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팔순 어르신의 칼럼 세 편

[사평역에서]

이런 어르신도 계신다는 취지에서 글 옮겨 봅니다.

예전 개인적 친분도 있었는데
참 경우 반듯하시며 끊임없이 공부를 하시는게 감탄스럽네요.


반공은 이제 국시가 아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코로나19 사태에 묻혀 각 당의 공약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 국방관련 공약은 민생과 함께 국가의 가장 중요한 시책이다. 이 공약이 선거를 의식하여 사실을 왜곡하거나 변화에 눈을 감을 경우,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 또는 긴 안목 없는 근시안적인 것일 경우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가. 정부 수립 후 한국과 동북아의 변화
먼저, 정부수립 72년,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지난 오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1. 일인당 국민소득이 1950년 67달러, 1960년 87달러에 불과하던 대한민국은 그간 OECD회원국 가입, G20국가를 넘어 이제 537국가(인구 5,000만에 1인당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는 7번째)가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해외원조를 하는 당당한 선진국이다. 한국의 GDP가 러시아 보다 많고 러시아 노동자들이 이 나라의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980년대 말 고르바쵸프의 개혁개방 정책이후 동구권이 무너지자 경제가 후퇴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경제규모가 남한의 약 1/50 정도인 가난한 나라에 머물고 있다.

2. 1990년 독일통일을 시작으로 이제 세계에서 공산주의는 껍데기만 남았다. 동구권은 NATO에 가입하고 중국과 베트남도 공산당 1당 독재를 빼고는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시장경제를 운영하는 등 우리와 다른 게 별로 없다.

3.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 40여 년 만에 국력을 키워 이제는 GDP 세계1위 자리를 놓고 미국과 겨루게 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에 경제개발을 하다 보니, 공무원 부패, 빈부격차, 환경오염 등과 같은 사회문제가 드러나고 있으나 정부가 잘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주변엔 세계4대강국이 모두 집결하여 세 대결을 하는 모습이다. 국제정치는 국내정치와 달리 법과 규범이 아니고 군사력 내지 경제력과 같은 힘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한마디로 국력이 필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는 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분단국가로 남아서 무력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정부의 딜레마를 보면;

4.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대결에서 이들 나라가 한국을 자기편에 줄서기를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주도한 AIIB 참여, 2015년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서 박근혜 대통령 참석, THAAD 배치, 한일군사보호협정(GSOMIA) 유지 등

5. 조정래 작가는 ‘정글만리’에서 다음과 같이 한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표현한다. “우리 중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좀 석연찮게 좀 뜨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바로 그 점 때문이야. 돈은 중국에서 다 벌어가면서, 방위는 중국을 견제해 대는 미국 편에 서있는 것 말야. 그래서 어느 지식인이 비판했잖아. ‘한국은 도자기점에서 쿵후를 하고 있다.’ 그거 얼마나 표현을 잘 했어. 도자기점에서 쿵후를 하면 어떻게 되겠어. 도자기를 다 박살내는 거지. 한국이 계속 그런 식으로 했다간 중국과의 관계는 도자기점이 될 수밖에 없잖아.”

나. 대한민국 국시가 반공이 된 배경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갑자기 해방이 되었으나, 임시정부가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한 것도 아니고, 한반도를 미군과 소련군이 분할하여 지배하다보니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그 가운데 남한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옷을 갈아입고 반공애국자로 변신하는 과정을 돌아보자.

1. 오키나와에 묶여있던 미군은 소련군이 8월11일 웅기에 상륙하여 25일 평양에 입성하자, 8월13일 미군은 소련에 38선을 경계로 남북을 분할점령하자고 제안한다.
9월8일, 인천에 상륙한 미군은 의외로 건국준비위원회의 활동을 금지시키고, 교전국에나 하는 군정을 실시한다(소련군은 북한에 자치를 허용했다). 미국은 남한에서 민족주의 내지 혁명세력을 제거하고 친미 우익세력을 육성한다. 미 군정청에는 일제 관료·경찰·군인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당시 권력기관인 경찰청의 경우 간부의 82%가 일제 출신)

2. 1945년 12월, 모스크바3상회의에서 카이로회담에서 ‘적당한 시기’에 한국을 독립시킨다는 약속을 구체화한다. 즉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신탁통치를 실시한다. 이 내용을 동아일보가 하루 전에 왜곡보도(신탁통치를 주장한 나라를 미국에서 소련으로 바꾸어)하여 온 민족의 분노를 자아낸다. 특히, 친일반민족자들이 반탁운동에 참여함으로 반공애국지사로 변신한다.

3. 준비 없는 미군정은 쌀 자유판매제도를 실시하여 쌀값이 30배나 폭등하자 배고픈 국민들이 모여들어 1946년 10월1일 대구에서 인민항쟁이 일어난다.
이와 대조적으로 북한에서는 1946년 2월에 김일성을 위원장으로 하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만들어져 일제잔재 청산, 토지개혁 등의 개혁을 단행한다.

4. 남북 총선을 위한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되자 여운형·김규식 등이 죄우합작 운동을 벌린 반면 이승만은 1946년 6월3일 정읍에서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우자고 주장했다.
1947년 3월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대소봉쇄정책인 ’트루먼독트린’을 선언한다. 이때에 제주도민이 ‘남한만의 단독선거 반대’ ‘식민지 경찰·공무원 퇴출’ 등을 내걸고 저항했고, 미군정은 경찰과 서북청년단을 동원하여 폭압적 진압을 하는 바람에 일어난 유혈참극이었다.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제주도민 1/10인 3만 여명이 학살당한다.

5.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은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정부수립을 선포한다(북한은 9월9일, 김일성을 내각 수반으로 하는 조선인민공화국 수립 선포).
미군정 통치기구를 그대로 물려받고 나아가 반민족행위자, 친일 사업가, 지주를 발판으로 삼아 조직한 이승만 정권은 1949년 6월, 경찰을 동원하여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습격하여 무력화시킨다. 또한 국회 내 소장파와 중도파의원을 ‘북한 프락치’로 몰아 조작하고 김구를 암살한다. 이로서 이 나라는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여기에는 권력기관 뿐만 아니라 언론, 재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나라는 정부 수립 후에 반민족행위자들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친일한 자는 호의호식하고, 독립운동한 자는 거지가 됐다”라는 말이 생겼다.

6. 1950년 6월25일 북한의 전면 남침으로 한국전쟁의 비극을 맞이한다. UN군과 중국군의 참전으로 한반도는 국제전의 전쟁터가 됐고, 쌍방 인명피해만도 약 30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중 대다수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었다.
전쟁 이후, 북한의 김일성은 전쟁 책임론을 결부시켜 남로당 계열을 숙청했고,
남한의 이승만 역시 반공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진보세력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독재체제를 강화했다

7. 만주군관학교를 거쳐 일본 육사를 졸업한 후 만주국에서 근무한 박정희 장군이 주도한 5.16군사쿠데타 이후의 사정은 여기서 생략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현충원법을 개정하여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반민족행위자 63명의 묘를 즉각 다른 곳으로 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김창룡, 간도특설대 백선엽, 김백일 등이 아직도 현충원에 안장되었다니, 어찌 부끄럽지 않겠나?

8.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던 과제 하나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였다. 명분은 좌빨 학자들이 교과서를 쓰다 보니,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폄훼하고 있단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제기된 건국절 논란이 있다. 대한민국은 상해임시정부가 아니라 미군정의 도움으로 성립된 1948년이 건국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분단을 반대한 독립운동가나 민족주의자들은 건국의 걸림돌이었다는 얘기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같은 나라는 역사를 일주일에 평균 3시간 배정하고, 현대사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단다. 단편적인 지식보다 우리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교육을 어데서 배워야 하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영혼 있는 인재로 길러야 한다.
북한의 역사가 김일성이 독립운동을 혼자 한 것처럼 왜곡하는 것을 비판하되, 한국도 역사를 있는 그대로 근현대사 중심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다. 조선왕조 때 호란과 북벌계획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 이후 안보·외교의 원칙으로 숭미사대주의와 반공이데올로기로 일관해왔다면, 조선왕조도 개국부터 성리학에 기반한 숭명사대주의와 호란 이후에는 북벌로 일관하여 망국을 재촉했다.

1. 두 차례 왜란(1592~1598)을 겪고 선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1608) 광해군 앞에는 전란의 복구·민생 외에 명의 파병요청 문제가 있었다. 전란을 경험한 왕은 두 강대국 사이의 중립외교를 위해 강홍립 장군에게 ‘형세를 봐서 향배를 정하라’는 밀명을 내린다.

2. 1623년 서인을 중심으로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광해군과 집권세력인 북인정권을 추출한다. 명분은 명의 재조지은(再造之恩)을 배신하고 계모를 폐모시켰다는 것. 새로 국왕이 된 인조는 대륙의 정세변화에 눈을 감은 채 친명배금(親明拜金)정책을 펴 두 차례의 호란을 야기한다.

3. 병자호란 발발 45일 만에 1637년 1월30일 조선 국왕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에서 청태종 앞에 평복을 입고 3배9고두례라는 치욕적인 항복 의식을 거행한다. 이로서 10년에 걸친 두 차례 호란이 막을 내린다.
항복식 이후에도 국론은 분열되어 척화파는 주화파를 가리켜 끊임없이 오랑캐와 야합하는 무리라고 매도하니 적반하장이다.

4. 1644년 마침내 중원을 점령한 청은 조선에서 볼모로 데려간 소현세자를 돌려보낸다. 세자는 척화론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청이나 서양 오랑캐에게서도 선진문물은 배워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청군과 동행하여 북경에 70여 일 머물면서 아담 샬 등 서양 선교사를 만나 서양의 기독교, 과학 서적 등을 구한다. 안타깝게 인조는 동궁을 수색하여 이 물건들을 모두 불태워버리고, 세자는 귀국 후 두 달 만에 독살된다, 인조 사후 원손이 있음에도 둘째 아들이 효종으로 즉위한다(1949).

5. 두 차례의 호란을 야기한 서인정권과 정통성 위협에 시달리는 효종이 정권유지를 위해 들고 나온 정책이 북벌론이다. 효종은 척화파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고 10만 명 군사를 양성하여 청과 전쟁에서 이겨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전국에 유랑걸식하는 백성들이 늘고 도적들이 창궐하는 마당에 군비확장에만 재정을 투입하는 꼴이다.
이 군대가 한 일은 1658년에 청의 요청에 따라 출병하여 흑룡강을 따라 남하하는 러시아 군을 격퇴한 게 전부다.

6 이러한 퇴행적 사대주의는 소중화(小中華)로 발전하는데, 뼈대는 한족의 나라 명이 멸망했으니 중화문화의 적자는 바로 조선이다. 따라서 오랑캐 나라인 청을 섬길 수는 없다는 논리다. 숙종은 창덕궁 후원에 대보단을 짓고 명의 신종과 의종에게 매년 2월 왕이 제사를 올려 숭명의리론을 강화했다.
이러한 지배층의 사조는 100여 년이 훨씬 지난 북학파 2분의 저서 1778년 박제가의 ‘북학의’, 1780년에 나온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그대로 나온다. 그러나 이들의 국가개혁 주장은 무시되고 그 결과는 19세기 말 조선은 동북아에서 가장 가난한 후진국이었다.

라. 4.15총선의 국방관련 공약

먼저 미래통합당이 발표한 공약 1호 국방관련공약은 1. 북핵폐기와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군사대응태세 구축. 2. 9.19남북군사합의 폐기. 3. 군인정년 연장 및 현역장병 복무기간 재조정과 복무여건 개선이다.
한마디로 1987년 민중항쟁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과감한 북방외교로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
1991년 12월13일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공동발표하다. 내용은 제1장 남북화해, 제2장 남북 불가침, 제3장 남북교류협력으로 모두 25조 훌륭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 1991년 12월18일 ‘한반도 핵부재’를 선언한 후 남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미래 통합당 중진들에게 이 합의서를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1. 힘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이미 한국전쟁에서 확인된 것이다. 전쟁은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명제는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등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미국의 박한식 박사는 자신의 저서와 한겨레 연재를 통해서 말한다. 북한의 현 체제는 김일성 공화국이 아니라, 인민의 지지를 받는 ‘인민공화국’이기 때문에 시련을 견디며 70여 년을 존속해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붕괴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김일성의 주체사상 즉 자주국방애 의해 개발한 핵무기이기 때문에 압력을 가한다고 먼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매년 수차례 하는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내부 결속만 도을 뿐 효과가 없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때(2015년 10월) 한미군이 만든 작전계획 5015(전시에 북한의 수뇌부 참수작전)도 잘못된 신념의 소산이다.
우리가 북한을 공부해야 하는 필요성을 알려주는 단서다.

2. 승패 판정은 이미 끝났다.
남북한의 경제력 및 국방비 비교치를 보면 체제경쟁은 이미 판정이 나 있다. 2014~5년 미 국무부나 한국은행이 추정한 GDP 비교는 남한이 북한의 45~50배에 달한다. SIPRI와 미국무부의 추계에 따르면, 2016년 남한의 군사비가 북한의 9배다. 여기서 남한의 군사비가 373억 달러이고 북한의 국가GDP가 339억 달러였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무력 남침을 할 능력이 없고, 중국이나 러시아도 이를 용인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핵무기는 그들의 주장대로 자위용일 뿐이다.

3. 동북아의 정제 변화
① 남북이 모두 분단을 체제유지에 활용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볼 때 이런 관행은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다.
②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게다가 미국은 집요하게 우리에게 MD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자칫 조선왕조가 호란을 자초한 것과 같은 과오가 될 수 있다.
③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의 동북공정, 제주 남방 해상유전 개발 등의 문제들은 국력이 작동하는 사례다. 남북이 힘을 합쳐 대처해야 할 외교문제다.

마. 마치는 말

개성공단을 폐쇄한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를 넣었다. 오는 4.15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보고 싶다.

이제까지 반공주의는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평화통일, 노동권 보장, 쌀값 인상, 학문의 자유, 예술 활동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국가 개혁을 막아왔다. 학문분야를 예로 든다면, 국립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 교수가 34명인데,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이수행 교수가 2008년에 정년퇴임한 후 아직까지 후임을 충원하지 않았다. 글쎄 선진국 중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동종교배는 유전적 다양성이 소실되어 멸종할 수밖에 없다.
반면 <반일 종족주의>를 쓴 서울대 이용훈 교수나 연세대 류석춘 교수 등은 학생들 앞에서 반국가적 반민족적 반역사적 언행을 거침없이 한다.

김구 선생은 자신의 저서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백범 선생의 말씀에 의하면, 생활이 풍족할 정도의 부력이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문화강국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경제성장 지상주의에서 탈피하여 삶의 질 향상 즉, 대내적으로 격차 축소와 공동체문화 복원. 대외적으로 분단극복과 완전한 자주독립 등을 추구할 때가 아닐까?

코로나 바이러스19가 세계를 덮쳐 온 인류를 공포로 밀어 넣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지금 코로나19로 가장 고통 받는 나라는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소위 선진국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20여 년 간 신자유주의에 의해 공공의료부문을 줄이고 민간에 위탁해 왔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러한 위급상황에서 효율적 대처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독일은 통독 전에 ‘보건의료협정’을 맺어 공동대처가 가능했단다.

1920~30년대 대공황에 대응한 각국의 차이가 이후 이들 나라의 발전 경로를 좌우한 사례가 있어 돌아볼만한 하다. 첫째는 독일이다. 극우 나치당이 1932년 승리하여 독재체제를 수립했고 전쟁과 대량학살을 자행하다가 나라를 파탄냈다. 둘째는 미국이다. 1933년 시작된 미국의 뉴딜정책은 소득보장, 일자리 안정, 노사관계 개혁 등 많은 성과를 냈지만 구조개혁에 실패했다. 셋째는 스웨덴이다. 1932년에 집권한 사회민주당은 이후 44년 간 국가대개혁을 수행한다. 실용적 포용정책을 펼쳐 복지국가, 노사협력, 경제번영이 함께 가는 세계의 모범국가를 만들었다.

곧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여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어 ‘사람 사는 맛’과 ‘사람 냄새가 나는 사회’를 만듭시다.
2020. 04. 03. 맹 행 일



서반아 감기 창궐

1918년 10월, 일제 식민지 조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서반아 감기’의 창궐이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와 같다. 당시 기사를 종합해보면;

‘서민들 서반아 감기 줄초상’ ‘전 세계 감기 유행---국내서만 넉 달 새 14만 명 사망’ 이란 제하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1918년 10월부터 유행한 소위 서반아 감기는 서울·인천·대구·평양·원산·개성 등지에서 만연, 관공서 업무가 마비되고, 각급 학교가 휴교하는 가하면 각 회사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또 추수 때인데, 환자가 날로 격증하고 병은 쉽게 잡히지 않아 벼를 거두기는커녕 초상을 치르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전국의 민심이 흉흉한 실정이다. 1919년 1월까지 4개월 동안 무려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요즘 감기의 유행은 전세계적인 것으로 3개월 간 감기, 폐렴으로 죽은 자가 2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진주에서는 우체국 교환수와 배달부가 모두 병에 걸려 관리들이 우편물을 거두고 배달하는 실정이다.
평양에서는 인구의 반 이상이 감기로 고생하는데다가 죽은 자가 100여 명이나 돼 해만 지면 행인이 끊겨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사망률을 보면 일인의 경우 유행성독감 발병자 15만9천916명 중 1천297명이 사망했으나, 한국인은 742만2천113명 발병에 13만9천128명이 사망하여 치사율이 일인의 0.81%에 비해 1.88%로 배 이상이 높았다.
이는 쌀값의 폭등과 그로 인해 가중된 민생의 피폐 때문에 감기를 견뎌내기도 더욱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은 1차세계대전(1914.7~1918.11)에 참전하느라 쌀을 수탈해 가야 했고 그게 쌀값 폭등의 원인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런 현상들이 1919년 ‘3.1독립운동’의 전국 확산의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위의 통계를 보고,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인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영훈 교수의 답이 궁금하다.
서반아 감기의 창궐로 독일군도 전투력을 상실하고 따라서 종전이 빨라졌다고도 한다.

14세기 중엽 유럽 전역을 페스트가 뒤덮었다, 유효한 치료법도 없이 현세의 어떤 지위나 무력도 부도 의미를 잃었고 모든 계급의 사람이 죽어가는 정세 속에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경구를 입버릇처럼 되뇌게 되었다. ‘대재앙’이란 전염병만 가르키는 것은 아니다. 이 혼란 속에서 자기중심주의와 불관용 정신이 만연하고 파시즘이 대두하는 사태를 가리킨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전망하면서 첨단장비로 온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가가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자기조국 이스라엘도 그 중 하나라고 증언한다.
2020. 04.10, 맹 행 일



영남패권주의

선거가 가까워지자. 언론에 여론조사 결과가 자주 나온다. 다른 지방과 달리 TK(대구·경북지역)은 미래통합당이 절대 우세하다는 보도다. 이것을 접하고는 MB-KH 정권시절 뜨거웠던 ‘영남패권주의’가 다시 떠오른다. 예를 들어, MB 시절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사람)이나, KH 시절 정부의 5대사정기관장 이 모두 영남사람으로 채워졌고, 한때는 정부의 3부 수장이 모두 영남사람이었다는 사실 등.
물론 투표장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므로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여기서는 그러한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게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이인좌의 난
가. 경상도는 삼국시대 신라의 땅으로 외세(당나라)을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한 주역이었다. 신라 말 후삼국시대 고려 태조와 후백제 견훤이 패권을 다툴 때, 고창(안동)지방 병산전투에서 지방 호족인 김선평, 권행, 장정필(다른 이름 장길) 등이 왕건을 도와 승리를 거두어 이들은 고려조에서 큰 벼슬을 받고 오늘의 안동김씨, 안동권씨, 안동장씨의 시조가 된다. 고려조는 과거제도를 도입하나 ‘음서제’가 성행하여 이들 후손이 중앙 정가에 쉽게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조선조 경종이 왕위에 오른 지 병약하여 4년 만에 승하하자, 경종의 배다른 동생 영조가 왕위에 오른다(1724), 잘 알려진 대로 영조는 정비나 계비 소생이 아니고 무수리 최씨의 소생으로 신분사회에서 차별의 대상이었다.

다. 당쟁으로 숙종대 장희빈을 옹호한 남인들은 이미 권좌에서 물러나 있었고, 영조대는 조정이 노론 대 소론의 각축장이었다. 1728년(영조4년) 소론의 원로 이인좌가 정희랑 등과 함께 남인들과 공모하여 경종이 현 국왕 영조와 노론에 의해 독살됐으며, 영조는 숙종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청주에서 군사쿠데타를 일으킨다. 이인좌는 청주성을 함락하고 북상하여 안성·죽산에서 관군과 접전 끝에 패퇴하여 소탕되나, 영남지방의 정희랑은 영남 남인들과 합세하여 대구를 점령하고 대구 관찰사 황신을 죽이고 오랫동안 저항한다.

라. 이 사건 이후 영남지방은 반역의 지방으로 간주되어 과거에 응시하는 것도 금지했다. 정조4년 왕은 대구감영 남문 앞에 평영남비(平嶺南碑)를 세운댜.(내용은 반란군과 전투에서 전사한 황신을 추모하는 글이었고, 이 비는 한일합방 때 사라졌다)
이러한 영남 차별은 1863년 고종이 즉위하고 흥선대원군이 개혁을 할 때까지 135년간 지속된다. 그러나 1910년 한일합방이 되어 엘리트들의 출세길은 여전히 막힌다.
해방이 되고 이승만 정권에서 1948년 구미 출신 장택상씨가 외무장관에 취임하자, 영남인들은 220년 만의 경사라고 좋아했다.
* 조선조 말 세도정치를 한 안동 김씨들은 영남인이 아니다.

2. 박정희의 영남 편애(偏愛)

조선총독부는 대구지방을 조선의 모스크바라 불렀단다. 이유는 이 지방에 걸출한 독립운동가들이 많았고 그분들이 대부분 좌익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1946년 10월에 일어난 대구폭동사건이 있고, 그때 박정희의 친형 박상희가 경찰과 대치중에 죽는다.

미군정 이후 정부를 수립한 이승만 정권은 인사에서 북한출신을 포함하여 지방색을 나타내지 않았다. 또한 이승만 정권 때 지은 큰 공장들은 청주비료, 나주비료, 인천판유리 등 전국에 널리 퍼져있었다.

가. 1961년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1917~1979)는 처음에는 쿠데타의 동조자인 만주국의 신경 및 봉천군관학교 출신 인사들을 임명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정의 전문가들을 주로 영남출신로 등용했다.

나. 1965년 한일회담 타결 후, 일본에서 받은 보상금으로 공업단지를 건설하는 데, 주로 영남지방에만 건설을 허가했다; 구미, 울산, 온산, 마산, 진해, 포항공단 등 모두가 영남지방이었다. 자금의 원천이 일본의 배상금 외에 서독의 광부와 간호사가 보내주는 외화였는데, 이 돈으로 영남사람들에게만 이익을 준 꼴이다.
최초의 구미공단의 얘기를 들어보면, 도로, 상수도, 전기설비 등 인프라가 구축되자 땅값이 평당 6만원 하던 게 2년 만에 20만원을 넘고, 읍내에 가게 여관,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이 들어서 성업이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현재 한국의 30대 상장사 CEO의 42%가 영남출신이고, 호남출신은 6%에 불과하다. 또한 5대재벌 중 3개가 영남출신이 지배하고 있다.

다. 박정희가 생전에 영남 외에 설립을 허가한 유일한 공단은 전남 여천여수공단이었는데, 79년 10월에 NCC가 준공됐고 공단 준공식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참석했다.. 구미공단이 69년 준공을 보았으니, 10년 후에 일이다.
위의 사실로 우리는 박정희 이후로 영남지방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핵심가치인 돈, 권력, 명예를 독점해왔고 그로인해 기득권을 내놓기 싫어하는 걸 알 수 있다.
박정희가 5대 대통령이었고 현 문재인이 19대 대통령이다. 그러나 김대중 한 사람만 빼고 13분이 경상도 출신이다. 이것이 박근혜의 표현대로 능력의 차이라 할 수 있나(군 장성 인사에 대해 언급). 지난 대선 때 5명의 후보 가운데 심상정만 후보만 빼고, 4명이 영남출신이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3. 마치는 말
홍세화씨는 한겨레에 한 기고에서 대구 사람들이 투표할 때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에 몰표를 주는 현상을 가르켜 ‘대구에는 시민은 없고, 패권을 노리는 신민(臣民)만 있다’고 표현했다. 잘 살게 해준 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알량한 기득권에 대한 지나친 보호본능이라는 얘기다. 영남패권주의는 비단 정치와 경제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고 언론, 국방, 법조 등 모든 부문에서 일관되게 관철되어 왔다.

이런 현상에 대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태도는 양비론으로 나타난다. 영남 뿐 아니고 호남도 마찬가지라는 논리인데,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저항을 그렇게 치부할 수 있나? 남녀·인종·학력 등 차별이란 본질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착취하는 구조다.
삼성그룹의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평가도 대동소이하다(2008년).. ‘삼성은 전라도 사람을 채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어느 고위 임원이 말했단다. 자신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불의를 폭로한 사람에 대해 칭찬은커녕 비난을 하는 게 옳은 일인가. 이런 말은 ‘정의구현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이다.

우리가 왜놈이라고 무시하는 일본 군인들은 1931년 만주국을 세울 때 내건 슬로건이 오족협화 왕도낙토(五族協和 王道樂土)였다. 일본족··조선족·만주족·한족,몽고족이 협력하여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자! 코로나19가 유행하자 미국이나 유럽의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차별한다는 슬픈 소식이 있다.

한국은 단일민족이라고 자랑해왔다. 이 좁은 나라에서 남과 북이 갈라선 것만 해도 가슴이 아픈데, 무엇을 위해 동서로 갈리어 갈등해야 하나?
우리의 문화 속에 이어져 오는 지연·학연·혈연 등은 민주주의에 걸림돌이다. 미국을 보라! 세계의 수많은 민족들을 융합하여 큰 나라를 이룩하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대구·경북사람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2의 이인좌난 같은 비극이 없을 것이다.
2020. 04. 11, 맹 행 일

[나그네]

좋은 글 많이 배워갑니다.....

[JH1051]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