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사
용천사는 ‘부산갈매기살’인가 어린 상추에 싸 먹는 돼지고기 삼겹살 냄새가 밀려오는 용천사……
이곳에 가면 돼지고기 삼겹살이라도 먹은 것처럼 목구멍이 느끼해지고는 한다
산기슭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꽃무릇의 알뿌리들 애꿎은 발길에 툭툭 차이기도 하는 곳,
이곳 주지 스님도 꽃무릇의 둥근 알뿌리를 키워 좀 돈을 만지고 싶은 모양이다
아니아니, 그도 사람들 좀 불러 모으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함부로 버려져 있는 꽃무릇들의 검붉은 궁뎅이라니
꽃무릇들의 검붉은 궁뎅이에는 아직 제법 슬픔이 남아 있다 무통의 나라, 저승을 향해 비쩍 마른 다리 쭉쭉 뻗고 있다
용천사에 가면 인공 호수 위 흔들리며 얼비치는 돌탑들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돌탑들까지 파리해 보인다 바짝 야위어 보인다
심지어는 짜증, 혐오, 구토 따위의 말들이 절집 앞마당에까지 기어 나와 개동백의 붉은 꽃대가리로 굴러다닌다
어느새 분꽃들 꽃망울 터뜨리고 있는 시간…… 용천사에 가면 저녁식사 준비로 종종대고 있는 젊은 공양주 보살도 만날 수 있다
그녀만은 쑥갓 향기처럼 푸르고 싱싱하다 그녀 또한 세월을 잘 참고 견디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포에지 충남》 2020년 하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