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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와 희수의 사랑
이 원 수
야아용 야아용-------
미미가 입술을 삐뚤이며 불러보았다. 희수를 부르는 소리다. 개집에서는 아무 기척이 없다. 미미는 장독 뚜껑 위에 단정히 올라앉아 몇 번 더 불러보았다. 여시 집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미미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큰 오빠가 데리고 나갔지만 개를 싫어하는 그 양반이 이렇게 늦도록 희수를 데리고 다닐리가 없다. 이상하다.
미미는 그냥 방으로 들어가기가 멋쩍어서 광쪽으로 나는 듯한 걸음으로 들어
가보했다. 구석 어두컴컴한 곳에 녹두알보다 작은 까만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쥐였다. 어디서 약을 먹은 놈이나 아닌가 했지만 생기있는 품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서 획 덤벼들어 입에 물었다. 그라고는 유유히 뒤꼍으로 걸어갔다.
한참 동안 쥐를 가지고 놀다가 그것도 시들해서 그걸로 점심을 삼고 그늘에
늘어져 누웠으나 희수 일이 궁금하다.
대체 어디로 갔을까? 혹시 죽은 거냐 아닐까?
큰 오빠인지 하는 청년이 온 후로 집안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 전에는 평화롭기만 하던 집안에 그 군인 생활을 하고 왔다는 큰 오빠란 사람은 희수나 미미나 가리지 않고 발길로 차는 게 버릇이었다.
“이 놈의 개는 왜 이리 덤벼? 그런다고 좋아할 줄 알구?”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큰 오빠를 보고 반가와서 뛰어오르는 희수에게 큰 오빠가 하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안방 방석 위에 앉아 있는 미미를 보고는 방석을 획 삐치며,
“이게 누구 앉는 자린데 제가 마구! 건방지게시리!”
하고, 핀잔을 준다. 미미는 그런 때 용케시리 방석에서 뛰어나와서는 눈이라도 흘기듯 돌아보며 야용 한마디 한다.
그러면 큰 오빠는 그게 못마땅해서,
“괭이 갈은 건 씩 없애버려야 하는 건데, 저걸 밥먹여 길러?”
하며 혼자 투덜대는 것이다.
큰 오빠는 미미나 희수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만 생각되었다. 주인은 주인 이지만 미미나 희수가 이 집에 왔을 땐 없던 사람이기 때문에 싫은 손님 같이만 생각한다.
그러나 나중에 들어온 후배를 집안사람들이 반가와하고 위하는 걸 보고는, 미
미도 희수도 큰 오빠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는 군대에 가서 3년인가 있다 왔을 뿐, 미미나 희수 같은 건 세상에 나기도 전에 이미 이 집의 큰 아들이었던 것이다.
군대에서 돌아왔다면 씩씩하고 사람 좋고 멋있는 사람일 것 같은데도, 큰 오빠라는 사람은 심술굳고 괴팍스럽기만 했다.
얼굴은 파리하고 몸도 야윈 데다가 눈이 무서웠다. 횅한 눈이 화를 낼 때는 파란 불이 이룽거리는 것 같았다.
그런 눈으로 걸핏하면 화를 내고 동생에게도 무섭게 굴었다.
동생들이라야 누이동생이 둘 있을 뿐이다. 작은 오빠라는 중학생은 미미가 오던 때 바로 병으로 죽었다.
누이동생 둘은 미미와 희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큰 누이동생은 지금 중학교 3학년, 작은 누이동생은 국민학교 6학년이다.
큰 아이는 미나, 작은 아이는 미애, 모두 이름에 미(美)자가 불었다. 그래서 고양이 이름 미미는 그들의 이름자들을 따서 지어준 것이다.
그들은 개도 좋아했다. 희수란 이름은 기쁜 마음으로 집을 지키라고 기쁠 희(喜)자에 지킬 수(守)자를 써서 지은 것이었다.
이렇게 귀여움을 받는 미미와 희수였었다.
미미와 희수는 같이 아기 시절을 이 소녀들과 같이 지냈다. 그리고 두 짐승은 서로 정다왔다.
누가 개와 고양이 사이를 나쁘다고 했던가 하고 원망할이만큼 그들은 정답게
지내왔다.
장난꾸러기 미미는 곧잘 희수의 집에 들어가 놀기도 했다. 개집은 작은 것이었지만 귀엽게 보였다. 미미에게는 집이 없다. 그대신 안방에서 미나와 미애와 같이 지내지만 마루에서 밖으로 내려서면 희수의 집이 제일 멋진 집이었다.
뜰에서는 꽃향기가 피어 집안에 조용히 서리고, 하늘에는 흰구름이 떠 있는 날, 희수는 집에 드러누워 낮잠을 잔다. 그러면 미미가 가만히 들어가서 앞발로 자는 희수를 건드려본다. 살금살금------ 귀를 끌어당긴다. 주둥이를 때린다. 희수가 눈을 뜨고 히이 웃는다. 웃다 말고 커다란 입을 벌려 미미를 물어준다. 물론 아프게 무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장난하는 앞다리를 물려다가는 번번이 실패한다. 그 약고 빠른 고양이 발을 입에 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조그마한 미미의 머리를 문다. 미미가 질색을 하며 개의 아가리에서 머리를 돌리고 벽살을 잡는다---- 물론 입으로 무는 것이다.
이렇게 장난을 하다가는 미미도 지쳐서 앞뒤 다리를 주욱 뻗고 기지개를 켠다. 복사꽃 빛깔의 입속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한잠 자자.”
그러면서 희수는 눈을 감고 자는 체를 한다. 미미도 자고 싶다. 방에 들어가면 폭신한 방석이 었다. 가서 자면 아무도 방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러기가 싫다. 희수하고 자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희수는 나이는 같지만 몸집은 세 갑절은 된다. 게다가 수캐라서 믿음직하다.
미미는 한쪽 앞발로 희수의 목을 얼싸안고 누워본다. 주인 어머니가 가끔 미애를 끌어안고 자는 걸 보았기 때문에 그 흉내를 내본다. 마음이 즐겁다.
희수는 아직 잠이 안 들었으면서도 자는 체하고 있다. 희수도 미미가 끌어안아주는 것이 좋아서 잠자코 있다. 괜히 눈을 뜨고 좋아하다가는 미미가 획 달아날지도 모른다고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미미는 희수의 목을 안고 가만히 그의 눈을 본다.
자나? 안 자나?
미미는 희수의 눈이 실낱같이 열려 있는 걸 보고 해해해 웃는다.
---내가 이렇게 해주니까 꽤 좋은가보지.
미미는 자는 체하고 있는 희수의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보았다. 나긋나긋한 느낌이다. 그러나 개 냄새가 난다. 어쩐지 역해지는 냄새다.
짓궂은 장난은 그만두고 목이나 안고 있자. 미미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어디서 멀리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쓰르라미소리가 들려온다. 뜰에는 지금 채
송화들이 한창 볕에 얼굴을 내놓고 있을 것이다. 수국은 되약볕에 잎이 시들어
늘어졌을 것이다.
미나도 미애도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려면 감감하다. 집에는 미애 어머니가 혼
자 마루에서 책을 보고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미미는 저도모르게 잠이 든다.
이런 날이 많았던 미미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던 미미였고 희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시골로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미애 아버지는 한 달에 한번쯤 정말 손님처럼 왔다가 한 일 주일 있다 또 떠난다. 반가울 것도 없고 싫을 것도 없다. 그러나 큰 오빠라는 청년 때문에 그러한 행복도 깨지고 말았다.
그건 언젠가 멋모르고 희수와 장난치느라고 꽃밭으로 숨바꼭질하듯 뛰어다닌
일이 있었다.
그때 큰 오빠의 야단치는 소리란!
“이놈의 짐승들이 꽃밭을 망쳐?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라는데 이것들이 환장을 했나? 다시한번 두 놈이 지랄만 해봐라 죽여버린다!”
희수는 그때 그 소리를 듣고도 잘못했다는 듯이 꼬리를 설레설레 치며 아양을 부렸다. 그러다가 발길에 차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미는 그러지 못했다. 죽여? 죽여봐. 발톱으로 확 할켜줄 걸! 하고 입을 삐쭉이며 담장을 넘어 이웃집으로 놀러가서 쥐를 잡으며 분을 삭였던 것
이다.
그런데 그때부터 미미는 희수와 같이 노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 큰 오빠의 눈치도 보였지만, 그보다도 미미는 희수의 그 종의 근성이 싫었던 것이다.
어쩜 그렇게 충성을 다하려고만 할까. 아무리 밥을 먹여주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주인집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미워하고 구박하는 사람에게 꼬리치고 아양을 떠는 건 비루하다.
그냥 길러주는 은혜를 잊지 않으면 도둑이나 잘 지키지. 뭐라고 그따위 큰 오빠한테 꼬리를 치나. 그렇게 치다간 되레 발길로 걷어차이기까지 하면서------.
미미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경멸과 불쌍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희수는 눈치도 못 채고 있지만, 미미는 그 일로
밤에도 꿈이 시끄러울 지경이다.
어느 날 큰 오빠는 어머니에게 찡그린 얼굴로 마주앉아 무언지 불평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지만, 슬그머니 마루 의자 위에 올라앉아 들어보았다.
“늑막염이 그렇게 심해져서는 병원 약만 가지곤 안된다더라. 이웃의 경회 엄마 말이 개를 먹는 게 좋다던데---”
“그래서 어쩐단 말이에요?”
퉁명스런 큰 오빠의 소리.
“개를 잡아줄께 먹겠니?”
“입원 안하고 개만 먹으면 나아요?”
“글쎄, 아버지가 오시면 입원하기로 하고 우선------”
“잡아줘요. 요새 같으면 괭이라도 먹겠수.”
경회 어머니가 아는 사람 집에 있는 개를 사주겠다고 했다.
“왜? 돈 없다 하면서 우리 집 개는 두고 남의 개를 사요? 그 돈을 절 주시고 요, 개는 회순가 회순인가 하는 놈을 먹죠.”
“얘, 그게 어디 차마 할 일이냐, 집에서 기르는 개를------ 정이 들었는데---”
“정요? 어머닌 개 한 마리 목숨이 그리 소중해요? 군대에서 3년 있다 왔어요. 사람의 목숨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죽이는 배짱을 가지고 왔어요. 내가 잡죠. 그깐 놈의 거, 문제 없어요.”
“얘야, 미애나 미나가 가만 있겠니? 사다 먹으면 되지 않아?”
“개 살 돈을 제게 달란 말예요. 이렇게 용돈없이 살자니 울화통이 터지겠어요. 개 값은 얼마래요?”
“글쎄 육천 원은 내야겠다더라. 우리 희수보단 크겠지.”
“육천 원! 작은 놈 먹고 그 돈 좀 쓰겠어요.”
어머니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미미는 듣고 있다가 야아웅 소리를 하고 개집으로 가보았다. 희수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바보 같으니! 제 목숨이 오락가락하는데 낮잠을 자?”
미미는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멀찌감치 앉아서 자고 있는 희수를 바라보았다.
미미는 저 희수가 큰 오빠한테 몽둥이를 맞아 쓰러지는 꼴이 눈에 보이는 것 갈았다. 그리고는 칼로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벌건 살을 썰어 솥에 넣는 광
경을 상상해보았다.
실눈을 뜨고 좋아하던 희수의 몸이 고기가 되어. 저 심사 나쁜 큰 오빠의 입으로 들어갈 것이다.
미미를 좋아해주던 희수의 그 마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주인을 반기며 꼬리치던 그 마음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런 사랑도 저 얄미운 큰 오빠의 입으로 들어갈 것이다. 개집에서 같이 얼싸안고 누워서 잘강잘강 미미의 머리를 물어주며 어리광하던 희수였다. 그리고 잠든 체하고 있는 희수의 입술도 미미는 잘강잘강 물어봤었다. 개 냄새가 나긴 했어도 그건 기분좋은 감촉이었다. 그러던 회수의 입술도 한 점의 고기가 되어 접시에 담긴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미미는 그냥 미칠 것만 같았다.
미미는 혼자 마음속으로 분해하고 걱정하면서도 차마 희수에게 그 말을 일러주진 못했다. 일러주어서 어디로 도망이라도 치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
서도 그러지를 못한 것이다.
거기에는 까닭이 있었다.
너를 죽이려고 한다는 말을 하기가 차마 어렵기도 했지만, 그 말을 해주려고
미미가 희수 가까이 갔을 때, 희수는 그때 마침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큰 오빠
를 보고 미미에겐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나가 꼬리치기에 바빴던 것이다.
반가와해주지도 않는 사람에게 뛰고 덤비고 하며 좋아하는 건 뭐냐? 바보같이! 미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큰 오빠는 희수더러 똑똑히 말했던 것이다.
“이 놈의 개야, 덤비지 마라. 한대면 넌 거꾸러진다.”
죽인다는 선언이 아닌가? 그래도 좋아란 듯이 꼬리를 치던 희수.
아침엔 어머니와 큰 오빠가 싸웠다. 큰 오빠는 돈을 내라하고 어머니는 다음에 주마고 하는 말다툼이었다.
그러고는 큰 오빠가 작업복 바람으로 획 나가는 걸 보았다.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희수의 목줄을 풀어쥐.고 같이 나갔다.
산보라도 시켜주려나?
정말 큰 오빠 희수를 데리고 뒷산에라도 한번 가본 적이 없다. 미나가 가끔 데리고 나갈 정도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큰 오빠가 희수를 데리고 나간 것은 신기한 일이다.
미미는 바람결에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 꽃향기가 아니었다. 처음 맡는 무엇인지 모를 좋은 향기였다.
그 향기는 담 너머에서 오는 것 같았다. 미미는 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담을 넘었다. 향기를 따라 골목을 달렸다.
한참 가다가 그 향기가 코를 찌를 듯이 강해져서 미미는 취학 듯 머물러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쌀가게 앞이었다. 쌀가게 안에 고양이 한마리가 짧은 줄에 목을 매인 채 앉아 있었다. 참 미인이었다. 털은 곱지 않지만 친구로 삼고 싶었다.
미미는 고양이에게로 달려가고만 싶었다. 야아옹하고 불러보았다. 그 고양이는 미미를 바라보며 입술만 달싹였다. 들어오라는 것인 듯했다. 그려나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가게 주인이 있고 사람들이 두서너 사람이 왔다갔다 했다.
미미는 그 가게 근처를 오락가락하며 한 시간도 더 서성거리다가 골목대장 아이에게 들켜 도망을 쳐 집으로 왔다.
집에 와보아도 희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큰 오빠도 없었다. 마음은 설레이고 집안은 심심하기만 했다. 장독 위에 올라앉아 야웅야웅 무턱대고 불러부다가 다시 뒤꼍에 가서 드러누웠다.
이때 누군지 뒤꼍으로 돌아들어오는 기척이 있었다. 눈동자를 조금 열고 바라보니 이웃집 아주머니다. 커다란 양푼을 이고 온다. 수도가에 와서 그걸 내려놓고는,
“자, 가져왔어요. 어서 끓이세요.”
하며 나갔다.
“아이 수고했구려. 내 집 짐승이라 손을 댈 수가 없어서 말야. 미안하우.”
어머니와 뜰에서 주고받는 얘기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미미는 앗!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불길한 생각이 눈앞을 캄캄하게 막는다. 미미는 그래도 점잔을 빼며 수도가로 걸어갔다.
아! 이럴 수가 있는가? 기다리고 있는 희수였다.
ㅡ그건 틀림이 없다고 믿었다.
털을 말짱히 벗긴 알몸뚱이의 희수. 눈을 뜨고 있었다. 광채없는 눈동자였다.
아! 배가 갈리어 있었다. 내장을 빼낸 것일까. 미미는 미친 듯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야아웅 소리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귀엽던 머리통은 털이 없어 괴상해 보이지만, 그 머리통은 미미를 사랑해주던 머리가 아닌가. 저 눈은 언젠가 미미가 목을 얼싸안아 주었을 때, 실눈으로 뜨고 좋아하던 눈이 아닌가. 이빨이 드러난 검은 입술-- 그건 언젠가 미미가 잘강찰강 씹어주다가 개 냄새가 나서 그만둔 그 입술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죽은 몸뚱이다. 이 몸뚱이를 심사 나쁜 큰 오빠가 먹겠다는 건가. 미미는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그 허연 희수의 몸뚱이를 끌고 어디든 달아나고 싶었다. 그러나 조그만 고양이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희수야! 어떡하면 좋니? 네 마음은 어디 있니? 어디 가면 네 마음을 만나니?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다가 미미는 희수의 입술을 물어뜯었다. 아프지 않게 잘 강잘강 씹는 게 아니라 마구 물어 살점을 뜯었다. 입술은 부드럽게 찢어졌다. 남에겐 안준다 안준다 하며 희수의 입술을 입에 문 미미는 사방을 휘돌아보다가 담장을 뛰어넘었다.
다시는 이 집엔 안 온다고 마음먹고 산 있는 쪽으로 잽싼 걸음을 옮겼다. 희수의 입술을 물고, 그 좋아하던 사랑의 마음을 찾아 산을 향해 무턱대고 가고
있었다.
아! 마음은 하느님에게 가 있을까? 가없은 희수의 마음도 하느님이 데리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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