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가 숙여진다
文 熙 鳳
겸손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얼마 전부터 고개가 더 숙여졌다. 아니, 더 숙여야 한다. 컴퓨터와 관련 있을까? 자세 불량이 선물한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악수를 할 때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퉁명스런 말씨를 사용해 본 일도 없다. 이런 것들은 체질화된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해 본 일이 없다. 내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잘났다고 뽐낸 일도 없다. 남을 비판하는 일에도 앞장서지 않았다. 나는 가을 논의 누런 벼이삭을 닮은 전형적인 겸손맨일 뿐이다.
오늘, 이제부터는 더 겸손해지라는 통보를 받았다. 작은 오만과 편견도 버리라는 통보를 받았다. 얼마 전부터 목의 통증이 심해진 결과다. 일상생활의 불편이 뒤따른다. 목의 전후좌우 운동이 제약을 받는다. 그걸 넘어 왼팔의 저림 현상으로까지 연결된다.
아내가 낮은 베개를 베야 원상회복하는데 도움을 받는다면서 건강 베개를 구해 왔다. 그런데 그걸 베니 더 불편하다. 아주 심한 상태로까지 발전했나 보다.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간 한의원에 두어 달 다녔다. 침도 맞고 목을 늘여주는 견인 치료도 받았다. 처음에는 좀 시원한 듯하더니만 요즘은 전보다 더 고통스럽다.
그래서 오늘은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척추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기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 부축해야 걷는 사람도 있다. 입원환자들은 모두 허리보호대를 차고 있다.
두어 시간 인내한 끝에 검사결과와 접했다. 목은 목뼈(경추) 일곱 개로 구성되어 있고, 뼈와 뼈 사이에 디스크가 있다. 2번과 3번 사이에 후골인대골화증이 있고, 6번과 7번 사이에는 디스크가 파고 들었단다.
그래서 그렇게 고통스러웠구나.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약물치료보다는 수술하는 쪽으로 의사는 권한다. 수술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나는 우선 약물치료를 해보자 했다. 주사를 맞고 돌아왔으나 별 차도가 없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다시 갔다. 전(前)의 병원에서 찍은 MRI 사진을 판독하면서 디스크는 아니고 후골인대골화증이라 진단한다. 2번에서 6번에 이르는 경추에 인대가 석회처럼 굳어가고 있다 한다. 그러면서 수술보다는 약으로 치료해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목에 충격을 주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하지 말 것과 자세교정, 낮은 베개 사용, 엎드려 책 보지 않기,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시청하지 않기 등을 실천하라 주문한다.
그 좋아하던 테니스도 이제 잠시 쉬어야 할 것 같다. 목에 충격을 주는 일체의 활동을 삼가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가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되뇌는 말이 있다. 나도 따라 할 것이다. 오늘부터 매일.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고개는 숙이는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면서 천리(天理)를 따르고자 마음 먹는다.
※ 이 글은 지난 2008년에 쓴 글인데 뒤적거리다 보니 눈에 띄어 올린다.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가 테니스, 탁구, 헬스 및 모든 운동을 즐기고 있다. 의사의 주문은 교통사고를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뒤에서 받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