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착한 곳은...작은..정말 정말 작은 시골역..
눈에 보이는 건 정말 허허 벌판이고
아파트 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작은 시골이었다.
한국에서 작은 시골 기차역도 이렇진 않을텐데...
그만큼 이곳 사람들은
오랜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것 같다.
파리에서 탔던 지하철도 오래되어 수동으로 문을 열지 않으면
내릴수 없었는데...
이곳 기차역의 뜨문 뜨문 놓인 벤치 마저도..
영화에서나 보던 낡은 것들이었다.
비도 추적 추적 내리고
도착하긴 했는데...
hall이라고 쓰인 곳이 모이는 곳인데
도대체 hall이 어디지?
이 쬐끄만 역에 ??
구냥 역 건물에 들어가보니
캠프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이 몇명 있었고
곧 우리 캠프의 리더가 나타났다.
"안녕?" ㅡ.ㅡ 헉..세상에..
리더가 한국어로 말한다.
알고보니 옆에 또 다른 한국 아이가 있었고
그들은 다른 봉사활동 캠프를 3주 마치고
이 캠프로 온 것이었다.
독일,,체코,,영국, 헝가리. 스페인, 멕시코...그리고 한국..
이렇게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동양인인 나를..난 또 서양인인 그들을
서로 신기해 하면서..궁금해 하면서
캠프의 첫날을 시작했다.
숙소는 운이 좋게도
보통 봉사활동자들이 지내던 여름용 숙소가 아닌..
겨울이라 그랬던건지..
돈을 받고 빌려주는 일종의 원룸 같은 집이었다.
하나의 집에 원룸이 두개 들어있는 구조였는데
뜨거운물 콸콸 나오고 침대에 시트에 담요까지 있었다.
내 룸메이트는 한국아이였고
울 집 뒷방에는 독일아이 두명이 함께 지내게 되었다.
우리가 모두 모일수 있는 공동방은 울 집 옆 건물이 차지했고
아침식사는 모두 공동방에서..
그리고 점심과 저녁은
우리가 일하는 학교 식당에서 그 학교 아이들과 해결했다.
첫날은 주말이었고 우리의 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5시간씩..
그리고 하는 일은??
우리가 지금 숙소로 쓰는 집과 똑 같은 집 내부를
만드는 것이었다.
어쨌든 첫날은 모두 자기 소개를 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이야기 하고
그리고 게임도 하고..
일요일인 내일을 위한 계획도 세웠다.
소개하는 자리에서
더듬거리는 영어로..내 이름을 말하고..
난 그렇게 "정" 이라는 내 이름의 마지막자로 불리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한국이름 발음이 넘 어렵단다.
언제 어디서든..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는
조심스럽고도 쑥쓰러운 자리임엔 틀림없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말수가 더 적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른 한국인 아이는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또 한국 전래동화인 "엉기조차 벙기조차 엉기 벙기 버벙기" 란
이름때문에 죽은 아이 이야기 까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가...
난 한국에서 꽤나 똑똑한 줄 알았는데...
영어도 무지 열심히 했구..
근데 나 왜 이렇게 여기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는것일까??
끊임없는 내적갈등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난 휴식이 필요했고
2002년 1년동안 내가 걸어온 길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에너지까지 써버렸기에
굳이 말이 안통하는데 애써 설명하고 싶지도 ,,또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일하는 것도..그냥..시키는 단순한 일만 하고 싶었다.
영어잘하는 한국아이는 내 룸메이트 였고
각자 숙소에서 잠을 자는 시간엔 내 룸메이트..
항상 내 옆 침대에서 영어나 프랑스어 책을
읽다가 ..공부하다가 잠들곤 했다.
이렇게 열정적이고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는 친구가..
어찌나 부러운지...
캠프의 첫주는 그렇게 시작되고 흘러갔다.
내게 주어진 일은
천장에 방풍 방음을 위한 스펀지 같은걸 재어서 넣는 일이었고
그담엔 벽에 페이트를 칠하기 전에 바르는 종이..붙이는 일이었다.
첫날엔..갑작스레 맡겨질 일에 힘들었고..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풀타임 근무는..
정말 싫었다.
게다가 늘 일찍 일어나는 내가 6시에 깨어보니..
이 프랑스란 나라는 8시가 되어야 해가 서서히 뜨는 것이 아닌가..
점심때 먹는 음식은 사립학교의 20명 학생을 위한 음식이라.
풍성하긴 했지만..
고기는 왜 이렇게 안익혀먹는지..
배고파 죽겠는데..애피타이저..본요리..후식..
기다리느라 더 쓰러질 지경인데..
나오는 음식도 내 위장병에 최악인 마요네즈 버터 치즈 덩어리들이구..
어휴~ 이게 머람..
하는 일도 단순 노동에..일이 끝나고 즐겁게 지내야 할
캠프 사람들도..각자 자기 일만 하고..
무대책에..준비도 안된 난..
그냥 가만히 시간만 보내야 하는 그런 2일을 보냈다.
그렇게 보내다 보니..이래선 안되겠단 굳은 결심아래..
용기내어 체코인 안드레아 에게 말했다.
난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는데..어떡해야 하냐고..
결국..안드레아와 다른 체코인 데니사와 난..
마을 구경을 하고 슈퍼에 가기로 했다.
일이 끝난 후에 함께 출발한 우리 셋은
이 작은 시골마을의 성과 교회 슈퍼마켓..
그리고 주식인 빵과 고기를 파는 가게..
여러곳을 둘러보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때 데니사가 내게 해준말..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삶을 즐기는건 자기 자신이고..
즐기기 위한 삶을 계획하고 만드는 것 또한 자기 자신이라고..
결국..오후에 남는 시간들..
캠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모두..
내가 어떻게 계획하고 노력하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변하기로 결심했고..
그 두명의 친구와 함께..
오후의 계획을 하나씩 만들었다.
내 삶을 즐긴다는것...
그래..오늘 오후는 마을 구경을 했고..
낼 오후는 일하다 남은 플라스틱과 종이들로
선물 만들기를 하자..
데니사는 크리스 마스 카드를 만들꺼란다.
나도 모든지 끼워달라고 하고는..
작은 집도 만들고..또 체코인인 그들의 문화에 대해 물어보고
게임도 즐겼다.
긍정적으로 시작한 하루는..
단순 노동 조차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게 할수 있는 하루로
바뀌어갔고..
오후의 시간도 즐거웠으며..
맞지 않는 음식들도..
"도전 음식체험, 이색체험" 이란 주제 아래
신기하고 이색적인 음식 맛보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더 좋았던건..
간신히 말하는 수준이었지만..
부족한 영어로도..
내가 원하는 것들..바라는 것들...하고 싶은것들..
많은 것들을 사람들과 나눌수 있었다.
미래..사랑...삶...
아마도..이렇게 우정이 생겨나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