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 명사 띄어쓰기
한글 맞춤법 총칙 제2항에,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다만 조사는 윗말에 붙여 쓴다. 이 규정을 따르면 띄어쓰기는 ‘단어’의 개념을 알면 쉽게 해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띄어쓰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단어’라는 개념이 부족한 탓이다.
이 단어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의존 명사다. 명사는 명사인데 혼자서는 자립할 수 없어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다. 우리가 잘 아는 ‘것, 줄, 바’ 따위다. 이것이 명사인 것은 이러한 말 바로 뒤에, 체언의 특징인 조사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의존 명사가 그 쓰임에 따라 조사나 어미 또는 접사와 그 형태가 똑같은 것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속하는 몇 가지 말들을 보자.
ㄱ. ‘만큼’은 체언이나 조사에 붙어, ‘정도가 거의 비슷함’을 나타내는 조사일 때에는 붙여 쓴다. 그러나 용언의 어미 뒤에 쓰이어, ‘그와 같은 정도나 한도’를 나타낼 경우는 의존 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쓴다.
나도 너만큼 달릴 수 있다. (조사)
이만큼 해 놓았으니 너에게 자랑할 만하지. (조사)
일한 만큼 거두다. (정도, 의존 명사)
먹을 만큼 먹다. (한도, 의존 명사)
ㄴ. ‘바’도 용언의 관형사형 아래 쓰이어 방법 또는 일을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어미 ‘-ㄴ바’로 쓰일 때는 어미이기 때문에 윗말에 붙여 쓴다.
내 눈으로 확인한바 소문과 다름이 없더라. (하였더니/어떠어떠하니까, 어미)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방법, 의존 명사)
ㄷ. ‘지’는 서술격 조사나 어미일 경우에는 붙여 쓴다. 그러나 어떤 동작이 있었던 ‘그때로부터’의 뜻을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하 + ㄹ지, 어미)
수박이 채소지 과일이냐? (이(다) + 지, 조사)
그가 떠난 지가 오래다. (기간, 의존 명사)
ㄹ. ‘들’은 복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고,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학생들, 어린이들. (복수, 접미사)
보리, 콩 들을 오곡이라 부른다. (따위, 의존 명사)
ㅁ. ‘뿐’은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로 다루어 붙여 쓰고,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럴 따름’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오직 너뿐이다, (한정, 조사)
그저 웃을 뿐이다. (따름, 의존 명사–)
ㅂ. ‘대로’는 체언 뒤에 붙어서 근거나 구별의 뜻을 나타내면 조사로 다루어 붙여 쓰고,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관련된 뜻으로 쓰이면 의존 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규정대로 하자. (근거, 조사)
아는 대로 말한다. (모양 상태, 의존 명사)
ㅅ. ‘만’은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이나 비교의 뜻을 나타내면 조사로 다루어 붙여 쓰고,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면 의존 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한정, 조사)
삼 년 만에 돌아왔다. (시간, 의존 명사)
ㅇ. ‘지’는 막연한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 ‘-ㄴ지’의 일부로 쓰이면 붙여 쓴다.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면 의존 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집이 큰지 작은지 모르겠다. (의문, 어미)
그가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간, 의존 명사)
ㅈ. ‘데’는 모음으로 끝난 체언에 붙어 쓰이는 서술격 조사일 때는 붙여 쓰고, ‘곳, 처소’를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쉬운 문젠데 맞춰 보렴. (서술격 조사)
갈 데라도 있니? (곳, 의존 명사,)
ㅊ. ‘대로’는 ‘그 상태로, 그 모양과 같이’라는 조사로 쓰일 때는 붙여 쓰고, ‘앞말이 뜻하는 그 모양과 같이’의 뜻으로 쓰인 경우는 의존 명사라 띄어 쓴다.
당신 뜻대로 하십시오. (조사)
배운 대로 해라. (‘같이’의 뜻, 의존 명사)
ㅋ. ‘망정’은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에 붙어 앞 절의 사실을 인정하고 뒤 절에 대립되는 다른 사실을 이어 말할 때에는 어미라서 붙여 쓰고, 다행이거나 잘된 일이라는 뜻을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라서 붙여 쓴다.
입은 옷은 누더기일망정 마음만은 왕후장상이다. (조사)
미리 알았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 (‘다행’의 뜻, 의존 명사)
ㅌ. ‘차’는 명사 뒤에 붙어 목적의 뜻을 더하는 경우에는 접미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나타낼 때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인사차 들렀다. (접미사)
사업차 외국에 나갔다. (접미사)
고향에 갔던 차에 선을 보았다. (관형사형 어미 ‘ㄴ’ 뒤에, 의존 명사)
마침 가려던 차였다. (관형사형 어미 ‘ㄴ’ 뒤에, 의존 명사)
ㅍ. ‘판’이 다른 말과 합성어를 이룰 때는 붙여 쓰지만, 수 관형사 뒤에서 승부를 겨루는 일을 세는 단위를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노름판/씨름판/웃음판 (합성어)
바둑 두 판. (세는 단위, 의존 명사)
장기를 세 판이나 두었다. (세는 단위, 의존 명사)
첫댓글 저도 제법 헷갈리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이제 상당히 정확하게 띄어쓰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말이 이리 어렵습니다. '띄어쓰기'는 붙여 쓰고, '붙여 쓰기'는 띄어쓰기 해야 하니까요.