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생선 버거의 시작은 사순절 때문
바티칸 교황청 앞에 설치된 맥도날드 안내 표지판. OSV
세계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 그런데 이곳의 한 인기 메뉴가 사순절 금육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연간 판매량은 약 3억 개에 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애’ 버거 중 하나인 메뉴는 바로 ‘필레오 피쉬(Fillet-O-Fish)’다.
역사는 맥도날드 설립 초창기인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서부 지역에 맥도날드 지점을 낸 루 그로엔씨는 사순 시기 고객들이 맥도날드를 찾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이 시기 고객들은 맥도날드의 쇠고기 패티 대신 이웃 지점의 생선 튀김을 곁들인 샌드위치를 찾았다. 가톨릭 신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그로엔씨의 매장 수입에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그로엔씨의 손녀 에리카 샤도인씨는 “할아버지는 이 시기 그의 맥도날드 지점을 잃을 뻔했어요. 주머니에 동전 몇 개만 있었던 때가 부지기수였죠. 할아버지는 사순 시기 손님들이 먹을 메뉴를 고심했고 해결책은 생선버거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로엔씨는 생선버거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레시피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그는 찐 대구와 타르타르 소스 등을 결합한 생선버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치즈 한 장을 올리는 것을 생각해내며 필레오 피쉬의 원형이 나왔다. 현재는 대구가 아닌 알래스카산 명태가 올려진다.
그로엔씨는 자신이 개발한 것을 정식 메뉴에 올리기 위해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을 찾아갔다. 손녀 샤도인씨는 “크록은 ‘냄새나고 더러운 생선이 내 식당에 들어오는 것이 싫다’고 했다”며 “크록은 가톨릭 신자들도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을 것이라고 할아버지를 설득했지만, 할아버지는 단호했다”고 말했다.
처음 크록과 만난 자리에서는 소득이 없었지만, 그로엔씨는 다시 본사를 찾아갔다. 크록은 그에게 아이디어를 내주는데, 사순 시기 필레오 피쉬와 본사가 개발한 훌라버거 중 판매량이 높은 것을 정식 메뉴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그로엔씨는 그의 메뉴에 자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필레오 피쉬가 대결에서 압승하면서 1965년 정식 메뉴로 올랐고, 미 전역에서 팔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까지 판매된 바 있으며 마니아층도 두터웠다.
필레오 피쉬가 탄생한 신시내티 지점에는 그의 헌정과 이 메뉴의 역사가 기록돼 있다. 그로엔씨는 맥도날드 41개 지점을 관리하다 1985년 은퇴, 2011년 93세로 별세했다.
샤도인씨는 “맥도날드 역사에 우리 가족의 자부심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로엔씨의 뒤를 이어 아들·손녀까지 맥도날드 지점을 관리하며 3대째 업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