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들이 최근 장기 무사고로 할인율이 높은 고객의 가입 거절을 유도하는 ‘우량 성과제도’를 실시중인 가운데 현대해상이 이에 반기(反旗)를 들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해상이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자동차 보험료를 적게 내더라도 장기 무사고 운전자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부 손보사들은 차보험에서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수수료 체계를 변경, 결과적으로 무사고 우량고객의 보험 가입을 차단하고 있다.
▶현대해상 “무조선 따라가지는 않겠다”= 현대해상은 17일 “무사고 고할인 계약자의 인수 거절은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고객만족경영에 반한다는 결론을 냈다”며 “최근 일부사의 대리점과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모집 수수료 변경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업면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우량 고객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게 현대의 입장. 손해율 관리 부서에서는 수익성 악화 극복을 위해 수수료 변경 흐름에 편승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는 ‘단기 처방’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현대해상 하종선 사장은 “옛날에는 ‘어서 오십시오’라고 환대하더니 이제와서 보험료를 적게내니 ‘나가 주십시오’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장기적인 고객만족경영 관점에서 접근키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화재는 보험료 할인율이 30% 이하인 고객을 유치할 경우 기본 수수료에 보험료 기준 2.5~5%를 얹어주는 ‘우량성과 제도’를 도입,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할인율 30%를 넘는 운전자를 유치하면 추가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보험료를 적게 내는 고객은 받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수수료체계 변경은 계약자에게 불리함 없이 사업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함으로써 손해율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손보사들 “어딜 따라가나”고민= 업계 1위의 삼성화재가 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자 일부 중소형 손보사들은 삼성의 기준을 도입키로 결정했다. 대형 손보사인 동부화재 등은 긴급경영회의를 갖고 악화된 손해율 처방을 위한 수수료체계 변경에 대해 한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해상이 삼성 전략과의 차별화로 나서자 수수료 변경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자연스럽게 ‘묻어가자는’ 쪽의 의견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리스크가 커 도입하지 말자는 의견이 지금은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죽하면 손보사가 고객을 받지 않겠다고 하겠느냐는 시각도 있으며 이는 만성적자인 자동차보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최대 현안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