제 소개 및 선정 이유
선정이유
영화 '아일랜드'는 훼손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침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어떠한 강력한 장치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영화에서 쉽게 간과하고 넘어간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주제소개
첫째로 영화 속 대리모에 대한 윤리의식, 두 번째로 안락사에 대한 윤리 도덕적 의식에 대해 살펴보고, 더불어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그런 문제점들이 어떤 양상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겠다.
1.대리모 문제는 윤리적일 수 있는가?
1-1. 대리모는 결코 윤리적일 수 없다.
의학은 자연적인 성관계를 맺지 못할 경우 인공수정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자연적인 성관계를 통하여 정자와 난세포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자와 난세포를 결합시킨다는 의미이다. 이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대리모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한 의미의 대리모란 '남편이 정자를 제공하고 부인이 난자를 제공하여 체외수정을 한 뒤 제 3의 여인의 자궁에 수정란을 착상시켜 아이를 낳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리모는 많은 윤리적인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대리모 문제에는 정자 제공자와 난자 제공자, 대리모의 3명의 관계에 따라 많은 유형이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유형, 즉 앞서 밝힌 바와 같은 경우의 유형에 있어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만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① 어머니의 문제가 제기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도덕적 지위를 수정에 둔다면 유전자 제공자가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착상 이후를 도덕적 지위의 조건으로 본다면 어머니는 바로 자궁을 제공하는 대리모가 되는 것이다. 또한 ② 인간이 결혼하여 자녀를 원한다면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자녀를 가질 수 있는가 등의 세계관에 대한 물음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③ 대리모가 타인이 아닌 친족의 경우 예를 들어 대리모가 이모나 고모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면 이 역시 가족 윤리의 심각한 무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
-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위의 여러 가지 대리모 물음이 제기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우선 '리마-1-알파'는 오너의 복제품이므로 유전자가 동일하며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지위를 수정에 두든 착상에 두든 복제품 리마의 몸속에서 아기가 탄생하므로 큰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마가 이미 오너인 ‘리마'의 복제품이므로 전제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인간을 하나의 아기 낳는 도구로 보고 있으며,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을 전제할 경우 명백한 도덕적 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기를 낳은 후 복제품 리마는 독극물 주사에 의해 강제로 살해당하므로 두 번째 안락사의 문제가 연결된다.
2.안락사의 주체는 누구인가?
2-1. 안락사의 주체는 어느 누구도 될 수 없다.
의학은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인간의 수명까지 연장시켜 주고 있다. 따라서 출생뿐만 아니라 죽음과 관련된 문제들도 제기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안락사의 문제이다.
안락사를 정의 내리자면 '어떤 사람이 가능한 한 편안한 수단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의도에서 파생된 죽음'이라 할 수 있다. 즉, 안락사란 죽는 당사자의 최선 이익에 의해 동기 부여된 제 3자에 의해 이루어진 의도적인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안락사의 고려 조건에는 행위자와 환자의 관계, 행위자의 의도, 행위자의 동기, 인과적 근접성, 결과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구성해 보자면 안락사를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즉 ① 본인의 동의 여부와 관련하여 ‘자의적 / 반자의적 안락사 ② 안락사의 주체는 누구인가, 즉 환자 스스로 안락사 관행을 취한 것인가 아니면 타인이 안락사 시켜준 것인가에 따라서 '능동적 / 수동적 안락사' ③ 죽음을 야기한 수단의 직접성 혹은 간접성에 따라 ‘직접적 / 간접적 안락사’로 분류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논쟁거리는 '자의적이고 수동적이며, 직접적인 안락사'와 '자의적이고 수동적이며, 간접적인 안락사'의 두 가지이다.
실제 현재 안락사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논쟁들의 대부분은 이 두 가지의 구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안락사는 도덕적으로 악에 해당하지만 ‘자의적이고 수동적’일 경우, 즉 환자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에 의거 죽음을 앞당기려는 의도가 있고 그것이 수동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나마 논의의 희망이 있으며, 이외에 ‘반자의적’인 경우, 즉 죽는 자가 죽음을 의도하지 않을 때 안락사 하는 것은 ‘살인’에, ‘능동적’인 경우, 즉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는 ‘자살’에 가깝다. 그나마 논의가 되고 있는 ‘자의적이고 수동적이며, 직접적인 안락사’와 ‘자의적이고 수동적이며 간접적인 안락사’ 두 가지의 공통점은 일단 ‘자의적이고 수동적’, 즉, 환자의 의지가 죽음을 원하고 있으며, 타인이 죽음으로 인도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 영화 <아일랜드>에서 리마-1-알파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자의적’인 계열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자의적’인 계열, 다시 말해 순전히 아기를 낳은 대리모로 쓰여진 뒤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한 채 독극물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일종의 살인이라는 것이다. 영화 내에서는 링컨이 충격을 받고 서서히 진실을 깨달아 가는 장면으로 처리되고 있으나, 사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그리 쉽게 다룰만한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치명적 문제를 각인시켜 줄 어떤 장치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접점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끝으로
어떤 사람은 영화 <아일랜드>에 이데올로기적 음모가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위험은 바로 윤리적인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늘 미래를 상상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그 상상의 실현을 앞당긴다. 그래서 수많은 SF 소설과 영화가 묘사했던 미래의 삶이 실현화되고 있다. 영화 <아일랜드>에서 가장 가까운 과학기술은 바로 생명공학이다. 생명공학은 건강한 삶과 장수에 대한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치명적인 윤리적 문제점들이 숨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화<아일랜드>는 그것을 무시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영화 <아일랜드>의 한계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 김상득의 『생명의료윤리학』
중앙일보 &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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