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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19
씬0. 해변가 (낮)
강모 : 아직.. 안 갔냐?
정연 : .. (멀리 보며) 나, 집에 못가. 다시는 아버지 얼굴... (울컥하다가) 우리 집 식구들... 다신 볼 수 없어.
- 인서트 (편집으로, 짧게)
태섭 : (라이터를 꺼내든다. 불을 붙이려는데)
정연 : (손을 잡아 말리며) 안돼요, 아버지.. 이러시면 안돼요..!!
태섭 : 미안하다, 정연아...
(태섭, 장부에 불을 붙인다, 활활 타들어가는 장부... )
- 다시, 현실
정연 : .. (눈물 고여 있고)
강모 : (답답해서) 정연아...
정연 : 어제 나한테 한 말... 진심이었니?
강모 : .. (본다)
정연 : 그것만 확인 할게. 정말.. 나 한 번도 좋아한 적 없어?
강모 : ...
정연 : 나... 사랑하지 않니?
강모 : 어...
정연 : ..!!
강모 : ... 진심이야.
정연 : ... (눈물 고인다) 그랬구나.. 그럼.. 난 이제 어디로 가야 돼?
강모 : ...
정연 : 이젠... 집에도 못가고 어디로 가?
강모 : (안타깝지만, 마음 독하게) 내 몸 하나도 감당하기 힘들어. 니 일, 니가 알아서 해.
(강모, 일어서서 간다. 정연, 일어서더니 눈물 고인 채 멍하게 바다로 걸어간다.
강모, 이를 못보고 가다가 멈춘다. 뭔가 이상해서 돌아보는데..
정연, 바다에 반쯤 잠겨 있다. 눈물 흘리며 하염없이 들어가는데..)
강모 : 정연아...? (미친 듯이 뛰어간다) 정연아..! 정연아..!! (고함치는 모습에서)
씬1. 해변가 (전회 마지막 장면) (낮)
(정연 눈물 고여 있고.. 강모, 답답해서 한숨 내쉬는데..)
정연 : 어제 나한테 한 말... 진심이었니?
강모 : .. (본다)
정연 : 그것만 확인 할게. 정말.. 나 한 번도 좋아한 적 없어?
강모 : ...
정연 : 나... 사랑하지 않니?
강모 : 어...
정연 : ..!!
강모 : ... 진심이야.
정연 : ... (눈물이 흐른다) 그랬구나.. 그럼.. 난 이제로 가야 돼?
강모 : ..
정연 : 너라면 받아줄 줄 알았는데... 이제 집에도 못가고 어디로 가?
강모 : 내 몸 하나도 감당하기 힘들어. 너도 이제.. 니 일 니가 알아서 해.
(강모, 일어서서 간다. 정연, 일어서더니 눈물 고인 채 멍하게 바다로 걸어간다.
강모, 이를 못보고 가다가 멈춘다. 뭔가 이상해서 돌아보는데..
정연, 바다에 반쯤 잠겨 있다. 눈물 흘리며 하염없이 들어가는데..)
강모 : 정연아... (미친 듯이 뛰어간다) 정연아..! 정연아..!!
(정연, 물에 빠져서 허우적댄다.
바다로 뛰어드는 강모..! 정연 쪽으로 헤엄쳐 가더니 정연을 잡아서 끌고 나온다.
비틀거리며 겨우 정연을 부축해서 바다에서 나오는 강모.. 모래밭에 털썩 쓰러진다. 두 사람, 나란히 누워 있다가..)
강모 : (화가 나서 벌떡 몸을 일으키고) 야, 황정연..! 너 정말..!!
정연 : ... 사랑해.
강모 : ...!!
정연 : 사랑한다구... 사랑해, 강모야... (운다)
강모 : ... (본다)
정연 : ... (누운 채로, 눈물)
강모 : ... (보다가, 뭔가 단호한 표정... 손을 잡아 일으키고) 따라 와..!
(강모, 정연을 이끌고 어디론가 간다. 정연, 영문을 모른 채 이끌려 가는데..)
씬2. 성당 안 (낮)
(바닷가의 조그만 성당 안... 아무도 없는 빈 성당 문이 열리며 강모가 정연을 이끌고 들어선다.
두 사람, 십자가 앞에 선다. 강모, 정연과 마주보고...)
강모 : 나 곧 여기 떠날 거야. 내가 어디를 가든.. 너, 나 따라 올 수 있어?
정연 : .. (보다가, 고개 끄덕인다)
강모 : 힘 많이 들 거야. 어떤 고생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그래도?
정연 : ... (눈물 고이며, 고개 끄덕인다)
강모 : 다 버려야 돼. 니 가족.. 꿈... 어쩌면 지금 너의 모습까지도...
정연 : 갈 거야.. 너랑 같이.. 어디라도 상관없어...
강모 : .. (눈물 고인다. 십자가를 보며) 보셨어요? 지금부터... 정연이 제 여자예요.
저, 이강모... 지금 이 자리에서 황정연이랑 결혼합니다.
정연 : ... !!
강모 : 아무것도 해 줄게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줄 거예요. 제가 얼마나 정연이를 행복하게 해주는지.. 꼭 지켜봐 주세요.
정연 : .. (눈물 흘리는데)
(강모가 서서히 입술을 가까이 가져간다. 정연, 그런 강모를 보다가 눈을 감는데... 정연의 입술에 포개지는 강모의 입술...
이때, 성당으로 들어서던 어린 소녀가 두 사람을 보더니 미소 지으며 발길을 돌려 나간다.
잠시 후,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씬3. 동, 밖 종각 (낮)
(소녀가 힘차게 종 줄을 잡아당기고 있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씬4. 성당 안 (낮)
(축복과도 같은 종소리.. 키스 중인 강모와 정연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씬5. 로열클럽, 홀 안 (밤)
(무대 위에서 지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민우가 그 앞에서 혼자 양주를 마시고 있고...
이때, 경옥과 지배인이 지나가다가 민우를 본다. 민우, 심각해진 표정이다. 연거푸 술을 마시는데...)
씬6. 민박집 부엌 안 (그 밤)
(큰 원통형 나무 목욕통 속에서 올라오는 수증기... 그 안에서 정연이 목욕중이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고..)
씬7. 동, 밖 문 앞 (밤)
(강모가 뜨거운 물을 담은 양동이를 들고 안절부절 못한다. 강모, 노크를 하려다가 차마 못하고..)
강모 : 어, 미치겠네. (다시 한 번, 노크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저, 정연아..
씬8. 동, 부엌 안 (밤)
정연 : ..!! (화들짝 놀라서) 어.. 왜?
강모 : (E) 뜨거운 물 가져 왔는데...
정연 : 괘, 괜찮아..
강모 : (E) 여기다 놓으면 물 다 식어.. 잠깐만.. 들어간다?
정연 : (놀래서) 돼, 됐어... 들어오지 마.
(이때, 문이 열리며 강모가 애써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며 양동이를 들고 들어선다.
정연, 놀라서 얼른 얼굴을 가렸다가.. 아니지, 몸을 가리는데... 허둥지둥...
강모, 눈을 가린 채 양동이를 욕조 통 옆에다가 놓고..)
강모 : 여, 여기다가 놓을게.
정연 : (애써 미소) 어.. 고마워...
(강모, 눈을 가리고 나가다가 물이 담겨있는 대야를 밟고 꽈당 넘어진다)
정연 : (놀라서) 괜찮아?
강모 : (급히 눈 가리며) 어, 괜찮아... (허둥지둥 개처럼 기어 나가면)
정연 : (한숨 내쉬다가 문득) 봤나? 못 봤겠지? 어휴, 이럴 줄 알았으면 살 좀 뺄걸...
씬9. 동, 민박집 방 (밤)
(이불이 깔려 있는 방안... 누워있던 강모가 벌떡 일어난다)
강모 : (초조하다, 손부채질) 아, 왜 이렇게 덥지?
(이때, 짧은 반바지 차림의 정연이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리며 들어온다.
강모, 얼른 옆에 있던 전화번호부 책을 집어 들고 뒤적거리고..)
정연 : (눈치 보며) 안 씻어?
강모 : 어? 아까.. 다 씻었어.
정연 : 어... (옆에 앉아서 머리 말리면)
강모 : (힐끔 보고) 그래도.. 씻는 게 낫겠지? 땀도 흘렸는데.. (일어나는데)
정연 : 됐어.. 씻었는데.. 뭘 또 씻어.
강모 : 그럴까, 그럼?
(강모, 벽에 기대앉는다. 정연, 어색해서 계속 머리만 말리고...)
강모 : 다 된 거 같은데..
정연 : 어?
강모 : (어색해서 미소, 손가락질) 머리.. 다 말랐다구..
정연 : 어.. (수건 놓고)
강모 : (용기내서) 졸리지? 불 끌까?
정연 : 어.. 그러자... (눕는다)
(강모, 불을 끄고 정연 옆에 눕는데... 어색한 침묵이 짧게...
정연, 생각해보니까 웃음이 난다. 깔깔 웃으면 강모도 픽 웃고...)
정연 : (깔깔 웃으며) 정말 어색하다, 그치?
강모 : (미소) 그러게... 정연아... 손 줘봐.
정연 : ...? (손 내밀면)
강모 : (따뜻하게 꼬옥 잡는다) 봐봐.. 손만 잡아도 이렇게 좋잖아.
정연 : (미소, 강모 품에 편안히 안긴다) 이러면..? 손만 잡아도 좋으면.. 지금은 어떤데?
(강모, 정연, 두 사람 보면서 미소 짓는데서...)
씬10. 로열클럽 홀 안 (밤)
(민우가 굳어진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위로...)
- 인서트 (민우의 상상)
(강모와 정연이 침대위에서 마주보고 있다. 키스를 하며 옆으로 쓰러지는데)
-다시 현실
(민우, 손 안에서 유리잔이 퍽 깨진다. 민우, 눈물까지 고인 채 분노의 표정으로... 손바닥에서 피가 흐르고...
사람들, 놀라서 민우를 보는데... 경옥과 지배인이 급히 다가와서)
경옥 : (지배인에게) 치워 드려. (손수건을 내밀며) 닦아요.
(민우, 받지 않고,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나간다. 경옥, 그런 민우를 보다가)
경옥 : (지배인에게) 만보건설, 황정연 알지? 무슨 일이 있나 알아 봐.
지배인 : 예, 사장님.
씬11. 동, 로열클럽 앞 (밤)
(민우의 승용차가 서 있고...
민우, 취기 어린 듯이 승용차에 손을 대고 서 있다가... 창문에 비친 얼굴...
민우, 눈물이 흥건한 채 무겁게 노려보다가 절규하듯이 으악..! 고함을 지르며 손바닥으로 차 창문을 내리치는데.!!
손에 묻은 피가 창문에 찰싹, 묻고...)
씬12. 중정 건물 전경 (아침)
필연 : (E) 이강모 행방은 어때?
씬13. 동, 국장실 (아침)
(고재춘이 와 있다)
재춘 : 지시하신대로, 밀항을 대비해서 항구 쪽을 뒤지고 있습니다.
필연 : ... (잠시 생각하다가) 성모는 지금 어딨어?
재춘 : 인천항에 나가 있을 겁니다.
필연 : 인천?
재춘 : 부산쪽 항구를 제가 맡고, 성모가 인천 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필연 : ... (생각하는데)
씬14. 다방 앞 (이하, 낮)
(인천의 한 다방 앞 공터... 승용차가 세워져 있다. 그 승용차 안.. 성모가 운전석에 앉아서 다방 쪽을 주시하고 있고...
이때, 다른 승용차가 다가와 서더니 건달기 다분한 사내 두어 명이 내린다.
그 중, 두목쯤으로 보이는 브로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를 보는 성모의 눈빛...)
씬15. 동, 다방 안 (낮)
(들어서는 사내들... 한복차림의 마담이 카운터에서...)
마담 : 어머, 곽 사장님..!
브로커 : 여기 내 이름으로 물건 맡긴 거 있지?
마담 : 아, 맞다..
(마담이 카운터 밑에서 가방을 꺼낸다. 브로커와 사내들, 얼른 가방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주변을 둘러보고 가방 안을 살피면 신문지로 꼼꼼하게 만 지폐뭉치가 나오고..
브로커, 신문지 포장한쪽을 살짝 찢어서 돈을 확인하는데.. 이때, 전화벨 소리...)
마담 : (수화기 들고) 네, 제물포다방이에요. 잠깐만요. (홀에다가) 곽 사장님, 전화 받으세요.
브로커 : (다가가 전화 받는다) 예, 전화 바꿨습니다.
성모 : (F) 물건, 받았소?
브로커 : (슬쩍 주변을 살피고는) 예, 받았습니다.
씬16. 동, 밖 전화 부스 (낮)
(다방이 보이는 전화 부스 안... 성모가 다방 쪽을 보며 전화중이고..)
브로커 : (F) 모레 아침, 여덟시에 출항입니다.
성모 : (심각한 눈빛) 녹색 새마을 모자를 쓰고 있을 거요. 암호는 등대로 하죠. (사이) 알겠소... (수화기를 놓는다, 눈빛)
씬17. 민박집, 방 안 (낮)
(창문으로 햇살이 화사하다.
강모가 잠들어 있다. 정연이 강모의 팔을 베고 등을 보인 채 누워 있고... 뭔가 심각한 표정..
강모, 잠에서 깨더니 정연을 보고 미소.. 뒤에서 껴안아준다)
강모 : 잘 잤어?
정연 : ... (무겁게) 강모야.
강모 : ... (안은 채) 어..
정연 : 나 비겁한 애야... 너한테 이렇게 사랑 받을 자격 없어.
강모 : ...? 무슨 소리야?
정연 : ... (일어나 앉는다)
강모 : (앉는다) 힘든 얘기면 할 필요 없어.
정연 : 아니, 해야 돼... (본다) 강모야...
강모 : (듣기 싫고) 나가서 우리, 뭐 좀 먹자, 배고프다.
정연 : 아버지가 홍회장 장부 불태웠어.
강모 : ..! (본다)
정연 : 니가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를.. 아버지가 없앴어.
강모 : ...!! (놀라는데)
정연 : 너 무죄 밝히려면.. 이젠 내가 증인으로 나서는 방법 밖에 없어.
강모 : ....
정연 : 그 결심 하느라고 늦었어.. 미안해... (눈물 고이고) 아버지하고 너.. 둘 중에 선택하는 거 쉽지 않더라.
강모 : ... (보다가) 그러지마... 니가 증인으로 나설 필요 없어.
정연 : 강모야.. 나, 해야 돼. 그게 옳아.
강모 : 나 때문에 너, 아버지 버리게 하고 싶지 않아.
정연 : ...! (본다)
강모 : 회장님도, 정식이도... (마음 다잡고) 그래... 널 위해서라면 다 잊을게. 잊을 수 있어.
정연 : ...
강모 : 우리 그냥... 앞으로 일어날 일만 생각 하자. 너랑 나 닮은 아이들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만...
정연 : .. (눈물 고인다)
강모 : .. (눈물을 쓱 닦아주며) 오늘이 마지막이야. 다신, 내 앞에서 눈물 같은 거 보이지 마... 내 마누라가 우는 거 보기 싫다.
정연 : .. (눈물 고인 채)
씬18. 바닷가 포구 (몽타주) (낮)
- 허접한 츄리닝 옷에 녹색 새마을 모자를 눌러 쓴 강모와 산뜻한 옷차림의 정연이 포구를 구경하고 있다.
길게 늘어선 좌판들의 다라이 안에 갖가지 해산물들이 즐비하고.. 정연, 신기한 듯이...
강모, 해삼 한 마리를 집어 들면 물이 찍나온다. 놀라는 정연과 크게 웃는 강모..
- 두 사람, 즐겁게 걸어 나오는데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두 사람의 옷차림이 어울리지 않는 것...
이를 눈치 챈 정연, 강모더러 잠깐 있으라고 하고 얼른 건어물 상회에 들어가 아줌마한테 뭔가 말한다.
잠시 후.. 몸빼를 입은 시장 아줌마 차림에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정연이 나온다.
강모, 어이없는데 정연, 패션쇼 하듯이 자랑하고... 두 사람, 웃으면서...
씬19. 동, 포구 일각 (낮)
(강모와 정연이 걸어오는데... 순경들이 보인다. 긴장..!
정연이 얼른 강모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순경들, 지나쳐 간다. 강모와 정연, 안도하고는...)
정연 : 불안해서 안 되겠어. 내가 시장 볼 테니까, 너 먼저 들어가.
강모 : 혼자, 괜찮겠어?
정연 : 왜? 길이라도 잃어버릴까 봐?
강모 : .. (미소)
씬20. 민박집 마당 (낮)
(강모가 다가오는데... 방문 앞에 남자 구두가 보인다. 강모, 성모임을 직감하고 반갑게...)
씬21. 동, 방안 (낮)
(강모가 반갑게 들어서면 성모가 와 있고...)
강모 : 형...! 언제 왔어?
성모 : 방금.. 근데.. (눈치 살피듯) 너, 저 여자 옷들은 뭐냐?
강모 : 사실은.. 그것 때문에 형한테 연락하려고 했어. (본다) 자리 하나만 더 만들 수 있어?
성모 : (기가 막혀서) 너, 여자 있었냐? 진작 말을 하지, 임마.
강모 : 어렵겠지만 부탁할게. 나 그 사람하고 꼭 같이 가고 싶어.
성모 : 어떤 여잔데?
강모 : 사랑하는 사람이야. 곧 정식으로 결혼 할 거구...
성모 : 누군지, 참 대단한데? 너 따라 가는 거,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강모 : 같이 가게 해주는 거지?
성모 : 너 혼자 보내는 거 편치만은 않았는데... 같이 갈사람 있다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강모 : (미소) 고마워. 형.
성모 : 근데, 제수씬 어디 간 거야?
강모 : 금방 올 거야. 만나 보구 가, 형.
성모 : (손목시계 보며) 그러고 싶긴 한데, 가봐야 돼. (쪽지 주며) 낼 모레, 밀항 때 쓸 암호하고 지시사항이야.
강모 : ... (받는)
성모 : 제수씬, 그때 봐야 될 거 같다.
씬22. 민박집 인근 도로 / 승용차 안 (낮)
(몸빼와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정연이 힘겹게 양손 가득 물품을 사들고 온다. 팔이 아픈 지 잠시 내려놓고 팔을 주무르는데...
이때, 성모가 운전하는 승용차가 다가오고... 승용차 안의 성모... 정연을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가고..
성모, 무심코 백미러로 보면, 다시 물건들을 들고 가는 정연의 뒷모습...)
씬23. 한옥집, 안방 / 마루 (낮)
(백파가 화선지 위에 한시를 적고 있다. 이때, 마루쪽에서)
경옥 : (E, 놀라서) 뭐? 정연이가 집을 나갔다고?
(백파, 잠시 붓질을 멈추고 마루쪽을 본다. 반쯤 열려진 방문 너머로 지배인과 이야기 중인 경옥이 보이고...)
경옥 : (마음 급하게) 대체 무슨 이유로? 어디로 간 건데?
지배인 : 확실치는 않지만, 이강모란 친구를 찾아 간 것 같습니다.
경옥 ; 이강모? 만보건설, 그 친구?
지배인 : 예, 사장님.
경옥 : 자세히 말해 봐. 집을 나간 이유가 뭐야?
지배인 : 그동안 황정연양이, 원치 않는 정략결혼을 강요당한 거 같습니다.
경옥 : ...!! (놀라서) 그럼, 조민우 실장하고 약혼한 게..?
지배인 : ... (보면)
경옥 : (그제야 의식하고) 그만, 가 봐.
지배인 : .. (인사 하고 나간다)
경옥 : (잠시, 생각하다가 급히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린다. 잠시 후, 연결되면) 거기 만보건설이죠? 회장님 좀 바꿔 주세요.
비서 (남) : (F) 회장님, 지금 안 계십니다. 누구시죠?
경옥 : 만보건설에서 투자금을 대주는 사람이에요.
비서 (남) : (F, 공손) 아, 그러십니까.
경옥 : 급한 일이에요. 지금 회장님 계신 곳이 어디죠?
(안방.. 백파, 심기 불편하다. 쓰던 글귀 위에 붓으로 엑스 자를 그어버리며)
씬24. 레스토랑 홀 안 (낮)
(선글라스 차림의 경옥이 들어선다.
일각에서 식사중인 황태섭과 조필연, 남숙과 명자, 민우 일행들이 보이고...
이때, 매니저가 다가오면 경옥, 귓속말로 매니저에게 뭔가 이야기 하는데...)
씬25. 동, 테이블 (낮)
(조필연과 양명자, 황태섭과 남숙, 민우가 식사 중이다. 민우, 손에 붕대가 감겨져 있어서 나이프 질이 불편하고...)
태섭 : 자네, 손은 왜 그래?
민우 : 별거 아닙니다. 일하다가 조금 다쳤어요.
명자 : 근데, 정연이 너무 늦는 거 아니에요?
태섭 : ... (어두운 표정)
남숙 : (힐끔 태섭 표정을 살피고는, 어색한 미소로) 저... 사부인 그게...
민우 : 정연씨 제가 출장 보냈어요.
필연 : ... (본다)
명자 : 무슨 말이야? 양가 부모들 다 모셔놓고, 정작 주인공이 빠지는 거니?
민우 :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태섭에게) 죄송합니다, 회장님. 미리 말씀 못 드렸습니다.
태섭 : (흠, 헛기침) 요즘 회사 일이 하도 급박하게 돌아가니까...
민우 : (OL) 오늘은 그냥 식사만 하고 헤어지시죠. (필연에게) 정연씨, 출장에서 돌아오면, 제가 집으로 데려 갈게요.
필연 : 회사 일 외에는, 다른 문제는 없는 거냐?
민우 : ..!! (본다)
필연 : .. (날카로운 시선으로 민우의 손을 본다)
민우 : (미소로 얼버무리고) 바쁜 게 문젭니다. 다른 건 없어요.
필연 : .. 그럼 됐다. 정연양도 없는데, 식사 끝나셨으면 일어들 나시죠.
(일행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오는데..
이때, 한쪽에 앉아 있던 경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곧바로 태섭 쪽으로 다가간다.
필연과 민우, 명자가 먼저 나가고... 경옥과 마주치는 황태섭... 경옥을 알아보더니 굳어지는데.. 남숙, 이상하게 보는데...
경옥, 그대로 황태섭을 지나치며 안쪽으로 들어가고...)
남숙 : (이상해서) 왜 그래, 당신? 아는 사람이야?
태섭 : 어? 어, 아냐..
남숙 : ... (뭔가 의심스럽게 경옥 쪽을 보는데)
태섭 : 뭐해, 안 나가구? 계산할 테니까 먼저 나가 있어.
(남숙, 미심쩍게 나가면.. 이때, 매니저가 다가오더니 태섭에게 뭔가 귓속말로 얘기 하는데..)
씬26. 동, 룸 안 (낮)
(경옥이 기다리고 있다. 태섭이 매니저의 안내를 받고 들어오고.. 매니저가 나가고 나면...)
경옥 : 당신 부인은?
태섭 : 먼저 보냈어... 무슨 일인데 여기까지 날 찾아 온 거야?
경옥 : (선글라스 벗는다, 굳은 표정으로) 당신.. 딸 팔아 먹었어?
태섭 : 무슨 소리야, 그게?
경옥 : 정연이 결혼, 정략적인 거냐구.
태섭 : ... 내가 그렇게 시킨 거 아니야.
경옥 : 거짓말 하지 마. 당신, 처갓집에서 대 준 사업자금 때문에 날 버릴 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나?
당신이란 사람, 성공을 위해서라면 못 할 짓이 없는 사람이야.
태섭 : 경옥아...
경옥 : 당신 입에서 내 이름 듣고 싶지 않아.
태섭 : 미안하다... 그땐, 내가...
경옥 : (OL) 여까지 오는 동안, 나한테 지옥 같은 세월이었어. 그래도 이를 악물고 견딘 거, 내 딸한테 힘이 되 주기 위해서야.
내가 당한 것처럼, 내 딸한테 그런 끔찍한 일, 없게 하려고.. 그런데... 그런데, 당신...
태섭 : 정연이 내 딸이야. 나도, 정연이가 행복해 지길 원해...!
경옥 :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정연이가 원하지도 않는 결혼시키면서?
태섭 : ...
경옥 : 나, 정연이 불행해지는 꼴 절대 못 봐.
태섭 : 경옥아...
경옥 : 내 이름 부르지 말라고 했어. 정연이 결혼 무효시키구, 원하는 대로 해줘.
태섭 : 정연이가 결정 한 일이야...!
경옥 : 당신, 나 우습게보지 마. 정연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내 전부를 걸고 만보건설 무너뜨릴 거야.
태섭 : ..!
경옥 : 나 이제... 당신하고 싸울 힘, 충분히 있어. 내가 못할 거 같아?
태섭 : ... (보다가) 정연이 곧 돌아 올 거야. 정 못 믿겠다면, 걔가 원하는게 뭔지, 직접 확인해 봐.
난, 정연이가 원하는 대로 해 줄 거니까. (일어서서 나간다)
경옥 : .. (긴장 풀리며, 걱정스럽게)
씬27. 만보건설 로비 (낮)
(민우가 들어서는데...)
성중 : 실장님..! (다가온다) 황정연씨가 담당하고 있는 아파트 홍보건 때문에 큰일입니다.
민우 : 무슨 말씀이세요?
성중 : 텔레비전 광고 촬영 날이 바짝 다가오는데 담당자가 없으니... 당장, 오늘 음악 때문에 작곡가하고 미팅도 있습니다.
민우 : 지금까지 진행 상황, 정리해서 나한테 가져 오세요.
성중 : 실장님이 직접 하시려고요? 차라리 담당자를 바꾸시는 게...
(민우, 대꾸 없이 간다. 성중, 하는 수 없이 가는데..
엘리베이터 앞... 문이 열리면 시덕이 나온다. 민우와 마주치고....
시덕, 슬쩍 째려보더니 건성으로 인사하고 가는데.. 민우, 그런 시덕을 본다. 뭔가 생각하는...)
씬28. 용역반 사무실 안 (낮)
(정식과 민우가 얘기 중이다.)
정식 : 야, 생각을 좀 해 봐. 경찰에서도 못 찾는 강모를, 정연이가 어떻게 찾아 가?
민우 : 회사 안에, 이강모하고 연락이 되는 놈이 있어.
정식 : ..? 그게 누군데?
민우 : 염시덕..
정식 : ...!! 시덕이?
민우 : (전화기를 보며) 분명, 시덕이한테 연락이 다시 올 거야. 정식아... 니가 수고 좀 해줘야겠다.
정식 : 당장 시덕이 놈, 잡아서 족칠까?
민우 : 아니, 그러지 말고... 내 말대로 해. (뭔가 은밀하게 말한다)
정식 : ... (듣는데)
씬29. 빌딩 안, 일각 (낮)
(전화국 직원이 통신 단자를 연다. 전화 회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직원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선을 뽑아서 다른 쪽에 연결한다. 그 뒤에서 정식이 지켜보고 있고..)
씬30. 실장실 안 (낮)
(새 전화기가 한 대 놓여 있다. 정식이 와 있고..)
정식 : 용역반으로 전화가 오면, 이 전화기로 울리게 돼 있어.
민우 : ... (전화기를 노려본다)
정식 : 근데.. 정말 정연이가 강모를 찾아 갔을까? 벌써 이틀짼데... 그럼 그 둘이 함께 밤을 지냈다는...
민우 : (매섭게 노려본다) 야, 황정식..!!
정식 : ..! (놀라서) 아, 자식... 정연이 얘기만 나오면 열을 내구 그래..
야,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설마 정연이하고 강모 사이에 뭔 일이 있겠냐?
민우 : (일어난다) 나갔다 올 테니까, 꼼짝 말고 여기서 전화 기다려...
정식 : 야, 나두 바빠.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민우 : 너한테 지금 이거보다 더 중요한 일, 있어? 강모한테 정연이가 다 얘기했으면 어떡할 건데?
정식 : 아, 알았어... 알았다구...
씬31. 어느 건물 앞 (낮)
(낮은 층수의 건물 앞이다.
안내양 복장의 미주가 바쁘게 다가와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에 걸려있는 입간판.. ‘오로라 레코드사’)
씬32. 동 복도 (낮)
(오디션을 보기 위해 몇몇 젊은 남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 속에 경자가 있고... 급히 다가오는 미주...)
미주 : 지금 몇 번이에요?
경자 : 오십육 번 들어갔어요.
미주 : 휴, 다행이다. 난 오십 팔 번인데...
경자 : (미주 옷차림을 훑더니) 근데 그 복장으로 오디션 보러 왔어요?
미주 : ... (제 옷차림을 보더니 시무룩)
(이때, 오디션을 끝낸 장발의 남자가 기타를 들고 나온다. 풀이 잔뜩 죽어서 눈물을 찍어 훔치며 간다)
미주 : 오디션이 되게 어려운가 보네?
경자 : 여기 작곡가 선생님, 성질 아주 더럽다는 소문 못 들었어요?
미주 : 진짜요? (걱정스러운데)
직원 남 : (나오며) 오십칠 번..!
경자 : (놀라서) 여기요.
미주 : 파이팅..!
씬33. 동, 오디션 장 (낮)
(지나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고... 심사위원 명패가 있는 탁자에 삼류 예술가 타입의 작곡가 박석춘이 앉아 있다.
탁자 앞에 땅콩 접시와 소주병이 놓여 있고.. 석춘, 괴로운 듯이 술을 마시는데...
들어서는 경자, 지나와 시선 마주치더니 아는 척 하며 눈 한번 찡긋해 보이고...)
석춘 : (시선도 안주고) 시작해.
경자 : 저, 윤시내의 열애 부를게요.
지나 : .. (피아노 치면)
경자 : (잔뜩 감정 잡고, 가사 독백부터) 처음엔... 마음을 스치며 지나가는 타인처럼... 흩어지는...
석춘 : 야, 야..!! 시낭송회 왔냐? 노래를 해, 노래를..!
경자 : 죄. 죄송해요.
지나 : ... (노래부분을 반주하고)
경자 : (노래한다, 형편없는)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뜨거운... 마음 속... 불꽃...
석춘 : (히스테리컬하게) 그만, 그만, 그만..!! 나가.. 당장 나가..!
경자 : 서, 선생님...
석춘 : 안 나가? (술을 확 뿌리며) 나가.. 나가라구..!
경자 : ... (울먹이며 나가고)
석춘 : 못해먹겠다, 증말... 이렇게도 인재가 없나?
지나 : 선생님, 소지영같은 애.. 다시 찾기 힘들어요.
석춘 : 그래서? 포기하라구...
지나 : 그래도, 몇 명은 가능성 있어 보이던데...
석춘 : 너, 귓구멍에 땅콩 박았냐? 삼류 가수 키울 생각 없다고 했잖아.
(소주 한잔 마시고) 소지영 능가하는 가수 반드시 찾아 낼 거야.
지나 : 저한테 곡 주세요. 저, 지영이보다 잘 할 자신 있어요, 선생님.
석춘 : .. (소주를 따르며) 남 실장, 얜 또, 어디 간 거야?
씬34. 동, 밖 복도 (낮)
(민우와 직원남이 걸어 들어오고 있다. 한쪽에서 미주가 훌쩍거리는 경자를 위로해 주고 있고..)
미주 :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죠.
경자 : (훌쩍거리며) 벌써 여덟 번짼데...
(민우, 미주 쪽을 지나치며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씬35. 오디션 장 안 (낮)
(직원남이 민우를 데리고 들어선다)
직원남 : 선생님, 만보건설에서 시에프 건 때문에 오셨는데요?
석춘 : (내키지 않고, 직원에게) 오디션중인 거 안 보여?
민우 : 마저 하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민우, 한쪽 구석자리에 앉는다.
직원남이 문 밖에다가 오십팔 번을 외치면 안내양 복장의 미주가 들어서고... 인사 꾸벅 하는데...
민우, 아무 생각 없이 미주를 본다. 미주는 민우를 보지 못하고..)
석춘 : (옷차림 보고) 얜 뭐야? 직원들 어디, 소풍가? 버스 대절했어?
미주 : (긴장) 죄송해요, 선생님...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석춘 : 가지가지 한다, 증말... 이러니까 내가 예심부터 보라고 했잖아..!
직원 남 : 죄송합니다, 선생님.
석춘 : 다음 들어오라고 그래.
미주 : (놀라서) 저, 잘 할 자신 있어요, 선생님...! 한번만 하게 해주세요.
직원 남 : 그만 나가 봐요.
미주 : (매달리며) 한번만, 한번만 하게 해주세요, 선생님! 딱 한번 만요, 네?
민우 : .. (생각 없이, 미주를 보는데)
지나 : (슬쩍 석춘 눈치 보며) 그럼, 일절만 하고, 빨리 나가요.
미주 : (지나한테, 인사 꾸뻑) 고맙습니다.
(미주, 두 손 맞잡고, 흠흠, 목청 돋우는데.. 석춘, 관심 없다는 듯 술을 마시고...
지나가 반주를 시작한다. 미주, 마음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하는데... 예상외의 뛰어난 실력..!
민우, 미주를 알아보지 못한 채, 호기심 정도로만..
석춘, 예상외의 실력에 놀라서 보고... 잔에 넘치며 쏟아지는 소주...
지나, 놀란 듯이 힐끔 보더니 더욱 열심히 피아노를 치는데..
노래가 다 끝나고... 잠시의 침묵... 석춘, 흘러내린 술로 바지 앞이 다 젖은 채 물끄러미...)
지나 : 선생님.. 노래 다 끝났는데요?
석춘 : (그제야) 어? (일어서서 다가간다) 너...?
미주 : 죄, 죄송해요, 다시 할게요, 선생님.. 저, 진짜 잘 할 수 있어요.
석춘 : 너, 정식으로 노래 배운 적 없지?
미주 : 네...
석춘 : (버럭) 여기가 읍내 시작바닥인줄 알아? 박자 음정 다 무시하고..!
미주 : (떨어졌구나)
석춘 : (문 열고 밖에다가) 오늘로 오디션 끝이야. 다들 가..!!
미주 : .. (풀이 죽은 채 인사 꾸뻑하고) 안녕히 계세요.
석춘 : 너, 내일부터 여기 청소해.
미주 : 네?
석춘 : 청소하러 나오라구..!
(미주, 시무룩하게 나가는데... 석춘, 내심 놀라서 미주 쪽을 보고 있고.. 이때, 민우가 다가온다)
민우 : 박 선생님.
석춘 : (본다) 제가 분명히 시엠송 안한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
민우 : 계약 위반인 거 아시죠?
석춘 : (직원남에게) 계약, 벌써 했어?
직원남 : 당장 다음 달 월사금 땜에 이 건물에서 쫓겨날 판이라..
민우 : 이번에 분양되는 만보건설 아파트... 대대적인 홍보를 위한 겁니다. 그 손해 배상, 선생님께서 감당 할 수 있으십니까?
석춘 : .. (괴롭다, 머리 긁는데)
씬36. 미주 집 방 안 (낮)
(미주, 기운 없이 방문을 여는데... 방 한쪽에 전화기가 놓여 있다)
미주 : 이게 웬 전화기야?
(보면, 그 밑에 봉투가 깔려 있고... 미주, 꺼내보면 지폐와 편지가 들어 있다. 편지 펴 보면... 그 위로 성모 목소리...)
성모 : (E) 오빠가 우리 미주, 걱정 되서 전화기 한 대 놨어. 무슨 일 있으면, 여기 적힌 번호로 전화 해.
미주야.. 이 오빤 말이지... 미주, 니가 너무 많이 철든 거 같아서, 속상해.
오빠들 걱정 좀 덜하고... 너 하고 싶은 거, 실컷 했으면 좋겠어. 사랑한다. 미주야..
미주 : (눈물 고여서 미소) 오빠.. 나, 열심히 할 거야. 청소든 뭐든 열심히 해서... 꼭 가수 될 거야.
씬37. 빠 안 (밤)
(민우와 성모가 술을 마시며 단 둘이..)
민우 : (침울하게) 잘 돼?
성모 : 뭐가?
민우 : 아버지 쪽에서 이강모 찾는 거 같던데...
성모 : ... 잘 안 돼. (본다) 근데, 왜?
민우 : ... (한숨 쉰다, 술 마시고)
성모 : 웬 한숨이야?
민우 : 정연이... 지금 이강모하고 같이 있을지도 몰라.
성모 : ...!! (놀라서) 무슨 말이야? 니 약혼자가 왜 이강모하고 같이 있어?
민우 : 그 두 사람... (말하고 싶지 않다, 술 마시고)
성모 : 설마... 그 둘이...?
민우 : 아무튼, 형.. 만약 정연이가 강모하고 같이 있다가 붙잡히게 되면... 아버지한테 절대 그 사실 알려선 안 돼.
성모 : ... (놀라서, 생각)
민우 : 내 말뜻 알지, 형?
성모 : 어.. 그래...
민우 : 이런 기분, 태어나서 첨이야. 이강모 그놈한테... 철저하게 패배한 기분이야...
성모 : ... (술 한 잔, 털어 넣는다. 강모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데)
씬38. 민박집 마당 (다음날 아침)
(큼지막한 빨간 다라이... 강모와 정연이 나란히 들어가서 열심히 빨래를 밟고 있다.
이때, 다가오는 성모.. 잠시 일각에서 그들을 본다)
강모 : 날두 좋은데, 이런 날 꼭 빨래를 해야 돼?
정연 : 홍콩까지 가서 거지꼴로 있을래? 그래도 명색이 신혼여행인데.
강모 : 뭐? 신혼여행?
정연 :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미소) 신혼 여행가는 걸로...
강모 : (정연 보는데, 사랑스럽다. 장난스럽게 발을 살짝 밟는)
정연 : 아...! 너, 일부러... (강모 쪽으로 얼굴 돌리는 순간)
강모 : (뽀뽀를 쪽 한다)
정연 : (주변 의식하며) 야... 너,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이럴래?
강모 : 누가 뭐래? 내 마누란데...
(정연, 장난스럽게 강모의 발을 밟는다. 강모, 피하고... 서로 발을 밟겠다고 장난치는 두 사람...
일각에서 두 사람을 보는 성모...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씬39. 바닷가 (낮)
(성모가 먼 바다를 보며 기다리고 있다. 두 눈에 눈물이 고여 있고...
강모가 달려오며...)
강모 : 형..!
성모 : ... (먼 곳에 시선 둔 채)
강모 : 왔으면 들어오지, 여기서 뭐해? 가자, 형..
성모 : 정연씨, 너하고 같이 못 가.
강모 : ...! (본다)
성모 : (거짓말, 티 나게) 밀항 자리... 하나 밖에 못 구했어.
강모 : (굳어진 채) 정연인 줄 어떻게 알았어?
성모 : ... (본다) 너, 그 정연씨한테 내 얘기 한 거 있니?
강모 : 아니..
성모 : 앞으로도 내 얘긴 절대 하지 마.
강모 : (본다) 형,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성모 : ....
강모 : 형, 홍기표 회장 도울 때, 분명 우리 회장님한테 원한이 있다고 했어.
성모 : ... 그런 거 없어.
강모 : 아니, 형 지금 이상해. 조필연 국장 밑에 있으면서 배신하고 있는 것도 이상하고... 뭐야, 형? 정말 원한 있는 거야?
성모 : ...
강모 : 그 원한이 뭔데? 숨기지 말고 얘기해, 형..!
성모 : (눈물 고인 채) 강모야...
강모 : ... (보면)
성모 : 황태섭과 조필연... 그 두 사람이 아버지를 죽였어.
강모 : ...!! (놀란다) 뭐?
성모 : 밀수한 금괴 강탈하려고... 두 사람이 짜고 우리 아버지를 죽였어...
-인서트
(총에 맞아 죽는 대수의 모습 짧게...)
-다시 현실
강모 : ... (충격, 멍해서) 거짓말이지?
성모 : 강모야...
강모 : 거짓말이면..! 나, 형 다신 안 봐.
성모 :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조필연, 황태섭... 그 놈들 손에... 우리 아버지가 피눈물 흘리며 죽는 거...!
강모 : ... (눈물 고여 오고)
성모 : 내가 지금까지 안 죽고 조필연 옆에서 살아온 이유.. 그것 때문이야. 내손으로 그 두 사람을 파멸시키기 위해서..
강모 : ...
성모 : 미안하다. 너한테 이런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강모 : .. (눈물이 흐른다)
성모 : (안쓰럽고, 눈물 흘리며 강모를 안는다) 그 여자.. 잊어라.. 다 잊고.. 다 버리고 나가 있어...
강모 : ..
성모 : 내가 기회를 봐서 미국으로 보내줄게. 미국에서 시민권 따고.. 넌, 니가 원하는 대로 성공하면 돼. 그러면 되는 거야...
강모 : ... (흐느끼면서 운다)
성모 : (눈물 흘리며) 불쌍한 놈...
(성모의 품에 안겨 우는 강모... 두 형제의 눈물이 길게...)
씬40. 만보건설, 실장실 (낮)
(민우가 들어온다. 정식이 졸고 있다가 잠에서 깨고...)
정식 : 지금 오면 어떡해? 하루 종일, 좀이 쑤셔서 죽는 줄 알았네..
민우 : 아직, 전화 안 왔어?
정식 : 아무래도 헛다리짚은 거 같다...
민우 : .. (전화기 보는데)
정식 : 야, 그만 때려치구 술이나 먹으러....
(이때, 새로 설치한 전화기에서 벨이 숨 가쁘게 울린다. 긴장..!
정식이 얼떨결에 받으려고 하면, 민우, 제지하며 전화통을 노려보는데...)
씬41. 용역반 사무실 (낮)
(시덕이 급히 수화기를 들고..)
시덕 : 네... (대답 없자) 여보세요?
씬42. 실장실 (낮)
(민우,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들고 엿듣는다)
강모 : (F) 나야, 시덕아.
민우 : ..!! (놀란다)
정식 : (작게) 가, 강모..?
민우 : .. (조용히 하라고, 손짓)
시덕 : (F) 너 괜찮은 거지? 잘 있는 거지?
강모 : (F) 나, 내일 새벽에 홍콩으로 떠나.
민우 : ..!! (굳어지는데)
씬43. 용역반 사무실 안 (낮)
시덕 : 홍콩? 정연이는? 정연이 너한테 갔지, 그치?
씬44. 구멍가게 앞 (낮)
시덕 : (F) 여기 지금 걔 없어져서 난리 났어. 정연이도 같이 가는 거냐?
강모 : ... (정연이 얘기에 눈물이 고인다)
시덕 : (F) 야, 이강모..?
강모 : (울음 삼키며) 정연이.. 곧 집으로 돌아 갈 거야. 내가 없어도... 정연이 잘 부탁 한다.
시덕 : (F) 자, 잠깐만 끊지 말아 봐. 야, 강모야..?
강모 : .. (수화기 놓는다, 애써 눈물 삼키며)
씬45. 만보건설, 실장실 안 (낮)
(민우, 눈빛을 번뜩이며 수화기를 놓는다)
정식 : 뭐래? 강모 어딨는지 알아냈어?
민우 : 따라 와..! (급히 나간다)
정식 : ... (따라 나가고)
씬46. 민박집, 방 안 (낮)
(정연이 엎드려서 공책에 뭔가를 꼼꼼히 적고 있다. 강모, 힘없이 들어서는데...)
정연 : (공책 보며) 왔어? (한숨) 돈 좀 많이 가지고 나올걸... 홍콩은 물가도 아주 비싸다던데..
강모 : .. (본다)
정연 : 까짓 거, 허리띠 한번 졸라보지 뭐. (일어나 앉는다, 공책 보여주며) 봐봐, 우리가 가진 돈이 이거거든?
거기가면 방부터 구해야 할거구... 한 달 생활비가 최소한... (계산하다가) 아, 머리아파..
강모 : .. (물끄러미 정연을 보는데)
정연 : 무조건 우리 돈 벌어야 돼. 난 영어가 좀 되니까 잘만 하면 그럴듯한 일자리 얻을 수 있을 거야.
강모 : .. (정연을 보는데 눈물이 고인다)
정연 : 안되겠다. 장부터 다시 봐야겠어. 치약이며 비누며 생필품들을 여기서 사는 게 훨씬... (보는데)
강모 : ...! (눈물 감추려고 얼른 시선, 피한다)
정연 : ..? (이상해서)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강모 : (시선 외면하며) 아냐... 아무일도 없어.
정연 : ... (강모 손을 잡고) 너무 걱정하지 마, 강모야. 다 잘 될 거야.
강모 : ....
정연 : 우리 잠깐 나갔다 올래? 내일 떠나려면 가게 문 닫기 전에..
강모 : (OL) 오늘 안해두 돼.
정연 : 어?
강모 : 밀항 날짜 미뤄졌어.
정연 : 그럼, 언제 가는 건데?
강모 : 며칠 더 있어야 된데.
정연 : ... 돈 아껴 써야겠다. 오늘부턴 라면이야, 알았지?
(정연, 엎드려서 다시 적기 시작한다. 그런 정연을 안타깝게 보는 강모.. 눈물 고인 채...)
씬47. 경찰서 안 (낮)
(민우와 정식이 와 있다. 반장과 마주 앉아서..)
반장 : (놀라며) 홍콩이요?
민우 : 내일 새벽에 홍콩으로 가는 배편이 어느 항구에 있는지 알아보세요.
반장 : ..!! (놀라서) 이강모가.. 밀항이라도 한다는 겁니까?
민우 : 백 프로 정확한 정봅니다.
반장 : (급히 일어서서 나가며) 이봐, 김형사..!! 내일 새벽, 홍콩행 배편이 어디서 출발하는지 알아봐, 빨리..!!
(민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정식을 본다. 정식, 그 눈빛을 받으며 의미심장하게..)
씬48. 인써트 (밤바다)
씬49. 민박집 방 안 (그 밤)
(강모가 벽 쪽으로 돌아누운 채 잠이 든 듯이 눈을 감고 있다. 정연이 낮에 빤 빨래를 개키고 있고...)
정연 : 자니? (대답 없자) 치사하게 벌써 자는 거야?
강모 : .. (눈 감은 채)
(정연, 가지런히 갠 옷가지들을 한쪽에 두고는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잠시 그렇게 누워있던 정연이 강모 쪽으로 돌아눕더니 뒤에서 안는다. 강모, 여전히 눈 감은 채...)
정연 : (혼잣말 하듯) 고마워, 강모야... 너 아니었으면... 나, 아마도 평생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을 거야.
나 같은 애... 사랑해줘서 고마 워, 강모야...
강모 : (소리 없이 눈물만 흐르는데)
- 시간 경과
(창밖으로 날이 밝고 있다. 정연이 강모를 안은 채 잠들어 있고...
정연의 팔을 조심스럽게 풀며 일어나 앉는 강모... 젖은 눈으로 물끄러미 정연을 본다)
강모 : (E, 마음의 소리) 알아.. 정연이, 너.. 아무 잘못 없어.. 내가 널 사랑한 게... 그때부터 다 잘못 된 거야...
정연 : .. (잠 든 채)
강모 : (E, 눈물 고이며, 이를 악문다) 다신.. 널 찾지 않을 거다. 행복하게 잘 살아, 정연아..
(강모, 한쪽에 미리 준비해 둔 가방을 들고 나간다. 정연, 잠이 든 채...)
씬50. 어느 도로 / 차 안 (아침)
(승용차를 필두로 경찰차 몇 대가 줄을 지어서 급히 달려가고 있다.
그 승용차 안... 형사와 반장, 민우가 타고 있다. 민우, 굳어진 표정으로...)
씬51. 민박집 방 안 (이른 아침)
(정연, 몸을 뒤척이며 강모쪽을 더듬는데 아무도 없다. 정연, 일어서서 방안을 둘러보는데 강모의 가방이 없어져 있고..)
정연 : ..!! (놀라서) 강모야? (문을 열고 내다보며) 이강모..!!
(뭔가 불길한 예감..! 정연, 일어서서 급하게 겉옷 챙겨 입고 미친 듯이 뛰어 나가는데)
씬52. 부둣가 일각 (아침)
(브로커와 사내들 몇 명이서 드럼통에 지펴놓은 불을 쬐고 모여 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브로커의 눈빛...
그 일각의 승용차 안... 운전석의 찬성과 성모가 앉아서 그 쪽을 보고 있다. 성모,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찬성 : 선배님, 저기..!
(성모가 보면, 강모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내들 쪽으로 다가간다.
브로커들, 강모의 녹색 새마을 모자를 보자 서로 시선 마주치고...)
강모 : (다가와서) 불 좀 같이 쬡시다.
브로커 : 그러쇼.
강모 : .. (불을 쬐는데)
브로커 : (슬쩍 떠보듯이) 낚시꾼은 아닌 거 갖고.. 어디 여행 가쇼?
강모 : 여기, 혹시... 등대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브로커 : ..!! (얼른 주변 둘러보고) 쫌만 더 늦었으면 배 놓칠 뻔 했수.
강모 : 미안합니다.
브로커 : 따라 오쇼.
(강모, 브로커들을 따라서 그곳을 뜬다. 일각에서 성모가 그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데...)
성모 : 그만 가자. (승용차가 출발하고)
씬53. 부둣가 근처 사거리 / 승용차 안 (아침)
(성모의 승용차가 신호등 앞에 서 있다.
이때, 한쪽에서 경찰차들이 급하게 부두가 쪽으로 지나간다. 성모, 놀라는데..!!)
찬성 : 경찰이 냄새를 맡은 것 같은 데요?
성모 : 차 돌려..
찬성 : 네?
성모 : 샛길로 빠져서 어서 강모한테로 가..!!
찬성 : ... (급히 핸들을 꺾는데)
씬54. 부둣가 일각 (아침)
(브로커 일당과 강모가 모여 있고..)
브로커 : (여권을 건네주며) 이건 가짜 여권인데, 부탁해서 특별히 만들어주는 거니까 분실하지 마쇼?
(강모, 여권을 받는데.. 이때, 사내 한명이 급히 뛰어오며)
사내 : 형님..! 짭새 떴어요.
강모 : ...!! (놀라는데)
브로커 : 튀어...!!
(강모와 사내들, 일제히 도망친다. 이때, 도망치는 강모 앞, 저만치서 성모의 차가 급하게 정차한다)
성모 : (차창 밖으로 고개 내밀며) 강모야..! 얼른 타..! 빨리 타라구...!!
(강모, 급히 성모 쪽으로 달려가는데 성모의 차 뒤로, 싸이렌을 울리며 경찰차들이 포위한다. 강모, 절망적인 표정...)
성모 : 얼른 타, 강모야..!!
강모 : ... (고개 가로젓다가)
(강모, 오던 쪽으로 도망친다. 성모가 차에서 내려서 강모 쪽으로 뛰어가고..)
찬성 : 선배님..!!
(그 뒤쪽으로 반장과 형사들, 경찰들이 내리더니 뛰어오는데...!!)
씬55. 좁은 골목 (아침)
(창고와 창고 사이의 좁은 공간... 강모가 달려 들어오면 성모가 뒤쫓는다)
성모 : 강모야.. 이강모..!!
강모 : ..!! (멈추고 본다) 얼른 가, 형..!
성모 : 아직 안 늦었어. (손을 잡아끌려는데)
강모 : (뿌리치며, 다급하게) 지금 같이 나가면 형까지 잡혀..!
성모 : 너 두고 나만 살라구? (다시 강모 손을 잡는데)
강모 : (뿌리치며) 형..!
성모 : 내 말 들어, 임마..!
강모 : 형이 날 체포 해...
성모 : ...!! 뭐?
강모 : 어서, 형..
성모 : 안 돼.. 난 못해.
강모 : (멱살 잡는다) 정신 차려, 형..! 여기서 우리 둘 다 잡히면 끝장이야.
성모 : 강모야...
(이때, 경찰차들이 한쪽을 막아선다. 반대쪽을 보면, 반장과 형사들이 총을 겨눈 채 들어서고 있고...
성모와 강모, 사방이 포위 된 채...
강모, 그대로 성모의 얼굴에 주먹을 먹인다. 쓰러지는 성모... 강모, 그 위에 올라타서)
강모 : (눈물 흘리며) 어서, 형... 어서 수갑 채워.
상모 : .. (주저한다)
강모 : (주먹으로 한방 먹이며) 형..!
성모 : .. (눈물 고인다)
(성모, 이를 악물더니 밑에서 주먹으로 강모를 가격한다. 강모, 넘어가고..
성모, 다시 강모 위에 올라타더니 미친 듯이 주먹질을 해댄다. 마구 눈물 흘리며...
그 뒤로 반장과 형사들이 다가오고...
성모, 주먹질을 멈추고 보면.. 강모, 입모양으로만 혀엉.. 하며 터진 얼굴로 눈물 고인 채 씩 웃는다...
성모의 눈물이 강모의 얼굴 위로 떨어지고... 성모의 등 뒤로 형사들이 다가오는데...
강모, 성모의 허리춤에서 수갑을 빼내더니 성모의 손에 한쪽을 채운다. 나머지 한쪽을 성모에게 내밀면...
성모, 눈물 흘리며..)
강모 : 제발.. 형...
(성모, 강모의 손에 남은 수갑을 채운다. 형사들이 총을 겨누며 다다르자 그들 뒤로 찬성이 뛰어오며...)
찬성 : 쏘지 마요..!! 우린 중정 감찰부 요원입니다..!!
(형사들, 그 말에 총구를 내리는데... 성모가 강모를 끌고 천천히 그들 앞에 나선다. 반장이 나서서 맞이하며)
반장 : 어떻게 된 겁니까?
성모 : (신분증을 보여준다) 이강모는... 우리가 전부터 수사하고 있었소.
반장 : (아쉽다) 우리가 한발 늦었군요. 어서 가시죠. 조국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성모, 강모와 수갑을 찬 채 끌고 나오는데.. 찬성, 안타깝게..)
씬56. 골목 밖, 공터 (아침)
(경찰차들이 서 있고... 민우가 구경꾼들 사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성모와 수갑을 찬 강모가 끌려오고.. 형사가 차 문을 열고, 막 타려는데..)
정연 : (E) 강모야..!
강모 : .. (보면)
정연 :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뛰어온다) 안돼, 강모야..! 강모야...!!
(정연, 사람들을 비집고 강모에게 뛰어들려는 순간, 민우가 정연의 팔을 움켜잡는다.
정연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이때, 민우와 시선 마주치는 강모...)
정연 : 이거 놔...!! (뿌리치려고) 강모야.. 강모야..!!
(민우, 정연의 허리춤을 꽉 끌어안으며 제지한다.
강모야.. 강모야... 연신 부르며 발버둥치고 울부짖는 정연...
강모, 경찰차에 올라타면 천천히 출발하고... 정연, 민우의 팔을 빼내더니 경찰차에 매달린다.
차 안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린 채, 차에 매달리며 미친 듯이 울부짖는 정연의 모습만..
정연, 안타깝게 입모양으로만 강모를 부르며 창문을 두드리며 우는데...
강모, 이를 악물며 눈물 고인 채.. 차갑게 외면해 버리고... 서서히 빠져나가는 경찰차...)
씬57. 달리는 경찰차 안 (아침)
(뒷자리의 강모... 성모와 반장 사이에 앉아 있다. 성모와 강모 사이에 여전히 수갑이 연결되어 있고...
성모, 자신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보더니 앞자리의 형사와 반장들을 노려본다. 마치 뭔가 일을 꾸미려는 듯이..
수갑이 채워져 있지 않은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키를 꺼내는데..
이때, 강모가 수갑 찬 손으로 성모의 수갑 찬 손을 꽉 잡는다.
성모가 보면 강모, 그러지 말라며 조용히, 그러나 애절하게 고개 짓을 한다.
성모, 괴로운 듯이 다시 주머니에 키를 집어넣는데...)
씬58. 민우 승용차 안 (아침)
(민우가 운전 중이고 정연이 옆자리에 앉아 있다. 정연, 눈물 흥건한 채 다급하게...)
정연 : 강모, 따라 가.
민우 : 집으로 데려다 줄게.
정연 : 따라 가.! 강모한테 가라구..!
민우 : 야, 황정연..!
정연 : (미친 듯이) 가.! 얼른 가..! 강모한테 가라구, 가..! 가서 내가 강모 무죄 밝혀야 해.
(민우, 분노한다. 이를 악물며 거칠게 엑셀을 밟는데...)
씬59. 어느 별장 앞 (낮)
(급정거하는 승용차... 민우, 차에서 내리더니 거칠게 정연을 끌어낸다)
민우 : 내려..! (확 잡아끌며)
정연 : (내리고)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나, 지금 강모한테...
민우 : 정신 차려, 황정연...!!.
정연 : ... (본다)
민우 : 너 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니 아버지, 오빠 다 배신하겠다는 거야?
정연 : ...!! (굳어진다) 강모가 한 짓 아니라는 거.. 민우씨도 알고 있었어?
민우 : 이 일에 회장님이 개입됐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만보건설은 망해, 알아?
정연 : ... (노려본다) 알고 있었으면서.. 지금까지 날 속인 거야?
민우 : 따라 와..! (거칠게 정연 손잡아 끌고 간다)
정연 : 놔.. 노라구..! (끌려간다)
씬60. 동, 별장 방안 (낮)
(민우가 정연의 손을 잡아끌고 들어선다. 정연, 뿌리치며..)
정연 : 놔..! (단호하게) 나, 지금 강모한테 가야 돼... (가려는데)
민우 : (잡아채며) 나, 니 약혼자야.! 너하고 결혼할 사람이라고..!!
정연 : .. (본다)
민우 : 너,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냐? 적어도 너, 나한테...
(눈물 고여서) 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니?
정연 : ... (무릎을 꿇는다, 냉철한 표정)
민우 : ..! (보는데)
정연 : (단호하게) 나.. 그냥 놔줘, 민우씨... 강모한테 보내줘..
민우 : ...!! (충격 받는다, 멍해져서) 무릎을 꿇어? 황정연이?
정연 : (눈물 고인 채, 그러나 단호한) 미안해, 민우씨. 미안해. 이렇게 빌게.. 나 좀.. 그냥 놔줘, 민우씨.
민우 : 일어나... 너 무릎 꿇은 모습.. 보기 싫어.
정연 : (꿇어앉아 있다)
민우 : 일어나라구...!! (거칠게 잡아 일으키며) 너, 만보건설 최고 경영자 자리 노리던 거 아니었어?
정연 : ...
민우 : 그 욕망은 다 어디로 간 거야? 그 오기, 독기, 다 어디로 간 거냐구..!
정연 : 민우씬 나 절대 이해 못할 거야. 나도... 내가 모든 걸 다 내던질 정도로 강모 사랑하는지 몰랐어.
민우 : (OL) 입 다물어.
정연 : 아니, 민우씨 들어야 해. 들어야, 민우씨가 나, 포기 할 수 있어.
민우 : 입 다물라구..! 아무 말도 하지 마.
정연 : 우리 결혼했어.
민우 : ...!! (놀란다)
정연 : 강모하고 나... 결혼했다구...
(민우, 정연을 잡아끌더니 침대 위로 확 밀어 넘어뜨린다. 정연, 놀라는데.. 민우, 무섭게 다가서고...)
정연 : (놀라서) 왜 이래, 민우씨?
민우 : 난 너 절대 포기 못해... (다가서려는데)
(정연, 스탠드를 집어 든다. 갓을 뜯어내더니 나무 대를 벽에 쳐서 부러뜨린다. 뾰족한 부분을 목에 대고...)
정연 : 한 발자국만 가까이와도... 니 앞에서 나 죽어.
민우 : ... (멍해져서 본다)
정연 : 내가.. 못할 거 같아?
민우 : (눈물이 고인다) 정말, 정말... 난 안되는 거니? 죽어 버리고 싶을 만큼.. 너한테 내가.. 그 정도로 싫은 놈이냐?
정연 : 민우씨가 싫어서가 아니야. 내가 강모를 사랑해서야.
민우 : ... (멍하게 보다가) 내려놔...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정연 : ...
민우 : 내려놓으라고... (힘없이 밖으로 나간다)
정연 : ... (긴장 풀리며, 눈물 고이는데)
씬61. 황태섭 집 안 거실 (밤)
(태섭과 남숙, 정식이 저녁밥을 먹고 있다. 복자와 재수가 들어서며...)
복자 : 방금 경찰서에서 전화왔는디, 강모가 잡혔다는구만요.
태섭 : ..!! (먹다가 놀라서) 뭐?
정식 : ..! (놀라는데)
남숙 : 정연이는? 정연이도 거기 같이 있었데?
재수 : 아가씨는, 아직 출장이 안 끝났다고..
남숙 : 정연이한테 직접 전화 온 거에요?
재수 : 아녀유... 아까 조민우 실장한테 연락 왔구먼유...
태섭 : .. (심각하게, 생각)
정식 : .. (내심 안도하며)
씬62. 경찰서 안 (밤)
(조필연과 고재춘이 와 있다.
양손에 수갑을 찬 채 반장과 형사들에게 둘러싸여 들어서는 강모.. 성모가 뒤를 따르고...
조필연이 다가서자 적개심 어린 시선으로 무섭게 노려보는 강모...)
필연 : 뭐야, 이 시건방진 눈빛은?
강모 : ... (지지 않고 노려보는데)
(필연이 강모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성모가 욱, 해서 주먹을 불끈 쥐어보는데...)
필연 : (반장에게) 이 놈 도와준 배후가 누군지 철저하게 수사 해.
반장 : 알겠습니다.
필연 : (강모에게) 만약 네 놈이 끝까지 불지 않으면... 그땐 남산 지하실로 초대해 주지. 끌고 가..!
(형사들이 강모를 데리고 취조실 쪽으로 간다. 성모, 안타깝게 보는데 필연이 다가온다)
필연 : 수고했어... 성모, 니가 아니었으면 저 놈, 영영 못 잡았을 거다.
성모 : ... (시선 내리며, 적개심 감추는데)
씬63. 취조실 안 (다른 날) (낮)
(형사 1이 뭔가 이야기를 하며 열심히 타이프를 치고 있다.
맞은편의 강모...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수갑을 찬 채, 차가운 표정으로... 그 위로...)
성모 : (E) 황태섭과 조필연... 그 두 사람이 아버지를 죽였어. 금괴 강탈하려고... 두 사람이 짜고 우리 아버지를 죽였다구...
-인서트
성모 :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조필연, 황태섭... 그 놈들 손에... 우리 아버지가 피 흘리며 죽는 거...!
- 다시 현실
(강모, 서슬 퍼런 눈빛으로 싸늘하게...)
씬64. 만보건설, 회장실 안 (낮)
(조필연이 와 있다. 태섭과 단 둘이..)
필연 : (찻잔 내려놓으며) 이강모한테, 변호사를 붙이시겠다고요?
태섭 : .. 예. (차 한 모금 마신다)
필연 : (은밀히) 이강모, 그 놈 배후엔 분명히 민홍기가 있어요. 보궐 선거 시작 전에, 장부에 관해서 자백을 받아 내야만 합니다.
태섭 : 민홍기 국장하고 강모.. 아무 관계없습니다.
필연 : (본다) 무슨 증거로 그렇게 단정 짓는 겁니까? (눈빛) 혹시, 그 장부..
태섭 : 제가 불태워버렸습니다.
필연 : ..!! (놀란다) 이것 보시오, 황회장..!!
태섭 : 이제, 세상 어디에도 홍기표 장부는 없습니다.
필연 : 그 장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단 말이오? 그것만 있으면 이번 선거에서..
태섭 : (OL) 선거 지원은 제가 충분히 해드리겠습니다. 어차피 국장님이 원하시는 건, 선거 자금 아닙니까?
필연 : ... (본다)
태섭 : 강모, 걔 건드리지 마십시오. 제겐, 자식과도 같은 놈입니다.
필연 : .. (보다가) 좋습니다. 황회장님이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가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십시오.
(필연, 일어서서 나간다.
태섭, 한숨 내쉬며 찻잔 드는데.. 이때, 주영국이 들어선다)
영국 : 노변호사님 오셨습니다. (머리가 허연 변호사가 들어선다)
태섭 : 어서 오십시오.
씬65. 경찰서 취조실 안 (낮)
(성모과 강모가 단 둘이 마주 보고 있다. 강모, 바깥쪽을 보면...)
성모 : 걱정 안 해도 돼. 널 취조하는 줄 알 테니까.
강모 : 미주는?
성모 : 아직 니 소식 몰라. 요즘 가수 되겠다고 정신없어.
강모 : .. (미소) 형이 그 녀석, 잘 보살펴 줘.
성모 : 니가 제일 걱정이야. 너 어떡하든 조기 출소하도록 노력해 볼게.
강모 : 내 걱정 하지 마, 형. 오히려 복잡한 것들이 많이 정리 됐어. 내가 뭘 해야 될지.. 목표가 확실해졌으니까...
성모 : ... (그 말뜻을 안다) 복수는 나 혼자면 족해. 너까지 나설 거 없어.
강모 : 형은 아직 몰라. 엄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나하고 미주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내가 막내를 어떻게 입양 보냈는지..
형은 다 몰라.
성모 : 강모야..
강모 : 우리 가족을 누가 그렇게 박살냈는데? 날 이렇게 살인자로 만든 게 누군데? 나보고, 병신처럼 모른 척 보고만 있으라고?
성모 : 난 니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강모 : 난 그렇게 못 살아. 내 방식대로 복수할 거야.
성모 : 니 방식이 뭔데?
강모 : (눈빛) 만보건설을 무너뜨리는 거...
성모 : .. (본다)
강모 : 비참하게, 처절하게 부숴버리는 거... (눈빛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