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은 이 노래의 서두에서 자기가 하나님께 대한 굉장한 소문을 듣고 놀랐다고 고백한다. 그 소문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통해 유다 나라를 징계하려 하신다는 소식과 아울러, 그 바벨론조차도 자신의 악독으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이에 그는 하나님께서 직정하신 그 일들을 속히 이루시고, 진노하시는 중에서도 자기 백성을 향한 긍휼을 잊지 마실 것을 간구한다.(2절) 이 간구에는 그 일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그 일이 이루어질 것임을 믿고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하박국의 굳은 결심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그는 자기가 하나님께서 이제까지 주신 말씀을 철저하게 믿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짧은 간구에 이어서 그는 하나님의 현현에 대하여 상세하게 묘사한다. 하나님의 현현은 문자 그대로 하나님께서 악인을 심판하시고 의인은 구원하시려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그것은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하나님 현현은 시편을 비롯한 시문체 본문들의 중심 주제로 나타나는 바, 특히 신명기 33장 2절, 사사기 5장 4-5절, 사무엘하 22장 8-16절, 시편 18편 7-15절, 68편 7-8절, 17절, 32-34절. 시편 77편 16-19절, 97편 1-5절 등이다.
그런데 하박국의 하나님 현현 묘사에 의하면 하나님은 시내산에서 강림하실 때와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서 나타나신다.(신 33장 2-3절) 그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시내 반도의 남부 지역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신다. 그가 자신을 드러내시는 데만(Teman)은 에돔의 북서쪽에 있으며, 바란(Paran)은 에돔과 시내산 사이에 있는 아카바만(the Gulf of Aqabah) 서쪽 부근의 산악 지대인 까닭에, 하나님이 '데만에서부터 오시며 바란산에서부터 오신다'는 것은 지리적으로 볼 때 그가 시내산 지역으로부터 나오신다는 신명기의 표현과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시내 산 강림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내 산 강림 때에는 율법을 주시는 분으로 자신을 드러내시지만, 여기서는 온 세상의 왕으로, 그리고 거룩하신 분으로 자신을 드러내신다는 점이다. 하늘에는 그의 영광이 뒤덮이고 땅에는 찬양 소리가 가득하다는 표현이 그 점을 뒷받침한다.(3절) 그에게서 나오는 빛은 밝기가 햇빛 같고, 그의 손에서 뻗어나오는 두 줄기의 불빛(광선)은 그 속에 엄청난 힘을 감추고 있다.(4절)
하나님은 또한 온역(질병)을 앞장 세우시고 불덩이- 더 정확하게는 불덩이 같은 전염병(열병) - 를 뒤따르게 하신다.(5절) 창조주이신 그가 발길을 멈추시면 그가 만든 피조물인 땅이 진동하며, 그가 노려보시면 세상 모든 나라들이 두려워 떤다. 그가 임하시면 언제까지나 버틸 것 같은 산들('영원한 산')조차 무너져 내리며, 영원히 서 있을 것 같은 언덕들('무궁한 작은 산')마저도 주저앉는다.(6절 상반절)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는 그 옛날에 미디안이 하나님의 심판을 당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구산(Cushan: 미디안과 마찬가지로 에돔 부근의 베두인족을 가리킴)의 천막들과 미디안 땅의 휘장들이 난리를 만난듯이 떨며 흩날린다.(7절) 여기서 굳이 구산이나 미디안에 대해서 언급하는 이유는 이 두 지역이 하나님의 현현 장소인 시내산 지역과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형차가 이처럼 두려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나타나심은 아주 오랜 옛적부터 이러한 방식을 위해 왔다.(6절 하반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