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벌레
김 남 권
습기만 있으면 눈을 뜬다
태양의 씨앗으로 거룩하게 숨어 있다가 맵고 붉은 연못에서 흰 연꽃으로 깨어났다
아, 천년을 기다려 온 아기 부처님, 두리번거리며 갈 곳을 찾고 있다
냉장고 속에 가두었더라면 저 눈부신 자태를 보지 못했으리라
습기를 채워 주지 않았더라면 저 까만
눈동자를 만날 수 없었으리라
비와 바람과 대지의 손길로 석 달을 푸른 강물처럼 매달려 있다가 열흘만에
본색을 드러내고 다시 한 달 동안 새벽마다 삼천 배로 태양을 경배했으리라
그리고 어느 눈 먼 중생의 방앗간에서
새빨갛게 분쇄되어 열반에 들었으리라
관세음보살을 수천만 번 외쳤으리라
저 아기부처님 눈도 뜨지 못할뻔 했다
번뇌를 가득안고 내려다 보는
내 눈 앞에서 두리번 두리번 길을 물으신다
"화엄사로 가는 길이 어디요?"
첫댓글 선생님 ! 고맙습니다. 낭송회 때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반갑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