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Drum같은 드럼전문 커뮤니티에서 일단의 리더들이 나름대로 익명의 사이버 상에서 자유롭
게 좋아하는 장르를 격의 없는 멘트와 자유로운 추천과 토론을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이것
은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드러머들의 의견을 들려주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굉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드럼초보자들에게는 더 없는 도움이될 것임에 말할 나위가 없다.
대부분의 재즈드럼 초보자들은 우선 어떤 음악부터 들어야할지, 어떤게 유명하고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네트워크의 주역들인 '드럼 마니아'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끼치게 될 영향력에 대해서만은 적잖게 실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나는 최근에 한 가지 현상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게되었다. 다소 뜬금 없는 언급인지 모르겠으나 얼마 전 알게된 인터넷 상의 아마추
어 드러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드럼에 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사실 이자리에서 나는 한마디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닥터드럼이라는 커뮤니티를 너무나 잘 알고있고 실제회원이며 흔히 유명한(?) 국내 드러머들에게 한번씩은 아니면 학원에서 레슨을 받아 본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얘기를 한동안 들으면서 나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유는 특정 '장르주의'와 특정 인물중심의 마니아적 '우월주의'가 너무나 팽배 하다는 사
실 때문이다. 물론 일부일 수 있겠지만 실은 상당수의 드럼 마니아들이나 커뮤니티 리더들에
게 벌어지고 있는 이색적(?)인 현상이기도 하겠지만....
예컨데 특정인물이나 퓨전재즈(Fusion Jazz)드러머를 최우선으로 놓고 나머지 재즈드러머를
아예 논제거리로 취급조차 하지 않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는가 하면, 모던재즈(하드밥)를
듣던 어떤 학생은 밥스타일의 뮤지션에 대해서 "모던드러머들의 솔로가 솔로냐? 요즘 이런 구닥다리 드럼톤으로 무슨 연주를 하느냐? 한곡 다듣기에도 너무 지루하다는 식의말로 일축하고 있었고 더 웃긴 사실은 대부분이 수긍한다는 표정들이었고 또다시 에정된 한곳으로 논점은 이동하고 있었다. 사실 이 한마디 멘트는 모든 것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실수인 것이다.
모던째즈를 지루한 음악이라고 일축한다던지, "oooo은 싫어, oooo도 싫고 oooo이 최고
야..." 와 같은 극단적인 이야기들, 사실 이날 언급한 드러머 대부분이 퓨전스타일 뮤지션
일색이었다. 나는 이런 사례를 경험할 때마다 왠지 재즈의 몸뚱이를 통째로 도둑맞은 기분
이 들어 씁쓸하다. 이와 같은 주워 듣기식 재즈감상은 절대 하나로 연결될 수 없는 파편 같
은 음악 듣기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그들의 실수를 찾아내어 지적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방적인 장르주의에 빠져
다른 음악을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폄하하는 그들에게 느끼는 안타까움이다. 특히 특정
장르 일색인 닥터드럼에서 재즈를 알고자 모여든 커뮤니티 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
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음악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드러머들의 왜곡된 음악편식에 대해 심
히 우려하고 있다.
나역시 한 때 특정 장르에 빠져 음반수집도 거의 한 쪽으로만 집중한 적이있었지만 이것을 초보자에게 권한 적은 아직 없었다. 만약 특정 장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우선 다른것부터 이야기를 꺼낼 때가 많았다. 먼저 상대의 재즈듣기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대화를 하려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기도 했다. 그래야 좀 더 흥미로운 의사소통이 지속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 "음악은 각자의 취향이며 누구에게나 일시적으로 거쳐가는 현상"이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나의 우려는 스스로 '재즈드러머'이길 자부하는 커뮤니티 리더들에 관한 것이지 대부분의 재즈 팬을 향한 것은 아니다. 그들 스스로가 이미 각자의 취향을 계층구조로 파악하고 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정 '장르주의'나 마니아적 우월주의'가 만연할 때 이땅에서 흔들리지 않는 재즈 문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리하건대 재즈듣기를 감성의 체험이 아닌 지식의 충족으로만 파악한다면 차라리 듣지 않느니만 못하며 이는 또 다른 거품현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젊은층의 재즈듣기가 이렇게 고수준(?)인데 하물며 스탠더드를 연주하는 밥스타일의 훨씬많은 국내외 뮤지션들의 음악은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근래 들어 잦아진 외국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에서 관객의 절반 이상은 어린 학생층과 재즈 커뮤니티들의 단체관람이 차지한다.
물론 내한공연도 재즈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국내외 밥스타일의 뮤지션의 공연 및 뮤지션소개는 거의 없다시피한 닥터드럼의 커뮤니티상황에서, 정작 이 땅의 재즈문화와 상관없는 공연 및 인물 홍보는 또 다른 거품현상과 다름이 아니다.
진정한 재즈문화는 댜양한 재즈를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양적으로 많아진 재즈드럼팬들과 활발해진 드럼커뮤니티 만큼이나 '재즈인'으로서 재즈듣기에 관하여 닥터드럼은 그책임감을 생각해보길 권한다. 이것은 우리의 취미생활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보자는 것이며 진실한 의사소통을 위해 관용적 음악듣기를 해보자는 제안이다. 희망은 관용에서 느껴지는 것이며 관용이란 독선의 계단을 만들지 않는다. 재즈는 분명 다양하며 그 안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만의 젖줄이 있다.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재즈듣기의 핵심이다. /끝
첫댓글 이야..글잘쓰시네요 ㅠㅠ끝까지 다읽게하시는 묘한매력이..
닥터드럼스쿨의 1023 [재즈] Steve Hougton의 글은 째즈드러머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좋은 자료이네요...
재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접하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외국여행도 다녀보는게 좋을듯 하네요.. 엄청 음악적 폭이 넓어 지리라 확신 합니다. .. 연습만이 살길은 아닌 듯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얘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