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도 박.철.순 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슴이 쪄릿쪄릿하면서 심장의 펌프질이 빨라지곤 합니다.
그 시절, 야구가 정말 저의 모든 것이었던 그시절...
박철순선수 때문에 날이 빨리 밝기를 기다리고 야구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박철순선수의 예술과도 같던 플레이는 그의 수려한 외모와 더불어 팬들에게 늘 행복감을 맛보게 했습니다.
그의 야구인생... 정말 파란만장 했지요.
하지만 그는 불사조 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불사조입니다.
적어도 제 가슴속에서 그는, 영원한 베어스의 영웅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가 그립습니다.
: 먼저 허락도 없이 퍼와서 죄송합니다.
:
: --[펀글]한 선수에게 있어,그에게 있어..야구는..(부제:당신이 과연 그들의 땀과 눈물을 아는가?)-----
:
: 이분도 퍼온글이거 같은데.........................
: 하지만 울베사모분들에게 꼭보여주고 싶어서 퍼왔습니다.
:
: 어둠 속에서 망연히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연두색으로 빛나
:
: 는 야광의 시계바늘이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잠을 청하려고 누웠을
:
: 때가 새벽 2시였다. 그러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
: 이여져 왔던 습관. 이제는 마치 오래 된 친구처럼 정겨운 불면. 오늘도
:
: 아마 아침 7시가 되어야 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 박철순은 옆으로 돌아누우며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
:
:
: 지난 6월 23일.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해태와의 대전을 앞두고 윤동
:
: 균 감독으로부터 선발 출장 통보를 받았을 때가 떠올랐다. 올 시즌 성적 1
:
: 승 4패에 불과한 늙은이 박철순을 해태전에 등판시킨다는 것이었다.
:
: "너무 신경쓰지는 말고..."
:
: 94프로야구 개막전에서 구원승을 따낸 직후부터 내리 4연패를 당한 처지
:
: 였다.
:
: 24, 0, 0, 1, 5, 2, 0, 1, 4, 7, 7, 7.
:
: 82년부터 시작된 박철순의 야구 성적표이다. 프로야구 원년인 82년도 24
:
: 승. 우승. ...그리고 끝이었다.
:
: 번트 타구를 잡으려다 삐끗한 허리가 고장을 일으켰고, 박철순은 움직일
:
: 수도 없는 병상생활을 시작했다. 매스컴에서는 '내년 시즌을 위한 전력을
:
: 감추려고 일부러 퍼뜨린 소문'이라며 그와 OB를 매도하기도 했다. 당시 그
:
: 는 신문기사를 읽으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
: '아, 정말 그랬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 언제나 그는 병상에 누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마다 자책과 회한과
:
: 절망이 그의 뼈마디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욱 힘겹고 고통스러
:
: 운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재기의 욕망이었다.
:
:
:
: 모두가 '재기 불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철순 자신도 누구보다 그
:
: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서고 싶다는 생각에
:
: 혀를 깨물어야 했다. 불가능한 희망이 그를 절망으로 밀어넣는 꼴이었다.
:
: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면 은근한 허리의 통증보다
:
: 먼저 흠뻑 젖어있는 베게를 느낄 수 있었다. ...흥건한 눈물. 그에게 그
:
: 런 세월이 있었다.
:
: 6월 24일. 그는 선발 출장이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며 집을 나섰다.
:
: 오후 3시의 무거운 더위가 잠실 구장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후배들이 그
:
: 를 보고는 넙죽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라커룸에 비치된 VTR에서는 해
:
: 태 타자들의 타격을 담은 화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문득 박상열 코치
:
: 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박철순과 동갑내기로 82년부터 OB의 투수
:
: 로 같이 뛰었던 절친한 사이였다.
:
: "오늘 해태 선발은 조계현이래."
:
: 93년 다승왕. 한창 물이 오른 투수 조계현. 그는 또한 연세대학 8년 후
:
: 배이기도 했다. 박철순은 그저 빙긋이 웃었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잔디가
:
: 가지런히 깔려있는 외야로 나갔다. 그리고 런닝. 아침에 병원에 들려 물
:
: 리치료를 받고 온 허리가 문득 가볍게 느껴졌다. 조계현 때문이리라.
:
: 강한 상대가 좋다. 꼬리를 감추는 상대는 이미 상대가 이나다. 9연승을
:
: 달리고 있는 멋진 후배 조계현.
:
: 외야의 양쪽을 몇 번 달리자 온몸에서 흥건히 땀이 솟아 올랐다. 땀은
:
: 마치 농염한 애무처럼 얼굴과 등을 타고내려갔다. 텅 비어있는 원색의 관
:
: 중석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흑백사진처럼 탈색된 기억들이 재빨리 본래
:
: 의 색깔을 찾으며 떠올랐다.
:
: 83년부터 재활치료를 거듭하여 85년에 다시 마운드에 나설 수 있었지만
:
: 허리의 부상이 재발되고 말았다. 다시 계속 된 투병생활. 병원을 오가며
:
: 아주 단순하게도 '제발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어린이같은 생각에 깊
:
: 이 빠져 있었다. 야구는 물론 가정생활도 엉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강
:
: 속구를 뿜어내는 운동장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어둡고 답답한 방구석에 누워
:
: 있어야 했다.
:
: 그러던 어느날 이상한 중년여인들이 집으로 몰려왔다. 그는 허리부상으
:
: 로 누워있었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빚쟁이들이었다. 아내가 엄
:
: 청난 빚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그때서야 비로서 알았다.
:
: 왜 집을 져야만 했는지... 그는 아무것도 몰랐으며, 그리고 알고 싶지도
:
: 않았다.
:
: 빚쟁이들은 누워있는 그에게 온갖 모욕을 주었다.
:
: 구단을 찾아가겠다. 야구장에서 농성을 하겠다. 신문사에 이 사실을 알
:
: 려 매장시키겠다. ...결국 모든 채무 해격을 내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하고
:
: 그들을 돌려 보냈다. ...그리고 이혼했다.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
: 대책이 없었다. 두 아들을 어떻게 키워낼 수 있을지 앞이 캄캄했다.
:
:
:
: --던지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다--
:
: '야구를 시작해야만 한다.'
:
: 무엇이 그런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만들었을까.
:
: 그러나 야구를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믿었다.
:
: 아주 어처구니없는 결론이었지만 당시 그는 너무나 절박했다.
:
: '다시 던져야 한다. 그래야 산다.'
:
: 그는 스스로에게 끝없이 외치고 있었다.
:
: 런닝을 끝내고 1루측 덕아웃 앞으로 나가 천천히 투구연습을 시작했다.
:
: 13년 후배 현영이(박현영)가 운동장이 쩌렁 울리도록 경쾌한 소리를 내며
:
: 포수 미트로 공을 받더니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힘차게 앞으로 내밀었다.
:
: 벌써 관중석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
: 1986년 여름. 재활 트레이닝을 위해 남산 헬스클럽에서 몸만들기에 열중
:
: 하고 있을 때, 그는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만났다. 지금의 아내(채수정)를
:
: 만나게 된 것이다. 이화여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싱크로나이즈드 코치로
:
: 있던 아내는 그의 흔들리고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
: 그러나 그는 이혼남. 게다가 병든 몸이었다. 그리고 전처의 빚도 다 갚
:
: 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결혼했다. 사람들이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모
:
: 든 것들이 박철순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 그러나 악령처럼 부상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왼쪽발 아킬레스건.
:
: 드디어 선수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 1988년. 그는 은퇴와 함께 코치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
: 포기할 수 없었다. 절대로
:
:
:
: --살아있는 나를 느끼기 위하여--
:
: 투수는 외로운 싸움꾼이다. 타자와 상대하는 동안에는 아무도 마운드에
:
: 올라와 지친 어깨를 도닥여주지 않는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
:
: 다. 100개의 투구수를 넘긴 어깨가 깨지는 것처럼 저려왔다. 글러브를 들
:
: 어올려 눈으로 파고드는 독한 땀줄기를 긁어내렸다. 글러브도 젖어 있었
:
: 다. 얼마전 아내가 하던 말들이 흐릿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
: "선수생활에 대한 욕심 좀 그만 버리고 이제는 편안하게 코치만 하면 어
:
: 때요?"
:
: 경기에 등판하고 난 뒤에는 언제나 허리와 무릎의 통증으로 끙끙거리는
:
: 그에게 아내는 늘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에게 승리에 대한 욕심은
:
: 없었다. 승수 몇 개를 더 올리는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완투를
:
: 하고 싶다는 것뿐이다. 나 혼자서. 지든 이기든, 게임을 마무리한다는
:
: 것. 그것에는 승부를 떠난 그 무엇이 있었다.
:
: 아스라이 현영이의 포수 미트가 보이다가 갑자기 호수가 오버랩된다. 그
:
: 는 투수판에서 슬쩍 발을 빼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 1972년이었던가. 부산고등학교에 진한학 첫 해였다. 야구 특기자로 고
:
: 교에 진학했지만 야구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사춘기였다. 연습에는 언제
:
: 나 빠졌고, 나중에는 수업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술이
:
: 나 담배, 여자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빠져나와 그가 달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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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은 강이었다. 거기서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낚시를 했다. 아주 멍청하
:
: 게. 아름아름 물위에 떠있는 찌가 흔들리는 모습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
:
: 으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단지 허허롭게 앉은 그와 무심한 물밖에
:
: 남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가출을 했었다. 왜?....이유는 다만 그
:
: 이 나이가 17세였다는 것뿐이었다. 그것도 이유가 되는 것일까...
:
: "OB! 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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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엄청난 함성이 그의 고막을 후리쳤다.
:
: 관중들은 술렁이고 있었다.
:
: 9회초 2아웃.
:
: 3:2로 추격 당하기도 했지만 후배 김상호와 박현영의 홈런으로 6:3의 리
:
: 드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남은 타자는 이병훈. 1아웃만 잡으면 681일만
:
: 에 완투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
: 유니폼이 온통 젖어 있었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서서 그의 투구를 숨죽
:
: 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천근처럼 무거운 왼발을 치켜올렸다. 야간 조명등
:
: 의 불빛이 폭죽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를 뚫고 날아가는 백구.
:
: 그는 망연히 공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조명등의 강한 불빛을 받은 그의
:
: 얼굴에 선명한 주름살이 훈장처럼 패여있었다. 1루수 김종석이 글러브를
:
: 내밀었다.
:
: 1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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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포수를 보던 현영이가 두 손을 벌
:
: 리고 달려왔다. 문득 1982년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경기가 떠올랐다.
:
: 관중들이 '박철순'을 연호했다. 박철순을 끌어안은 현영이가 울먹이는
:
: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 "형. 이겼어!"
:
: 운동장의 스피커에서 권인하의 노래 '에이스를 위하여'가 흘러나오기 시
:
: 작했다.
:
: "...넌 늘 내곁에 있었지.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눈물로..."
:
: 창밖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이제는 진짜 잠을 자야만 한다. 경기
:
: 는 매일 벌어진다. 하루 경기를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
: 그는 눈을 감았다.
:
: 허리부상, 완치, 허리부상 재발, 재기, 허리부상 악화, 이혼, 재기. 아킬
:
: 레스건 부상, 완치, 아킬레스건 부상 재발, 재개...
:
: 절대로 꿈이 아니었다. 그는 전쟁처럼 인생을 살아왔다. 패배하기도 했
:
: 지만 반드시 다시 일어섰다. 한때.... 그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기도
:
: 했다. 그런데 문득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 이제 잠을 자야만 한다. 내일. 아니 오늘 낮에는 다시 병원으로 가서
:
: 허리를 치료받아야 한다. 허리치료는 매일 계속되는 일과이다. 그리고 치
:
: 료가 끝나면 운동장으로 달려가 달리고 던져야 한다. 흠뻑 땀을 흘려야 한
:
: 다. 그래야만 살아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살아있는 나.
:
: 그의 나이도 이제 39세. 내년이면 마흔이다. 그러나 그것이 시작이다.
:
: 그는 지금 '마흔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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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And: 7월 8일 박은 삼성과의 잠실경기에서 다시 10회 완투승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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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뒀다. 136개의 투구수. 2안타 1실점 11삼진을 기록. 2연속 완투승. 그의 불길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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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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