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固城)은 ‘무쇠로 만든 단단한 성’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성곽도 철옹성에 비유하므로 고성의 본래 이름도 철성(鐵城)이라 했다.
강원도 고성(高城)과 구분하기 위하여 필히 경남 고성이라 불러야만 한다.
고성군 상리면 선당산 남쪽 407.4m봉은 와룡지맥이 지나는 곳이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분기한 낙남정맥이 고성 대곡산((大谷山△545m)에서 두개의 산줄기가 갈라지는데, 통영지맥과 와룡지맥이다.
와룡지맥(臥龍枝脈)은 남쪽으로 분기해서 와룡산을 지나 노산공원까지 이어지는 30km가 조금 넘는 산줄기이다.
우리는 오늘 장맛비가 내리는 중에서도 5개의 봉우리(선당, 돌구, 안산, 몽둔, 산성산)를 이어탈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잡목 거친 길에 빗방울마저 더욱 거세져 두 봉만 찍고 포기하고 말았다.
포기한 세 봉은 자연히 다음 기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
맨처음 오르는 선당산(仙堂山 353m)은 신선(仙)들의 집(堂)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지만 잡목에 온통 가려져 있다.
신선들의 영역으로 차마 인간들이 범접하지 못했을까?
외진 잡목숲 빗물머금은 영지버섯은 신선들의 양식이라고 일렀다.
선당산 남릉을 타고 407.4m봉(와룡지맥)으로 가려다가 악천후에 서쪽으로 치고 내려갔더니 ‘이화공원묘지’가 나온다.
빨치산 버전으로 화장터 뒤로 내려선 것.
이곳은 따로 길이 나 있지 않으니 사람이 헤집고 내려설 수 있는 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와룡지맥 ‘달막동산’ 정자(고개)에서 오르는 ‘돌구산(405.1m)’은 오늘 산행의 최고봉으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름의 유래는 알길이 없었고, 다만 트랭글에서는 ‘통골산’으로도 표기되어 있으며 지맥꾼들이 무수히 지나가는 길목이다.
돌구산에서 수태산 방향으로 500여m 이어가다 무명봉(약 375m)에서 '남남동능선'을 타고 삼봉저수지 상류인 능골 방향으로 가시잡목을 뚫을려고 하였으나 난공불락(難功不落)이었다.
하는 수 없이 조금 더 진행하다 상리면,하일면,삼산면이 만나는 370m봉(삼면봉)에서 와룡지맥과 결별한 뒤 하일면과 삼산면의 면계(面界)를 따라 고개마루에 내려섰다.
오늘 산행은 딱 거기까지였다.
도로를 따라 2km남짓 걸어 내려오며 삼봉저수지 건너로 안산을 짚어 보았다.
삼봉저수지의 삼봉(三峰)이란 말은 봉우리가 셋이라는 뜻.
삼봉저수지 건너엔 안산(158.6m)을 맏형으로 145m남짓한 두 개의 봉이 삼형제처럼 머리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맞네. 삼봉이네. 앞으로 ‘안산삼봉’이라 불러야겠네”
비를 맞으며 아스팔트를 터덜터덜 걸어 중촌경로당에 닿아 경로당 수돗가에서 젖은 몸을 추스르며 버스를 불렀다.
중촌경로당 어르신들께 내내 궁금하던 안산과 몽둔산에 대해 여쭈어 보았다.
“저 산은 무슨 산입니까?”
“안산이여.”
그런 저 아래 산은 몽둔산 맞습니까?“
“몽등산이여. 등이 몽시럼(?)하여 몽등산.”
나는 몽고군(蒙古軍)이라도 주둔(屯)한 줄 알았다.
두 산에 대한 이름의 궁금증은 그 쯤에서 해소된다.
몽둔산은 네이버지도에 107.2m봉 옆에 그 이름이 보이고, 안산은 다음카카오에서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100m대의 가시잡목 야산이 이렇게 인문학(人文學)적 호기심을 유발시킬 줄 몰랐다.
산성산(山城山 154.8m)은 산성의 흔적이 남아있어 유래한 지명이다.
남해안 일대의 왜적을 경비하기 위한 일종의 전초성이었지만 쌓은 시기는 알 수 없다.
정상에선 자란만 일대와 사량도를 한눈에 살필 수 있을 것.
오늘 포기한 산행은 조만간 홀로 잡목야산을 헤집으며, 아랫장백을 원점으로 ‘산성산~안산삼봉~몽둔산’을 찍고 회귀할 계획(대략 6km)이다.

선당산과 돌구산 트랙.
파일

삼봉저수지 뚝에서 오룩스맵이 꺼져 버렸다.

그래서 산길샘의 통계를 참고하니 '중촌경로당'까지 8.4km에 4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장마를 뚫고 오봉 답사의 당찬 계획을 세웠지만 겨우 선당산과 돌구산 두 봉만 발자국을 남겼다.

파란색 건축물은 예전엔 '성하산업'이었지만 이름이 바뀌었다.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고 회사 앞 임도를 따라 오른다.

'성하산업'은 '대호'라는 이름의 회사로 바뀌었다. 무슨 회산진 모르겠고.

비포장 임도를 따라 고도를 높히며 산자락 밑으로 들어가...

우로 꺾은 뒤 ...

이 쯤에서 우측 낮은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선두에 선 사람들은 계속 들어가 가파른 오름길로 올랐다고 한다.

능선에 올라 내려다 보니 앞서가던 일부는 되돌아와 뛰따라 붙었다.

철탑을 지나자 잡목 우거진 비탈엔 이렇다할 등로는 없었다.
선답자들의 희미한 흔적을 좇아 우측 사면으로 비스듬히 돌다 그냥 잡목 가시밭 능선으로 직등하였다.

그렇게 오른 선당산에서 '仙堂山'이라 적고 서명을 한 노란 시그널을 걸고보니 여기가 신선당(神仙堂)인가 하였다.
지맥에서 벗어난 선당산에서 '준·희' 님의 '그곳에 오르고 싶은 산' 표식을 만난다.

안경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꼬라지는 꼭 물에 빠진 새앙쥐꼴. 쯥.

능선에선 그런대로 길이 나있더니...

서쪽으로 꺾자 빨치산 버전. 발길 내려 디딜 수 있는 곳이 곧 길인 것.
아주 조그만 비석들이 무언고하여 카메라에 담아보니 무연고 묘지다.
그러니까 화장터 뒷산에다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묻어 놓았나 보다. 오싹~

계속 나타나는 비석은 같은 이유.

건물 뒤로 내려서서...

빼꼼히 내려다 보니 공원묘지다.

내 흙 묻은 등산화를 흐르는 물에 갖다 댄 뒤...

돌아 나오니 "옴마야~ 화장장이네."

화장장에서 내려다 보는 공원묘지.

저 밑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금풍)로 내려가야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공원묘지에서 좌측 위로 난 능선은 와룡지맥이 지나는 곳.

장마속 산길과 시간 단축이 은근히 뇌리를 옥죈다. 산행 중 비맞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면 그건 축복일 것.

가지 늘어진 커다란 나무를 '개금아제'가 'ㅇㅇ나무'라고 한단다.

누군가 그 말을 듣더니 "자귀나무네" 한다.

2차선 아스팔트도로에 나오니 '금풍'이라는 회사 안내판.

좌측에 '이화공원묘원' 표석.

고개마루(달막동산 표석) 직전에 좌측으로 407.4m봉에서 내려오는 와룡지맥을 짚어본다.
선달산 남릉을 탔다면 이곳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

고갯마루에는...

육각정자가 있고...

삼산면에서 세운 '달막동산'이라는 자연석표석이 누워져 있다.

정자 옆 데크전망대에선...

조망안내도가 그려져 있어 줌으로 사진을 당겨 보았다.
나비섬과 문래도, 외도, 윗대호도와 아랫대호도는 선명하게 식별이 되고, 멀리 희미한 사량도는 조망안내도를 참고로 대강의 위치를 짚어본다.

조망 안내도

달막동산 정자에서 막걸리를 곁들인 식사를 한 뒤 먼저 출발한 일행들을 따른다.

흐린 날씨 철탑을 지나고...

임도급 너른 길은 잡초에 묻혔다.

사유지인 듯 울타리가 보이더니...

열린 출입문을 통과한다. 그때까지 꾸역꾸역 뛰따라 오던 장수씨가 "나, 그냥 내려 갈게요."하며 내려가 버린다.
"어라~ 혼자가 되버렸네."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렇게 오른 벤치가 있는 돌구산.

와룡지맥이니 이런 이정표라도 세워져 있는 것.

'돌구산'이라 적고 서명한 시그널. 나는 들구산인 줄 알았넹. ㅋㅋ

앞서간 일행들이 무선저수지 방향으로 진행하다 알바임을 알고 되돌아 왔다. 그렇게 합류를 한 뒤 카메라를 맡긴 것.

375무명봉에서 남남동능선을 타려다 실패하고, 다시 삼면봉에서 면계를 찾다 시간을 지체한 뒤 무덤을 만나면서 뚜렷한 산길.

요즘 우리 산악회 산행코스에 반바지는 선택불가.

다시 무덤을 만나면서 산길은 더욱 뚜렷해지더니...

가선대부 비석을 내려서면서 산길은 얼추 끝난다.

농장과...

양계장이었던 듯...

고갯마루에 내려섰다. 길을 건너 다시 산으로 붙으면 안산을 가게 되는 것이지만 낮은 야산에 길은 거의 없다는 말.

대나무 숲속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니 "에그머니나~"

그래서 산행은 여기서 접을 수밖에.중촌경로당을 가면서 우측 삼봉저수지 너머로 삼봉을 확인한다.
제일 좌측 멀리 있는 산이 안산이고, 우측 두 봉우리는 안산의 두 아우님들.

삼봉 저수지 제방 건너에 두루뭉실 솟은 봉이 안산이고...

삼봉저수지 위로는 아우봉이 나란하다. 선답자들은 맨 우측 끄트머리봉 아래 몇채의 집이 있는 잘록이에서 주로 능선으로 붙었다.

길가 쉼터정자가 있는 '중촌경로당'에 도착하여 수돗가에서 씻은 뒤 의관을 정제하고 버스를 불렀다.

오봉 중에서 그날 달지 못한 세 시그널을 펼쳐보며 비가 개이기만을 기다린다.
그 후 사나흘 억수같이 장대비가 퍼붓더니 피해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생겼다.
나는 꼼짝없이 일만 했다.
그런 다음날,
하늘이 빠꿈한 날- 바로 내일 - 그날 미처 답사치 못한 비산비야(非山非野)를 헤메고 와야만 직성이 풀릴 것이다.
카페 게시글
산행기(사진)
돌구산(405.1m,고성),선당산(353m),와룡지맥
산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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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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