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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으로 인수한 회사를 7000억으로 만든 여성CEO, 한무경 한국여성 경제인회장
최근 여성경제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으로 효림그룹의 한무경 회장이 당선됐다. 20여 년간 대학 강사로 일하다 마흔에 창업해 매출 8800억 원, 임직원 15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여성 사업가다.
여성사업가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유통, 서비스업 등이 아닌 남성들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정통 제조업(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대구에서 은행을 다니던 아버지가 “거래처인 쌍용중공업이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자동차사업 부문을 매각하는데 인수해서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아버지는 8자매 중 막내인 한 회장에게 먼저 제안했는데 주부로 살던 다른 딸과 달리 대학 강사로 뛰던 막내를 기특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교수가 되는 것인 목표였던 평범한 워킹맘이었지만 제안서를 검토하는 순간 피가 끓었다. 심지어 당시는 외환위기가 한창 들이닥쳤을 때라 이 회사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한 회장은 이 회사를 검토하면 할수록 성공가능성이 보였다.
쌍용차 부품 사업부는 비록 무너지긴 했지만 기술력이 탄탄한 회사였고 외환위기만 극복하면 곧바로 신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성장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에 문외한이었던 한 회장은 창업 이후 반년 동안은 엔지니어들이 말하는 내용을 몽땅 공책에 적어 공부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그림으로 그리고 색연필로 칠하면서 공부했고 자신의 전공이었던 문헌정보학의 지식을 살려 문서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해당 분야를 공부했다. 한 회장의 예측대로 1억 원에 인수했던 회사는 경기가 살아나자 곧바로 일어섰고 매출은 매달 2배씩 뛰었다.
공장이 돌아갈수록 회사도 바빠졌다. 그녀는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봐야 실적도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화장실 청소를 직접 도맡기도 했다.
경제난이 끝나자마자 효림그룹은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보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해서 한 회장은 사업군을 다각화 하여 회사 규모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자동차 부품이 점차 모듈화 할 것을 예측해 모듈업체 ‘효림정공’을 인수했고 자동차 전장(IT)부품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전장 사업에도 진출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로 크려면 쌍용차를 넘어 결국 현대기아차를 고객사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급처도 다변화했고 이후 수출 확대 전략까지 세웠다.
자동차 부품 회사로 시작한 효림그룹은 여러 번의 인수합병과 사업진출을 통해 지난해 매출 7000억 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거래처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접대 자리가 잦았고 이는 여성으로써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접대보다 납기, 품질을 칼 같이 지키는 ‘정도 경영’으로 대신 신뢰를 쌓아왔다. 또한 사업에만 매달리느라 육아엔 거의 신경을 못 썼는데 외아들로부터 “내 아내는 엄마처럼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녀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지내면서 “여성들이 육아 고민 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