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주로 얼라하고 같이 밥묵을때가 많았지만 이젠 혼자 묵을때가 많다.
얼라 군에 가고부터 집구적에 반찬이 하나도 없다.
마누라는 아예 반찬거리를 사오지도 않는다.
그럼 밥은 묵느냐고 ? 마누라는 아침은 몇술 떠는지 있으면 묵거나, 저녁은 아예 집에서 안묵는다.
그러니 이제 1인분 음식만 하여 혼자 묵고 있다 .
주로 건강에 좋타는 연근이나 우엉조림 등은 일주일에 한번 만들어 놓고,
된장이나 찌게 등의 육수는 미리 만들어 놓고 냉동실에 넣어 놓고 쓴다.
깁스때문에 운동도 못하니 밥맛도 떨어지고, 소화도 잘 안된다.
갑자기 국수생각이 났다. 어제 끓여 놓은 메릇치 육수에 호박하고 김치 등을 뽁아서
국수를 말아 묵었다.
20일이면 얼라 수료식한다고 논산에 면회가야 되는데, 음식을 뭐해갈까 하고 생각중이다.
전에 예식장 부페에서 얼라가 도가니 수육을 한사라 들고 꾸역꾸역 처묵고 있더라,
도가니 탕이라 하면 80년대 명륜동 하숙집에 있을때 동생들하고 가끔씩 묵으로 갔다.
삼청동 도가니 탕이라꼬 아주 오래된 집이다. 몇달 전에도 가봤는데아직 그 할매가 만들고 있어서
오래도 한다 생각했다 할매가 말했다
"그때 성대교수님들도 많이 왔지, 지금은 가신 분들도 있어,''
국물이 깔끔한데다, 밥도 맛있다. 쌀은 어데꺼 써냐고 물어니,
"평택에서 보내주는 집이 있어" 했다.
이제 거기 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고, 또 내 요리솜씨가 일취월장 발전하여, 도가니 탕정도는 집에서 쉽게 끓인다.
도가니는 대형수퍼에선 잘 안팔고, 동네수퍼에서 한판 만칠천원인데, 사골약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수육도 부드럽고 맛있는 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도가니수육 만들어 큰 보온병에 넣어 간다고 생각하니 약간 숨이 가빠온다.
전복죽이 또 생각났다. 듣자 하니 수료식날은 대부분 불판 들고가서 고기 꾸워묵는다던데,
우리는 주로 삶아 묵기 때문에 거기서 삶자니 시간이 걸리고 그렇다고 집에서 삶아 가자니 금방 식어버릴 거 같고,
일단 마누라한테 메인 메뉴는 맡겨 보기로 한다. 그리고 팥도너스하고 스타벅스 커피 캔 하고 초코하임 과자를
사갖고 갈까 한다. 초코하임은 얼라가 어릴떄 내가 많이 뺏어 먹었던 거다. 요즘도 가끔 사묵으면서 옛날 생각하곤 한다.
얼라 과자 뺏어먹는거는 내가 제일 재밋어 하는 거다.
그런데 군에서 밥을 더 잘묵을거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먹었던 칠십년대 군대밥은 소시지 넣은 미역국, 쿰쿰한 냄새나는 밥,
고추가루 없는 김치 등 끔찍한 기억만 난다. 이제 한끼 식사가 육천얼마라 하니 얼마나 좋아 졌겠나.
그렇게 보면 음식을 잘해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난다. 떡뽁기하고 순대하고 사갖고 가도 게안켔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갔다와서 또 이야기 해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