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오세영
너를 꿈꾼 밤
문득 인기척 소리에 잠이
깨었다.
문턱에 귀대고 엿들을 땐
거기 아무도 없었는데
베개 고쳐 누우면
지척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매깃 소리.
아아, 네가 왔구나.
산 넘고 물 건너
누런 해 지지 않는 서역(西域) 땅에서
나직이 신발을 끌고 와
다정하게 부르는
너의 목소리.
오냐, 오냐,
안쓰런 마음은 만릿길인데
황망히 문을 열고 뛰쳐나가면
밖엔 하염없이 내리는 가랑비 소리.
후두둑,
댓잎 끝에 방울지는
봄 비 소리.
===[사랑하니까 괜찮아, 나라원]===
오세영(1942년 5월 2일~ )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에 〈새벽〉이, 1966년 〈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 〈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다음백과>에서 발췌
한국명시낭송가협회 주관 2021년 6월 19일 "시사랑 전국시낭송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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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해 지지 않는 서역(西域) 땅에서'
통상적으로 서역은 저세상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곧 봄이 옵니다.
꽃피고 새 우는 봄이.
발자국 소리, 소매깃 소리에
문을 열면 너는 없고
빗소리만 들리는.....
그리움에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 못 이루는 시인의 마음이 보입니다.
햇볕이 포근한 오늘입니다.
편한 날 되세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