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꽃잎에 새겨진 십자가
가는 곳 마다 꽃 천지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노란 유채꽃밭은 노랑 빛으로
온통 땅을 물들이고
작은 오솔길엔 이름 모를 봄꽃이 피어 마음을
봄 색깔로 칠해줍니다.
봄꽃이 지기 전에 기억에 담고 싶어 들길을 나섰습니다.
여기 저기 파란 장다리가 꽃대를 올려
노랑 하양 보라 꽃을 피워내고 키 작은 좁쌀 냉이가
하얗게 피어 미소를 던지는 길엔 보랏빛 작은 별꽃들도
별을 뿌려 놓은 듯 소복이 피어 있습니다.
봄 들꽃 속을 윙윙 날아다니는 벌들이 부러워
냉이 꽃대 하나 잎에 물고 눈높이를 꽃과 맞추었더니
벌처럼 내 눈 앞에도 황홀한 노란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걸으면서 유심히 들여다 본 꽃들은
모두 꽃잎이 네 개였습니다.
네 개의 꽃잎이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는
“십자화”들이었습니다.
유채꽃, 배추꽃, 무꽃, 냉이꽃, 황새냉이꽃, 꽃다지꽃,
미나리 냉이꽃 하나 같이 돌아가며
들쳐봐도 모두 십자가 모양이었습니다.
영어 이름도“cruciate flower”인 꽃잎 네 개의 십자화!
“십자가에 못 박다”라는“Crucify”의 뜻을 가진 십자화!
바람에 흔들리는 흐드러지게 피어난 십자화들을 보며 걷다가
갑자기 길에 피인 꽃들이 모두 십자가로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방울에 십자가가
하나씩 담겨졌습니다.
십자가가 영혼을 살리듯이,
십자 꽃을 피워내는 십자화과 식물은 사람을 살립니다.
부로컬리, 양배추, 컬리플라워, 꼬마양배추, 케일, 순무
등에는
강력한 항암 물질“피이토”(phyto) 성분이 들어 있어
암을 치료합니다.
특히 유황함유 물질“설포로판”은 암세포가 생겨나는 것을
막아주지요. 십자 모양의 꽃도 예쁜데 치료제도 되는
신기한 십자꽃 식물!
그날,
십자 꽃 가득 핀 길을 걸으며
죄로 죽었던 내 영혼을 살려내신
주님의 십자가를 내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꽃잎에 새겨진 십자가를 보던 그날,
내 눈물방울 하나하나에 담겨졌던 십자가는
아름다운 색깔로 내 마음 속에도 새겨졌습니다.
글/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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